신은 결코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신앙에 대하여

 

 

우암--언젠가 선생님께서는 저에게

"나는 죽을 때까지 종교를 못 가질 것 같아"라고

말씀하신적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상이 타락하고 나쁜 사람들이 많아

신문, 방송마다 매일 아침부터 살인, 강도, 유괴, 사기,

협잡을 보도하고 있으니 하느님이 계신다면 이럴수가 있겠는가.

그리고 착하고 어진 사람도 많으련만 이들에게

진정 용기와 힘을 주는 하느님이 과연  계시는 것일까"라는 말씀과 함께 말이죠.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만년에 가톨릭 신자가 되셨지요.

과연 이 세상에 신이 있음을 믿으시는지요?

 

금아--글쎄요. 확언은 할수 없지만 신의

높은 경지나 정신은 가끔 느끼지요.

대자연의 아름다움이나 웅장함을

 볼때도 그런 걸 느낄수 있고

음악을 들을 때도 신의 존재를 느낍니다.

신이 안계신다면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만

그토록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 할수 있을까 싶어요.

제가 가톨릭에 입문한 데는 재미난 사연이 있어요.

얼마 전 작고 한 김태관 신부님이 제가 쓴 글 한편을 보고

저한테 아무 조건없이 세례를 줬어요.

원래는 몇 달간 교육도 받아야 한다는데

전 특별한 문답도 없이 세례를 받았지요.

 

우암--그럼 무시험으로 통과하신 거네요.

 

금아--네. 그때 김 신부님이 읽은 글이

'권력에 굴복하지 말고 불쌍한 사람 저버리지 않게 해주소서.

일상 생활에 있어서 대단치 않은 것에 근심 걱정하지 않게 해 주소서'

이런 내용이었답니다.

저는 '예수님'하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예수님이 얼마나 가난한 생활을 했습니까.

예수님의 친구는 어부처럼 그 당시 가난하고

천대받던 이들이었고 애인이라야 매음녀같이 사회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이었는데, 예수님은 이들을 오직 애정으로,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사랑으로 대했지요.

얼마나 인간적인 분입니까.

저는 신적인면보다도 예수님의 그런 인간적인 면을 사랑합니다.

제 종교관은 그런겁니다.

 

우암--저는 모든 종교가 어린이의 순진무구한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이나 부처님이나 모두 어린이 시대를 강조하고 있고

모든 사람이 동심을 그리워하지요.

다시 어린이가 되고 싶어하는 마음, 인생의 시작에 대한 그리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생을 다시 살고 싶어하는 욕구,

이런 욕구가 종교와 이어지는 것은 아닐는지요.

파스칼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대가 나를 발견한 일이 없다면 나는 찾지도 아니 했으리라"

그리고 "나는 신이 있느냐 없느냐 중에서 있다는 데 걸었다.

그리고 그 도박이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참 재미있는 말이지요!

 

금아--네.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역경이나 불행 앞에

'아, 신이 계시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몰리 책에 이런 구절이 있어요.

'신은 결코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 God never plays dice.'

언제든지 법칙대로만 한다는 거죠.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보기에

신이 계시면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느냐 하는 상황들.

가령  예배보러 가는 사람들을 태운 버스가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

그런 경우 사람들은 신이 구해 주셔야 마땅하지 않나 생각하지만,

신은 인위로 개입하지 않고, 언제든지 정해진 법칙대로 행하신다는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생각하면 냉정하다고 할수도 있지만.

최소한 이랬다저랬다 하시는 않잖아요.

물론 인간이 신의 동정을 바라는 건 어쩔수 없는 일이겠지만요.

 

우암--정치가와 경제인들은 종교에 대해 이야기할 때

"종교란 자동차로 말하면 브레이크 같은 것이며,

정치와 경제는 액셀레이터이다. 때로는 양자를 겸하는 사람이 나타난다.

성 프란체스코 처럼....."이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한 마리의 양을 구하기 위해서 종교가 있지요.

그러나 역사와 정치는 아흔아홉 마리 양의 안전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유가 있으면 나머지 한마리를 찾으러 나가지요.

저는 깊이 있는 신앙 생활을 못하고 있습니다만.

그저 '신앙이란 홀로 있는것',

'신이 찾아오는 발자국 소리를 듣는것'이라고 자득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기도는 소원이나 구원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감사의 기도입니다.

 

금아--저 역시 좋은 기도란 바로 감사의 기도라고 생각합니다.

제 방에 노인이 기도를 드리는 사진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면 노인은 수프 한 그릇.

빵 한조각을 놓고 기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지극히 소박한 생활, 그것이 종교의 본의가 아닐까 합니다.

 

우암--제 방에도 그림이 하나 걸려 있습니다.

전 그 그림속 베드로가 참회하는 모습이 아주 가슴에 와 닿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