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에 존재하는 사물의 색깔, 형상, 냄새, 맛 혹은 사람의 마음에 이르기까지 모두 꿈이나 환상, 혹은 이슬이나 번개처럼 덧없고 일시적인 것이다.
(그들이) 일시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즉 모든 사물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고, 모두 연을 기다려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청이라는 색깔도 청과 닮은 것이지 실제로 청은 아니다.
황도 황과 닮은 것이지 실제로 황은 아니다.
일체 모든 것이 이와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가상으로서 무상한) 사물을 범부의 어리석은 마음은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이 착각에서 (나쁜) 일이 일어난다. 즉, 사물을 탐하고 화를 내고 자만심을 일으키고 의심을 갖는 등의 일이 일어난다.
이 도리를 잘 분멸하면 스스로 변계소집성의 (사물의) 본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알게 되고, 원성실성의 이치가 진실하다는 것도 깨달아 모든 번뇌와 악업이 없어지게 된다.

우리는 자기의 번뇌를 직접원인으로 업을 보조원인으로 생사윤회한다.
이 번뇌들 중에서 탐욕, 분노, 어리석음, 자만, 의심, 나쁜 생각 이 여섯가지가 가장 근본적인 번뇌이다. 이들 중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것은 어리석음(치,痴)이다. 어리석음은 다른 말로 무명이라고도 한다. 무명은 12연기의 맨처음으로, 태어나고 늙고 그리고 죽어가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무명이란 知가 없는 것, 즉 무지(無知)를 말한다. 원시불교 이래 무명은 연기의 이치를 모르는 것을 의미했지만, 유가행파는 유식의 관점에서 <있는 것을 없다고 생각하고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한다>로 새롭게 정의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없는 것을 있다고 생각하는> 말은 바꾸어 말하면 <마음 속의 영상을 마음 밖의 실경이라고 파악하는> 것이다.
청이라는 생은 청과 닮은 마음, 즉 영상에 불과한데, 청색이라는 사물이 앞 문장에서는 <이러한 사물을 범부의 어리석은 마음은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란 무엇인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처럼 세계관, 인생관을 수립할 때 상이한 두 가지 출발점이 있다. 하나는 직접 경험을 통한 사실에서 출발하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직접 경험을 통한 사실 이외에 무언가의 실재를 세우고, 거기에서 출발하는 경우이다. 유식을 주장하는 유가행파는 전자의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실재론자들은 후자의 입장을 취한다. 철학적 의미의 실재론은 아니자만, 우리는 보통 반성없이 마음 밖에 사물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생활한다.

그러나 마음 밖에 실재를 생각하는 것으로부터 고통은 야기된다고 경고한다. 왜나하면, 마음 밖에 가정된 실재는 집착되어진 실재,변게소집된 실재라서 우리는 <대상화된 사물을 탐내고, 화를 내고, 만심(慢心) 을 일으키고, 의심을 지니기 > 때문이다.

그러나 감각도 의식도 도달할 수 없는 마음 밖에 사물이 있다고 생각하는 무명을 근본원인으로 하여 온갖 번뇌가 일어난다는 이치를 깊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미혹의 세계에서 깨달음의 세계로 갈 수가 있다. 그 과정은 먼저 마음 밖에 존재한다고 생각된 (변계소집된) 사물이 존재하지 않음을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지혜를 통해 사물에 대한 집착으로 일어난 번뇌나 악업이 소멸하면서 마음이 점차로 맑아진다. 마지막으로 깨끗해진 극청정한 마음에 의해 진여 , 즉 원성실성의 이치가 깨달아진다.

유식이란 무엇인가, 요코야마 코이치 저, 장순용 옮김,  

Giovanni Marradi - Just For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