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 숭 아

                  

  가지마다
  땡볕 속에 달이고 달인
  조갈 나는 그리움을 달고
  검붉게 맺혀 있다.

  새벽부터 쏟아지는 폭염(暴炎)이
  온종일 가실 줄 모르는
  삼복(三伏)같이 타는 가슴.

  어이하리
  다스릴 수 없는 사랑이
  여름 태양처럼 타고 있는 걸.

  그래도 만년설(萬年雪) 같은 그대는
  바람처럼 가끔씩 와
  온 가슴 진이기고 가네.

  그대가 가고 나면
  지천(地天)에 밟힌 꽃잎.

  짧은  밤
  처연한 사랑,
  손톱 끝에 물든다.


                           강명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