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뒷마당을 내다보던 날 나의 눈길을 잡아당기는 이상한 물체를 보았다.
가지 끝에 매달린 물방울 같았는데 ...
아니지, 이 겨울에 물방울이 가지 끝에 붙어있을 리 없고...
그러면 미처 흘러 내리지 못한 눈 녹은 물이 얼어버렸을까?

잠시 차를 마시는 동안 나의 눈길을 끌었던 그 이상한 물체는 얼마동안 나에게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런데 엊그제 그 이상한 물체는 지난번 보다 더 크게 부풀어있었고 그 숫자도 지난 번보다 배는 늘어있었다.
나의 작은 눈이 점점 작아지면서 그 이상한 물체가 점점 클로즈 엎되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어머나, 그럼 저것이 그 버들강아지...!"

이 집으로 이사온 지 벌써 햇수로 4년째인데...
나 자신 스스로 나의 무심함과 무관심에 대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먼저 살던 케네디언 주인은 동양적인 취미를 갖고 있었던 듯 넓지 않은 정원에 백합, 튜울립등 여러가지 꽃들을 심어놓았고 사과나무,유실수도 가꾸어 놓았다.
마당 한 쪽에는 연못을 만들어 분수도 설치하여 한여름에는 물고기의 유유자적한 유영을 즐길 수도 있다.
그 버드나무는 한여름 푸르름을 한껏 늘어뜨리며 매년 그 자리에 있었는데 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그 버들강아지를 본 것이다.
그 어느 귀한 것도 마음의 눈이 없으면 보이지 않을진대...
그저 주워진 정원의 아름다움을 피상적으로 보아 왔을 뿐 이제껏 한번도 마음으로 감사하지 않았음을 자책해본다.

문득 어린 시절 우리집 아래 밭 언덕에 있던 버드나무가 생각난다.
그 버드나무는 길 옆에 있어서 어린 시절 우리들의 놀이터가 되곤 하였다.
버드 나무 근처에서 남자아이들은 개구리를 잡아 그 뒷다리를 사냥하기도 했고 여자아이들은 그 처참한 현장을 애써 피하려고 버들가지를 꺽어 피리를 불곤 하였다.

버들가지의 흔들림이 사라져버린 지 오래, 나는 이 버들강아지를 보며 마음의 눈이 떠지기를 바래본다.
글을 쓰면서 문득 버들강아지가  더 가까이 보고 싶어 두 가지를 꺽어왔다.
손에 쥐어든 순간 난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어쩜, 이렇게 곱고 부드러울 수가..."
아기의 볼처럼, 막 돋아나는 여고생의 솜털처럼...
그것은 차라리 한송이 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