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박꽃/마종기
그날 밤은 보름달이었다.
건넛집 지붕에는 흰 박꽃이
수없이 펼쳐져 피어 있었다.
한밤의 달빛이 푸른 아우라로
박꽃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박꽃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네.
아버지 방 툇마루에 앉아서 나눈 한마디,
얼마나 또 오래 서로 딴생각을 하며
박꽃을 보고 꽃의 나머지 이야기를 들었을까.
-이제 들어가 자려무나.
-네, 아버지.
문득 돌아본 아버지는 눈물을 닦고 계셨다.
오래 잊었던 그 밤이 왜 갑자기 생각났을까.
내 아이들은 박꽃이 무엇인지도 한번 보지 못하고
하나씩 나이 차서 집을 떠났고
그분의 눈물은 이제야 가슴에 절절이 다가와
떨어져 있는 것이 하나 외롭지 않고
내게는 귀하게만 여겨지네
The Papal Concert Kol Nidrei for cello & orchestra Op 47
The Papal Concert to commemorate the holocost;
The Vatican, Rome, April 7. 1994
Lynn Harrell performs Kol Nidrei, for cello & orchestra, Op. 47,
Composed by Max Bruch
마종기 시인의 아버지가 구식 라디오에서 낮은 첼로를 타고 흘러나오는 이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마시인이 미국으로 떠난 뒤 넉 달 만에 갑자기 뇌졸증으로 쓰러진 아버지
그 아버지가 마련하여준 여비 50달러
장남이 되어서도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못한 회한 등---
이 음악을 들으며 그 밤에 피어나던 박꽃이 떠올라 올해는 하얀 팬지라도 심어보렵니다
마종기 시인의 시작 에세이 " 당신을 그리며 살았다"를 저도 가지고 있어요.
그가 가리키는 '당신"은 바로 조국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지요.
그 시절 정치적 여건에 묶여 자유롭게 고국을 드나들지 못하던 시절에 얼마나 고국이 그리웠을까요..
마 시인은 음악에도 조예가 많고 사랑이 넘쳐
미국내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뉴욕을 방문하여 연주회를 보았던 것을 글로 남기고 있지요.
이제는 한국에서 문학강연도 하시며 사신다니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듭니다.
언젠가 본 대담에서 마종기 시인의 시의 원천은 이민생활에서 깨달은 고국 사랑---이라고 하대요
음악이면 음악
공감하는 그 많은 시
천재이겠지요
언젠가 옥인선배가 올린 마종기 시인의 시작 에세이 '당신을 그리며 살았다' 에 대한 글을 읽고
작년 10월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프로그램에 참가할 때
그책을 가지고 가 기차안에서 여러 사람들과 같이 읽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해외동포의 고국을 그리워 마음이 통해서 인지 많은 공감을 느꼈지요.
인간의 목소리와 많이 가깝다는 첼로의 선율이 히브리 민족의 애환을 풀어 내는 듯
가슴을 파고 듭니다.
금재씨, 캘거리에는 아직 산등성이에 눈이 많이 남아 있겠군요.
여기 워싱톤도 아직 찬바람이 불지만 오늘 토요일 아침에는 촉촉한 비로 인해
곧 봄소식을 가져 올 것 같아요.
아름다운 글과 음악으로 위로 받고 갑니다.
인옥 선배님
안녕하세요 워싱톤에 봄비가 내리는군요
여기는 아직 겨울기운이 곳곳에 보여요
건너편 인디언 마을 산에도 눈이 군데군데 보이고
로키에서 눈녹은 물이 흐르는 앨보강 변에도 아직 하얀 눈이 녹을줄 모르고 있어요
한반도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프로그램이라---그렇게 멋진 프로그팸이 있었군요
요즈음 통일 대박--이라는 말을 전해듣고 금방이라도 통일이 되어 아버지 고향 황해도에 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인옥 선배님
오늘 저녁에는 가까이 사는 이웃들을 불러 저녁을 함께 하려고 준비하고있아요
떡본김에 제사 지낸다고---배추 한 박스 사다가 김치하였더니 뿌듯하네요
인옥 선배님
환절기 건안하시기를---
금재씨..
항상 좋은글 잘 보구 있어여.. 언제나 씩씩하게 지내는거 같아 맘이 좋아여..
혹 우리친구 "오혜정"이 소식을 좀 알수 있을까?
4춸말이나 5월초에 캘거리에 들를꺼 같아여.. ㅎㅎ
얼굴들 보구오면 ? 얼매나 좋을꼬...
금재후배님
큰 지진은 아니었지만 epicenter가 한인 밀집지역인 플러톤 근처여서
그동네에 사는 친구들이 많이 놀랬는 것 같아요.
저희 동네는 괜찮구요.
모든 것이 다 좋을 수는 없잖아요.
따뜻한 날씨 ,그야말로 최고의 환경이지만 또 그런 위험이 있고
지진을 감수하면서도
켈리포니아로는 사람들이 자꾸 밀리지요.
요즘 공지영 -높고 푸른 다리 -
그 책을 보는데 서두에 씌여진 귀절이예요.
가슴에 닿아서 적어 보았어요.
인생에 있어서 사랑을 빼면
그야말로 앙꼬없는 찜빵?
사랑이라 해서 꼭 남녀간의 사랑 말고도
사랑의 대상은 많지요.
지나고 나면 섬광이지만
지날 때는 무지 긴 '영원'처럼 느껴지는 게 인간의 한계이구요.
항상 좋은 글 고마워요.
경수선배님
그러게요 캘리포니아는 모든이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지요 그야말로 최고의 환경---
일년의 반 이상이 겨울인 이곳은 아직도 눈이 내려요
3월 말일 오늘 내리는 눈이 이겨울의 마지막 눈이라고 뉴스에서는 말하지만 누구도 안믿어요
아마도 5월 까지는 간간히 눈이 오겠지요
다행이 내일부터 영상으로 가긴한대요
플러톤이라---그곳에 사는 선배님 한 분이 언젠가 제가 미주동문회 갔을 때 태평양 해안도로를 따라서 어느 유리교회를 데려가주었어요
7기선배님이셨는데 플러톤에 사시고 세차장 비지니스를 하셨고 라스베가스 가는 길목에 별장을 사신다고 하셨는데---
미주동문 수첩도 분실하여---연락이 닿질않아요
마음으로 늘 감사드리고있지요
그 유리교회를 떠올리면 유리 천정 위로 부서져내리던 햇살이 떠올라요
그때 유리교회 언덕 위에서 선배님이 손으로 가리키며 저기 보이는 저 섬이 카트리나 섬이라고 하면서 무척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였는데---그때 바라보면서 가졌던 꿈--언젠가 저 섬에 가보고싶다---하였는데 작년에 미주동문회 가서 그 섬에 가보는 꿈을 이루었지요
경수선배님 건안하시기를---
이 시의 배경음악은 막스 브루흐의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콜 니드라이 작품번호 47 --히브리 멜로디에 의한 아다지오--라는 부제가 붙어있답니다
히브리의 옛 성가인 콜 니드라이의 선율을 변주한 일종의 환상곡이라고합니다
나나의 공연을 본 후 나부코라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시편 137편 그리고 콜 니드라이 마치 한 줄기 거대한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