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37.-
평생에 이리도 눈부신 아침이 있었던가 !
어제 숙면한 탓에 가쁜해서인가?.. 아니면 오늘 일에 흥분을 ?
이렇게 오늘 하루종일 좋은 날씨가 되게 해주세요 ..
로렌스대신 한 남자가 여자의 집 앞에 서 있다가 차문을 열어주며 설명한다.
"교수님은 오늘 운전을 안 하십니다. 모두 큰 차로 다 같이 이동 할 거에요,우선 실내촬영하고 오후에는 야외촬영할 겁니다 ?
데리러 온 차로 첫 번째 사진촬영지에 도착하였다. 전날 들렀던 뵈센도르퍼 피아노 매장이다.
입구 앞에는 미니버스형 차가 서 있었다.그 앞에 있던 어제 만났던 기획자 토마스가 여자를 보자 환하게 웃으며 닥아온다.
? 잘 잤어요? 오늘 좀 피곤 할텐데요.. 요 차 안으로 들어
갈까요...“
왜 차 안으로? 의아하게 생각이 들었지만 따라 들어갔다.
오! 마이 갓!
차 안은 마치 극장 분장실마냥 거울과 헤어드라이 등 모든 게 갖추어
있는 것이다.
"제이드? 반가워요. 오늘 분장 담당자 베로니카에요."
"예...."
"우리 꼬마 아가씨는 요기 앉아요.,제이드는 요기 거울 앞에 앉고요.."
그녀가 하라는 데로 거울 앞에 앉는다. 거울 속에 눈이 휘둥그레진 딸애가 보인다. 여자는 눈을 찡긋해준다.
"은지야,놀랬어? 엄마가 여기서 화장해야 하나 봐 호호"
"엄마! 이런 것 첨 구경하네
.. 재밌다. 히히"
"제이드,어깨의 긴장을 풀고 여기 머리대에 기대어요.."
일단 여자는 눈을 감고 베로니카가 하는 데로 맡긴다. 그녀가 치과병원의자 같은 것을 뒤에서 누르니 반 침대처럼 누워진다.
얼마동안 이것저것 여자의 얼굴에 발렀다 지웠다 하더니,
"제이드, 당신 그것 알아요? 여자가 앉아서 보이는 얼굴보다 누운 얼굴이 더 예쁘면 남자에게 더 많이 사랑 받는다고요.... 당신이 그러네요ㅎㅎ"
크크 별 소리를 다 하네..여자가 대답대신 웃기시작하자..
"어,지금 웃으면 안 돼요.. 눈썹처리 중이거든요.." 좀 있더니 눈을 뜨라면서 손거울을 건네준다.
어머나! 그녀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면서 놀란다.
"와우! 베로니카! 당신은 요술사인가 봐요."
"맘에 들어요? 그럼 이제 일어나서 저기 앞 거울을 보아요"
안경을 벗은 채라 선명하게 안 보인다. 여자가 안경을 찾는다.
"아, 오늘은 안경 없이 지내야 되어요.아주 안 보여요?"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안경 안 쓰면 어색해서요.그리고 연주회 때에도 안경 쓸거니까 평소대로 안경쓸게요."
"잠깐만이요. 토마스와 의논해 보고요.. 그 사람이 우리의 켑튼이니까요" 라고 말하더니 바깥으로 나간다.
켑튼? 참으로 재미있는 표현이네.
"엄마! 울엄마 정말 예쁘다. 나도 화장하고 싶네"
"정말 예뻐? 엄마는 어색하다. 입이 무거운 것 같애.. 뺀히를 두껍게 발렀나 봐. 호호."
조금 있다 토마스와 베로니카가 들어온다.
토마스는 그의 특유한 손움직음을 지으며,
"와우!! 제이드! 아름다워요. 당신의 눈을 오늘 다 보여 주어요.안경을 쓰면 눈을 가리잖아요... 연주회까지는 시간이 넉넉하니까 콘텍트렌즈를 마련하고요"
?..................“
아니, 도대체 이 사람이 정말 대장이야? 아주 일사분란하네.
"그래도 안경 없이 행동하려면 부자연스러워서요."
"허허허, 그것은 걱정 안 해도 되어요.. 사진 작가가 알아서 다 잘 찍으니까요. 알았죠? 그럼, 머리 미용 시작합니다."
말을 마치자 그는 나간다.
"제이드, 걱정 말아요. 토마스는 오스트리아 최고의 기획자이라 경험이 많은 사람이에요. 그럼 헤어디자이너를 들여 보낼게요."
베로니카가 한 남자를 데리고 들어온다.
"제이드, 에릭이에요. 그럼, 둘이서 잘 해 보아요. 에릭! 의상은 저기 있으니까 참고해서 해요."
"의상 어제 벌써 보았어요."
탸햐! 척척척 ! 손발들이 맞네그려!
베로니카가 나가자 에릭은 제이드를 거울 쪽으로 향하게 하고 거울 속 그녀를 한동안 뚜렷이 쳐다본다.
"제이드, 좀 황당스럽지요? 첨에는 모두 그래요.그런데, 결국은 모두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우라고 생각하면 간단해요“
햐!쇼우철학자를 만났네!
"우선 머리를 늘어 놓을까요 ... 묶을까요?"
"당신 마음대로 해요.. 나는 오늘 그냥 하라는 데로 할 작정이에요 ㅎㅎ"
"기분 상한 것은 아니죠?"
"어제부터 일어나는 일들이 너무 예상 밖의 일들이라 아직 감이 잘 안 잡혀요,그러나 로렌스교수에 대한 신뢰감으로 불안하지는 않네요 ㅎㅎ"
"바로 그거에요. 평안한 모습이 제일 아름다운 거에요.당신에게는 그런 면이 돋보여요... 안정스럽고 여유가 보이네요."
탸햐! 이 아저씨는 머리를 만지며 사람을 안도시키는 재주가 있네 ..
"제이드 먼저 녹색옷을 입어봐요.. 그다음 좀 더 손 보아 줄께요."
분장실 거울 뒷부분에 탈의실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으며 벽거울을 본다.
어머머! 어쩜 이리도 잘 어울릴꼬...이미 구두도 어제 신었던 것으로 준비되어 있다. 주도면밀한 후버트! 탱큐!아니... 당케 쉔!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에릭이 닥아와 숄을 챙겨주며 뒷머리의 한 부분을 앞으로 넘겨준다.
"제이드, 머리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요. 제가 일부러 자연스럽게 했으니까 어떤 각도로 보아도 어울릴 거에요.대신 고개를 아래로 하지 말고 얼굴의 균형선을 눈보다 위인 각도로 되도록 해보세요.
로렌스 교수가 제이드보다 키가 크니까 어차피 위로 보게 되겠지만, 그래도 혼자 찍을 때도 그런 포즈를 해요.. 당당하게 ..알았죠?"
아저씨. 피아노 칠 때도요? ㅎㅎ 속으로만 생각하고 말은 안 한다.그가 말하는 것을 보니 보통 경험이 많은 것 같지가 않다.
"제이드, 흑백 의상 입을 때 다시 손 보아 줄게요.
자, 나가지요.."
여자가 차 밖으로 나오니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가 박수를 친다.
"와와와! 부라보!!!"
연주복을 입은 로렌스가 가까히 다가온다. 햇빛의 역광으로 비치는 그의 연한 갈색머리가 눈부시게 빛난다.
"제이드, 당신 정말 아름다워요. 모든 게 잘 어울리네요. 자, 들어 갑시다. 우리 은지 공주 돌 봐줄 사람이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깜짝 선물로 준비했어요. 하하하!“
여자와 딸애가 안으로 들어간다. 어제 보았던 피아노 매장은 촬영기구로 분주하다.
한쪽의자에 앉아 있던 현수가 그녀를 보더니 일어서며,
"언니!, 이런 일이 있으면 직접 연락하지... 어제 저녁
교수님께서 부탁해서 나왔잖아.."
평소의 수다스러운 목소리가 아닌 착 가라앉은 소리로 말한다.
"어! 이모! 와, 신난다. 이모도 사진찍어?"
"아니,, 이모가 은지랑 놀려고 온 것이야."
"정말... 와! 신난다... 오늘"
"은지야, 잠깐 .." 딸애를 의자에 앉혀 놓고 현수와 얘기를 한다.
"현수야. 나도 어제부터 일어난 일이라 정신이 멍멍해. 하여튼 네가 은지를 보아 준다니 정말 다행이구나. 그제 전화했을 때 아픈것 같던데.. 이제는 괜찮아진 거니?"
"언니! 정말 섭섭다. 어제부터 일어난 일이라고? 그런데, 이렇게 일들이 크게 벌어지고 있는 거야?"
"현수야, 뭐가 섭섭해.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니..지금 설명하기 그러니까 좀 있다 얘기 하자. 그럼, 은지 잘 부탁해.“
두 사람의 얘기 마치기를 기다리는 눈빛의 로렌스 교수를 보자 서둘러
얘기를 마친다.
"현수!, 그럼 은지와
지내다가 한 두시간 쯤에 와주어요."
"예, 교수님."
"은지야, 가자!" 여자에게 눈빛도 안 주고 은지의 손을 붙들며 나가려고 한다.
아니? 쟈가 뭣 때문에 삐딱한 거지? 여자는 현수의 행동에 기분이 상한다.
"이모! 나 여기서 엄마 사진 찍는 것 보고 싶어.. 그럼 안돼?"
"니네 엄마한테 물어보고..."
딸애의 얘기를 들은 여자는 로렌스 교수에게 물어본다.
"아무래도 여기는 장비들과 전깃줄이 여기저기 있어서 혹시라도 잘 못 하다가 다치면 안 되니 나가서 지나다 오도록 해요"
"예, 알겠어요."
여자가 딸애에게 와서 사정얘기를 해준다.
"그럼, 엄마 나중에 다른 데는 같이 가는 것이지?"
"그래 거기는 숲이 있는 곳이라 여기 실내랑 다르니까.. 미안해.. 은지야. 현수 이모랑 잘 놀다 와 .. 알았지?“
"응, 알았어, 엄마 안녕!"
아무 이의 없이 돌아서서 현수와 나가려는데, 커다란 비디오 기구를 들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어머! 아저씨, 어제 만났었는데...“ 딸애가 말하며 머리 인사를 한다.
"오! 은지 프린세스! 할로!"
방송국 로고가 붙은 비디오 기구를 든 그 남자도 은지에게
반갑게 인사를 한다.
둘이 모습을 보던 현수는 몸을 휙 뒤돌아 여자를 향해,
"언니, 이래도 시치미 떼는 거야? 이렇게 텔레비죤방송국에 은지와 로렌스 교수님을 방영까지 시켜놓고서는..."
뭐라고 ! 방영을 ?
(계속)
한 여자 (6)...창문을 열며 (전편 클릭)
이 곡을 들으면 항상 반짝이는 이파리들이 연상돠었어요.
소제목으로 " 눈부신 6월"을 명명하면서 바로 이곡이 떠오르더라고요.
인터넷 소설의 장점이 이런 음악을 동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여자의 그해 6월은 눈부심과 환희의 연속이 될거에요.
물론 눈부심 이면에는 깊은 어두움도 동반되겠지만요...
제가 13일부터 17일까지 오스트리아 친구들과 같이하는 연중행사^^ 여행을 다녀 올거에요.
그래서 이 기간 동안 글을 조용히 앉아 쓸 시간이 없지만 되도록 빨리 이어볼께요.
다음 글을 기다리는 분들이 계시니 기쁘네요 ㅎㅎ
감사합니당 !
-38.-
현수의 느닷없는 반응에 여자는 어이가 없어 그냥 서 있다.
두 사람의 대화가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로렌스가 다가와 걱정스런 모습으로 쳐다본다.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되어 가는 것인데, 내가 모르고 있단 말인가..
여자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까 찬찬히 생각한다.
? 언니! 정말 모르는 일이야? 나는 어제 저녁 뉴우스시간에 방영되는 모습보고 너무 놀라 언니에게 전화 할 생각도 못하고 그냥 있는데, 방영이 끝나자 로렌스 교수님 교습시의 반주자가 나한테 전화 하더라고..도대체 제이드라는 한국여자가 누구인지 아느냐고? 내가 어찌 알았겠어? 그래 .. 모르겠다니까, 방금 로렌스 교수와 같이 있던 꼬마의 엄마라고 기자가 얘기했다네. 나야 방영에 나오는 모습만 보았지 독일어 인터뷰내용은 아직 이해 못 하잖어...그런데, 언니 예명이 제이드야?“
조금 나름대로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어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현수야, 어제 일어난 일들을 설명하자면 시간이 걸리니 나중에 하자. 그런데, 방영건은 전혀 모르는 일이야. 내가 피아노 연습하는 동안 은지를 잠간 교수님이 돌보아 주었었는데, 그때 있었던 일인가 보다.확인해볼게. 그럼, 너는 은지랑 다녀와.우리가 얘기하느라고 행사 진행이 더디어 지는 것 같아 신경이 쓰이네..."
" 그래? 언니? 지금 사진찍는 일이 그리 중요해? 그리고,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서울에 계시는 현이사님께서 알고 계셔?“
아니? 야가 왜 이리 도전적이지? 기분이 상하는 것을 누그린다.
"현수야, 그것은 우리 부부사이의 일이야. 네가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나중에 보자."
"어머! 언니, 정말 놀랍네. 허참..."
더 말하고 싶은 표정을 거두며 마지못해 나간다. 한 손을 잡힌 딸애는 거의 울상이 되어 따라나가고...
아무 영문을 모르는 로렌스가 여자의 표정을 살피다가 말문을 연다.
"제이드! 제가 알아야 할 일 같은데요.. 무슨 일이에요."
"예, 아셔야 되고...저에게 납득가는 대답도 해 주셔야겠어요"
"예? "
"어제 은지가 교수님과 방영되었다는 것이 어떤 사정인가요?"
"아? 벌써 방영 되었다구요?
허 !!이것참! "
아니 이 양반도 모르는 일이라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던지 아까 딸애랑 인사를 나누었던 비디오맨이 다가온다.
"제이드라시라고요.. 저는 비디오 촬영기사 클레멘스입니다. 두 분 말씀하시는 것 보고 설명드릴려고 합니다. 어제 제가 앞으로 다가 올 '아버지 일요일' 특집을 위하여 프라터라는 유원지를 찾았었어요. 그런데, 어디선가 '프로페소아!'라고 부르는 여자애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억양과 톤이 오스트리아 어린애 소리가 아니라 목소리 쪽으로 찾아가니 로렌스 교수님과 어린 소녀가 다정하게 있더라구요. 죄송하지만 저의 직업적 근성이 발동하여 비디오 촬영을 허락 없이 했어요. 그다음 교수님과 대담도 나누었고요. 저희는 예전부터 잘 아는 사이에요.
어찌된 영문으로 꼬마와 이곳에 계시냐고 여쭈었더니, 반주자가 연습 중이라 지금 대신 애를 봐 준다고 하시더라고요. 정말 저는 놀랬습니다. 저분이 그럴 정도로 반주자를 배려해 주신다는 것은 아직까지 없었던 일이었거던요. 오히려 항상 반주자와 여러 상응되는 견해로 유명하셨으니까요.
나중에 방송국에 돌아와 편집국장과 그 얘기를 했더니, 저녁 문화뉴스에 녹화된 것 중 어린아이는 놀이기구 타는 실루엣만 잠깐 보이게하고 교수님과의 대화는 방영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교수님께 의논차 전화를 드리려고 했는데, 어제따라 연락이 통 안 되더라고요. 편집국장이 교수님과 잘 아는 사이니까, 그 정도는 이해할 것이라고 저녁 방송에 내보내는 거로 결정되고 그렇게 시행한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따님 은지의 모습은 정확하게 안 나왔습니다. 그저 교수님과의 대담중 반주자의 따님과 놀이터에 계시다는 내용이 언급되었습니다.“
내용을 다 들은 로렌스는
"클레멘스, 그런 일이 있었구만. 어제는 내가 피곤하여 귀가하면서부터 일절 전화를 안 받고 일찍 자리에 들었으니 문화뉴스저널도 못 보았네 그려.. 제이드! 저를 믿어요. 이 사람이 무례하게 은지를 보이지는 않았을 거에요.혹시 방영내용을 보고 싶으면 클레멘스가 보여줄 수 있을 거에요. 클레멘스! 그렇게 해줄 수 있나?"
? 예.. 그럼요 ... 얼마든지요..그런데 방영을 본 사람들이 모두 그 꼬마가 귀엽다고 제대로 얼굴을 보여달라고 한답니다 . 멀리서 부르는 '프로페소아!' 라고 들리는데 얼마나 낭낭한 소리였던지요. 모든 시청자들이 얼굴도 그리 명랑할 거라고 상상한답니다. 허허허!“
"하!하!하! 이 사람이 왜 이러나! 나도 어제는 은지한테 수도 없이 교수라는 소리를 들었다네.. 저녁에 혼자 있는데도 들리는 것 같더라고.."
여자는 일단 안심을 한다.딸애가 제대로 안 보여지었다니..그런데, 교수의 대학반주자가 왜 현수에게 전화까지 하여 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며 무슨 소리를 했길래 현수가 섭섭하다고 하는 것일까? 그래, 우선 여기서 접고 오늘 일을 해야지..나중에 천천히 알아보아야지...
"제이드, 이제 이해되었어요?"
"예. 그래도 제가 모르는 사이 일어났다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아요. 다음에 다시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예, 물론이지요 죄송합니다."
클레멘스가 정말 정중하게 머리를 조아리며 사과를 한다.
"되었어요. 클레멘스씨. 그런데, 저의 애가 프로페쏘아를 그리 연방 부르며 놀이기구를 탔다는 것이 재미있으면서도 애처롭습니다.독일어와 영어를 못 하는 처지에 에미가 유일하게 가르쳐준 교수님 호칭만 부르며 자신의 의사표시를 제대로 못 하니 얼마나 안타까웠을까요...에미로서 미안한 맘이 들어 이렇게까지 하며 교수님 반주를 해야하는지.. 싶어지네요."
"아! 아니에요. 댁의 따님은 어제 참으로 즐거워 했어요. 거기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총명하다고 귀여워했고요. 말은 안 통해도 다른 어린이들이 하는 그대로 하는 것이 얼마나 신통하던지요...제가 미리 제이드씨 양해를 받았더라면 은지특집을 만들고 싶은 정도 였어요. 자! 이제 맘을 놓으시고 오늘 촬영에 들어가시지요."
클레멘스의 얘기가 끝나자마자 우루루 촬영반이 들어온다.
그중에 한 사람이 다가오더니,
"오, 당신이 오늘의 주인공 제이드? 저는 사진담당 오토입니다. 반가워요. 자, 그럼 저기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그래.. 이제 부터 진짜 시작이야. 모두 잊자. 지금에 충실하게...시간은 이리도 어김없이 흐르잖아..
로렌스와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쳐다보는 모습, 여자 혼자 피아노를 치는 모습, 로렌스 혼자 노래하는 모습, 수도 없이 조명기구를 바꾸어 가며 사진을 찍는다. 모든 이들의 표정이 얼마나 진지한지 여자도 감염되어 진지한 표정을 짓게된다.
"제이드! 당신 사랑해 보았지요? 바로 그 순간의 기뻤던 때를 떠올려 보아요.. 그럼 긴장이 풀릴거에요.."
사진작가 오토는 여자의 긴장을 풀게하려고 여러가지로 노력한다.
후후.. 사랑의 순간?
긴장이 풀린다고요? 오메.. 을마나 더 떨리는지
당신은 모르시는군요?
순간 여자가 웃는 모습을 보며,
? 바로, 그 모습이에요.. 좋아요. 역시
사랑해본 사람만이 가지는 그 모습 허허허!!“
로렌스가 그녀를 쳐다보며,
"정말 당신 멋있는 사랑을 해 보았군요?"
아니 이 사람들이 웬 사랑타령들이지.. 크크 !
"좋아요,좋아! 파울 !
당신 지금 제이드를 사랑하는군요?"
오토가 농담을 섞어 말한다.
어머머! 저 이가 어찌 저런 말을... 아니?
"허허허! 제이드 놀란 눈이 토끼 같은데요.. 시선을 저기 천장 모퉁이로 보아요.. "
탸햐! 이 사람은 사진을 찍는거야, 코메디언을 하는 거야 후후!
"파울 ! 제이드의 왼쪽으로 가서 그녀의 오른쪽 어깨를 잡으며 시선을 그녀에게 두어요. 제이드는 그의 시선을 피해 저쪽으로 보구요... 시선이 직접 부딛히면 좀 유치하거던요. 오케이?“
오토의 주문이 떨어지자마자 로렌스는 앉아 있는 여자의 왼쪽으로 와 서서 자연스럽게 여자의 오른쪽 어깨위로 손을 얹는다.
어머! 아... 이래도 되는거야?..
로렌스의 손이 따뜻하다. 가슴이 퐁당 거린다.저절로 시선을 피해 오토가 보라는 쪽을 본다.
? 하하! 제이드 얼굴이 핑크네... 어이 분장사 좀 오라고해 ?
아구머니나! 이를 어째 내가 촌스럽게 구나?...
? 제이드! 걱정하지 말아요.. 오토가 일부러 농담을 하는 거에요. 당신 지금 너무 잘 하고 있어요. 모두 당신의 포즈에 놀라고 있어요. 이제 조금 있으면 첫 번째 프로그램 사진찍기는 마칠 거에요.“
로렌스가 여자를 안심시키려는지 더욱 어깨를 힘을 주어 잡는다.
"어! 파울 ! 너무 힘주는 거 아니야? 역시 무대연주가로 그대는 태어난 게 맞는군 허허허! 자자자! 첫 번째 칼라촬영은 성공적입니다.이제부터 30분간 휴식하고 흑백사진 촬영준비합시다. 연주가들은 의상을 그 사이 갈아입도록 하고.“
? 짝!짝!짝!“ 오토의 말이 마치자 모두들 박수를 친다.
여자는 안도의 숨을 들이키며 촬영방을 나온다. 그런데, 문가에 한 남자가 서 있다가 여자를 보자 싱긋 웃는다. 누구더라?... 어디서 보았었지? 안경을 안 써서 그런가 ? 확연하게 안 보이네..살짝 같이 웃어주며 나온다,,, 누구지?.
그는 여자가 잘 통과하게 문가를 비켜나며 안쪽으로 들어간다.
? 오! 클라우스! “ 로렌스가 그에게 인사하는 소리에 여자는 깜짝 놀란다.
클라우스? 아 ! 그럼, 그 지휘자?
어머나.. 맞아! 연주회에서 보던 턱시드차림이 아니라 달라 보였네..
그런데,
왜 여기는 왔지?
(계속)
"제이드! 잠깐 이리 와 볼래요?" 로렌스가 여자를 부른다.
왜 그러지? 옷 갈아입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촬영장소로 들어간다.
"클라우스, 이 사람이 저의 반주자 제이드에요. 그리고, 제이드! 인사해요. 이분이 지휘자 클라우스에요."
그가 소개를 하자 여자는 그냥 머리를 약간 숙이며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한다.
"아, 그러잖아도 어제 저녁 문화저널에서 파울이 말하는 것을 보고 누군가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네요. 반가워요.내가 오래전에 한국에 갔었는데 ... "
"오셨던 거 알아요.방송에서 많이 뵈었었는데요.."
"그래요? 정말 반가워요. 우리 파울이 이리도 자랑스러워하는 반주자를 만나서 다행이에요.. "
"호호 아직 제가 반주하는 것을 못 보시고는.."
"하하하!!! 파울이 만족하면 다 감을 잡을 수 있어요."
"예.. 부담이 점점 되어요."
"참! 딸애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디 있나요? 어제 `프로페소아`를 어찌 그래 예쁘게 부르던지.."
? 하하하! 클라우스도 보았는데, 우리는 그 방영을 둘 다 못 보았어요, 그 꼬마 아가씨는 지금 외출 중인데, 조금 있으면 돌아올 겁니다.오후 시외촬영에는 데려갈 계획이거든요.“
? 오늘 못 보면 파울독창회날 보면되겠네.. 참! 오늘 밤 우리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있는데, 파울과 제이드가 시간나면 오지그래. 지금 리허설 중 휴식시간이라 내려왔다가 자네 사진촬영을 참관했네그려 허허허!“
? 오늘은 힘들 것 같아요.우리 촬영이 마치면 둘 다 피곤할 것 같고..“
? 오케이, 그럼 다른 기회를 만들고... 참! 나타샤와 제이드 나이가 비슷하니 한 번 같이 만나 사귀면 좋겠네.내가 자주 연주여행을 다니니 나타샤가 요즘 종종 우울해하거든.. 제이드도 나타샤처럼 젊으며 같은 외국인이라 이해도 좋을 것 같네..“
무슨 얘기를 하는 것이지 .. 나탸샤는 누구고? 나처럼 젊다니? 클라우스 나이가 50이 넘은 거로 아는데... 뭔 소리이지...
? 클라우스! 제이드는 오늘 촬영마치면 여행가려고 하거든요. 글쎄, 그렇게 시간이 나면 좋겠지만..
안 그래요? 제이드?“
? 예, 그런데, 아직 정확한 날짜는 안 잡혔어요..“
? 오케이! 언제 기회가 되면 만나게 되겠지요. 제이드! 파울독창회에 꼭 갈께요. 파울! 나도 이제 리허설 계속해야하니까 다시 올라가야겠소.우리 서로 전화합시다. 참! 로렌스옹의 건강은 어떻소? 안부 전해 드리고.. 다음에 만나면 야단 치실 것 같네..후견인에게 통 연락을 안 드린다고 ..은근히 겁나네그려 허허허!“
로렌스옹은 또 누구? 좌우지간 두 사람이 이름으로 대하는걸 보니 친한 사이인가 보네..나이는 차이가 나더라도..
그가 자리를 뜬다.
? 제이드, 어서 가서 옷 갈아입어요.“
? 예, 그런데 리허설을 어디서 한다는 것에요, 저분이?“
? 바로 이 건물이 뮤직페어라인이 속한 것이잖아요...그러니까 바로 요 위에 있는 ?황금의 홀’에서 하는 것이에요. 오케스트라 전용 화장실도 이 피아노사가 사용하는 곳과 같은 층이라 종종 여기서 단원들도 만나게 되지요..“
? 예.. 그렇군요 호호! 화장실에서의 미팅이라 (푸후후!)“
? 제이드! 당신은 참 신기한 능력이 있어요.어찌 그런 표현을 재치 있게 하는지.. 하하하!
자 서두릅시다. 나도 옷 갈아입어야겠네요.“
여자는 바깥으로 나오면서 스스로 생각해도 혼자 웃음이 가득하다.
화장실 오가 다의 만남? (크크!)
분장버스로 들어오니 어느새 분장사와 미용사가 대기하고 있다.
? 제이드! 오늘 첫 번째 촬영 아주 잘 했어요. 전에도 경험이 많은가 봐요..“
? 아니에요.. 그냥 사진작가 오토가 하도 농담을 잘 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 예, 그런 것이 그 사람 특기에요. 그래도 다른 사람들은 긴장하면 하나도 안 웃어요, 그런데 제이드는 어찌 그리 즉각 즉각 반응을 잘 나타내는지..아까 촬영반 몇 사람들이 그러는데, 제이드는 끼가 많다던 데요ㅎㅎ."
? 예? 끼라니요?“
? 놀라지 말아요... 그러니까 여기 예술하는 사람들이 좋은 의미로 하는 말이니까요.. 태어난 자연적인 표현력이 넘친다..뭐 그런 의미로요..“
? 예.. 그렇군요.참! 그런데, 지휘자 클라우스 부인이 젊어요? ?
? 어떻게 알아요? 누가 그래요?“
아차! 이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말했나?
? 하긴 젊은 연인이 있다는 소리는 들었는 데요...“
? 아니에요..제가 잘 못 알아들었나 보아요.. 자, 그럼 저 옷 갈아입을께요.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요..“
여자는 거울 뒤로 들어와 초록옷을 벗고 흑백색 옷을 입으며 벽거울을 쳐다보다 깜짝놀란다.
거기에는 처음보는 여자가 있는 것이다. 좀 더 거울쪽으로 바짝 닥아가 얼굴을 유심히 쳐다본다.
지금 어디에 있는거야?
어디로 가는거지?
? 제이드 옷 갈아입었으면 빨리 나와요.정말 시간이 얼마 없네요.“
? 오케이! 이제 나갈게요“
여자가 나오니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 제이드, 당신이 다른 사람으로 보이네요.. 무슨 생각을 하였어요.?“
무슨생각을 했냐고?..아니 이사람들이 어찌 그런 생각을 하지? 참!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잠시 생각해보았어요...“
? 아, 그랬군요.. 어리둥절해요? 그런데, 제이드 표정은 흑백색 의상때문인지 차분해 보여요.
무어랄까 새로운 결심을 한 옹골진 모습 같기도 하고..“ 라고 분장사 베로니카가 말한다.
? 그래요? ...결심까지는 아니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는가..라고 되뇌어 보았지요.“
? 좋아요. 좌우지간 제이드의 변신한 표정이 새롭네요. 화장은 흑백사진을 위해 좀 더 입체감나게 몇 군데 볼게요. 그냥 의자에 편하게 앉아 봐요.“
여자는 분장사가 하라는 데로 앉는다.거울을 통해 뒤쪽에 서 있는 미용사 에릭이 보인다.
그녀와 눈길이 마주치자 그가 말문을 연다.
? 제이드, 피곤하지는 않아요? 조금 상기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 글쎄요,그냥 조금 전에 우연히 지휘자 클라우스를 만나 몇 가지 얘기를 했더니 좀 놀라워서요..
무대위의 모습과 평소의 모습이 많이 다르네요.“
? 허허허! 그게 그래요.. 제이드도 지금 그렇거던요.
분장 전 보통모습과 지금 분장, 미용, 의상 제대로 한 차림모습이 얼마나 다른데요.“
? 어머 그러네요 ㅎㅎㅎ“
? 제이드, 당신이 웃는 모습은 언제나 같아요. 화장 전이나 후나..당신의 장점이에요..기억하세요“
아니 저 사람은 헤어디자이너라면서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아..
베로니카가 분장을 마치고 나가자 에릭은 여자의 머리를 다시 손보기 시작한다.
아까와 달리 오른쪽 머리를 치켜올리고 왼쪽은 쏟아지게 해 언밸런스로 강조한다.
? 제이드, 흑백사진에는 포인트가 필요해서 이렇게 했어요.어색해요?“
?아니, 괜찮아요.원래 언밸러스 머리를 하고 싶었는데, 남편이 얌전해 보이지 않는다며 못하게 해서 참고 있었어요. ㅎㅎ“
?남편이 좀 보수적인가 보네요..“
?글쎄요.. 그럴지도..“
여자가 애매하게 대답하자 에릭이 심각한 표정으로 거울 속 그녀에게 말한다.
? 제이드,저는 영국사람이에요. 이곳 비엔나에 와서 많은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배운 것이 있어요.
모두 예술에 임할 때는 철저하게 그속에 용해되는 것이에요.. 제이드는 지금 비엔나에서 처음으로 시작하는 것이지요...오늘부터 이 연주회를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것에 자신을 가지세요.. 스스로의 자신감이 바로 보는 사람들에게도 전해지는 법이에요... 한국에서의 일상적으로 타성화되었던 것들도 이제 얼마동안 배제하고 가슴을 열어요. 알았지요? 왜그런지 제이드에게 충고를 해주고 싶어서요.제가 처음 여기 왔었을 때 생각이 나면서..저는 원래 연극을 했던 사람이에요.. 그러다가 운명적으로 미용을 하게 되었네요..아! 이제 나가야겠어요.. 제가 긴말을 했네요. 미안!“
응 그랬었구나.. 연극을 하였었다니..
여자가 분장차를 열고 나오니 로렌스가 기다리고 있다가 환하게 웃어준다.
? 제이드,할 말을 잃었네요...정말 이 의상이 어제보다도 잘 어울리군요. 헤어스타일도 옷과 어울리고....자, 들어 갑시다.“
안으로 들어가니 피아노와 조명기구가 달리 배치되어있다. 오토가 다가온다.
? 제이드, 흑백사진은 음영이 매우 민감해요.아까 칼라촬영은 내가 하라는 데로 너무 잘 해서 일찍 마치었는데요.아마 지금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거에요.그리고 음악의 제목 '겨울 나그네'를 상징하는 컷에 주력할 거니까요. 고독한 표정을 잘 연구해서 보여주기 바래요.“
고독의 표정? 연구는 무슨 연구..불쑥불쑥 찾아오는 고독이라는 친구가 있는데 뭘...
? 와! 맞어요 .. 바로 그런 표정이에요.“
여자는 오토의 과장된 톤에 실소가 나온다.
? 야! 이제 보니 제이드가 연극배우 뺨치네..야!!!!느네들 어서 촬영 준비해.. 그리고 제이드는 피아노 뒤로 가서 저기 창가에 서봐요..몸을 80퍼센트 돌려 얼굴을 햇빛 쪽으로 하면서 살짝 안 쪽으로 20퍼센트로 해봐요.. 어서요.. 지금 햇살이 사라지기 전에..“
아니, 이 사람은 아주 지 맘대로네..
여자는 창가로 간다. 바깥에는 지나는 사람들이 창가로 못 가게 줄을 막아 세워 놓았다.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구나...생각하며 오토가 하라는 데로 해본다.
? 제이드, 몸은 그대로 하고 얼굴만 이쪽으로 좀더 살짝 돌려요.“
바깥을 보던 시선을 안으로 비스듬히 돌린다.
? 오케이! 좋아요.. 그 표정 그대로 머무러요.. 파울! 어서 제이드 뒤로 가서 당신은 창 밖을 바라보고. 어이 ! 2호 카메라는 가까히 가서 두 사람 얼굴을 잡아요.“
참 주문도 다양하네..웃지를 말라니 웃지도 못하고.. 힘드네.
로렌스가 다가와 여자 뒤로 서며 속삭인다.
? 제이드, 저는 지금 당신과 이렇게 창가에 서 있는 것이 행복해요. 그런데 제이드는 은지와 떨어져 하는 일이라 힘들지요? 이제 조금 후에 촬영이 끝나면 시외로 나갈 때는 데려갑시다.
당신의 고독이 스며나오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이 뭉클하게 그런 생각이 드네요.“
그의 목소리는 .. 어찌 이리도 내 맘 속으로 녹아 들어오는가..은지생각을 이리도 해 주다니..
오히려 여자는 촬영내내 한번도 딸애를 떠오르지 않았던 것에 놀라우며 딸애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나는 이런 엄마인가?
(계속)
-40.-
여자는 로렌스가 하는 말에 아무 대답을 할 수가 없다. 그냥 갑짜기 모두 놓아 버리고 그 전으로 돌아 가고 싶다.피곤한 것일까?
? 제이드! 너무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파울! 무슨 소리를 해서 제이드를 우수 깊게 하는 거요? “
기획자 토마스가 어느새 들어와 있었는가 보다. 그가 파울에게 주의를 주며 여자에게 다가온다.
? 제이드, 좀 피곤해요? 이제 연주하는 것만 더 찍고 휴식 겸 점심식사를 할 거에요.당신 여태까지 아주 잘 했어요. 참으로 놀라워요. 이제는 표정을 아까 칼라 찍을 때보다 약간만 깊게 해 봐요“
라고 말하더니 오토뒤로 물러선다.
흠, 깊게?...당신들이 주문하는 것들이
피곤하거던요?
그녀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오케이! 제이드. 그 표정 좋아요. 야! 너네들 뭐해 빨리 셧터 눌러야지..“
오토는 보통이 아니다. 여자의 심경을 재빨리 읽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여자가 단독으로 피아노 치는 것과 로렌스와 노래를 마추는 컷이다.
? 제이드, 그냥 이번에는 당신이 평소에 반주하는 그대로 하면되어요.파울은 알아서 하니 내가 말 안해도 되고 ...“
그녀는 로렌스가 펼쳐주는 곡을 치기 시작한다. 로렌스는 앞을 보고 노래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여자를 향하고 부른다. 카메라 셧터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지는 가운데 둘이는 한 호흡이 되어 곡을 이어간다.
드디어 한곡이 끝났다. 모두 숨을 죽이고 아무소리도 안 한다.
로렌스가 여자에게 다가와,
? 제이드, 일어나요..
인사를 해야지요?“
아니, 연주회도 아닌데..
그가 그녀의 손을 붙잡고 가운데로 가서 인사를 하는 포즈를 하자 그녀도 살짝 허리부분만 숙인다.
부라보!! 짝짝짝!!!!
갑자기 장내는 박수소리로 넘친다.
이 사람들 재미있네.. 모두 연극배우들인가봐
ㅎㅎ
? 제이드, 오늘 오전 촬영은 이제 마쳤어요. 이제 시외로 가야지요.수고했어요.“
기획자 토마스가 흡족해 하며 말한다.
여자가 멋적어서 다시 피아노 쪽으로 가려는데,
?엄마! 너무 예뻐! 엄마! 우리엄마!“ 딸애가 닥아온다.
?어머나 언제부터 왔니?“
?조금 전 교수님이 노래할때 부터..“
? 그래 잘 놀았어?“
딸애와 얘기를 하며 옆에 서있는 현수를 보니 뾰족한 턱이 더 뾰족하게 보이는 얼굴로 쳐다보고있다.
? 현수야. 수고 했다.너도 우리 곡하는 것 보았겠네?“
? 응, 그저 놀라울 뿐이야.
얼마나 교수님과 자주 마추었으면 이리도 호흡이 척척
맞나 싶네.“
?얘는 무슨 소리를 그리하니? 어제 하루 마추었어“
?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여자는 아무 소리 안하고 현수를 바라본다. 왜 이렇게 야가 비비꼬인 것일까?
? 현수! 수고했어요.
우리 이제 점심먹으러 가는데 같이 가요.
오후에는 우리끼리 은지를 보아도 되니까, 식사 후에 현수는 돌아가도 되어요.“
로렌스가 현수에게 친절히 얘기한다.현수는 잠시 여자를 쳐다보더니,
? 교수님, 오후에 제가 안
필요 하시다면 점심은 사양하고 지금
돌아가겠어요.“
? 허, 그래도 식사는 같이
해야지요. 수고해서 미안한데..“
? 아니에요..그럼 내일 레슨시간에
뵙겠어요.“
? 현수야, 우리 같이 가자. 너랑 얘기도 하고 싶은데..“
여자가 현수의 손을 잡으며 권한다.
현수는 그 손을 확 뿌리치며,
? 언니! 언니는 내가 그냥 집에 가기를 원하잖아?,, 왜냐면, 내가 지금 본 것들을 말해서 혹시라도 한국 사람들에게 어떤 소문이 날까 봐,, 안그래?“
여자는 기가 막히다.
? 소문은 무슨 소문?“
? 언니가 지금 촬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다 언니와 교수님사이를
연인으로 볼걸?“
연인이라니?
? 현수야, 네가 어찌 내생각을 그리 단정짓니? 그리고 다른 한국사람들 생각도.. 네가 보다시피 나는 기획자와 사진작가의 의도대로 포즈를 취하는 것이잖니?“
? 언니, 알았어
.. 그럼 다음에 연락해 . 나는 간다.“
쌀쌀히 말하고는 나간다.
그래, 네 맘데로 해... 여자는 생각하며 딸애와 분장차로 간다. 차 안에는 분장사 베로니카와 미용사 에릭이 기다리고 있다.
? 제이드, 이번 사진찍는 것 우리도 숨죽이고 보았어요. 어쩜 그리 두 사람호흡이 잘 맞아요?
비디오
사진기사가 혀를 내두리더라고요.. 재 촬영필요없이 녹화하는 일이 처음이었다고 ..“
?어머, 비디오 촬영도 했어요? 저는 연주에 신경쓰느라 못 보았었어요.“
?그 기사가 보통기사가 아니라, 제이드 신경 안 쓰게 멀리 자리 잡고 있었을 거에요.“
? 그랬군요...“
?오후 촬영은 자유복 입고 자연스럽게 산책하는 모습을 잡는다고 하네요, 그래도 우리가 따라 갈 거에요. 딸아이는 사진 찍는 동안 우리가 보아줄게요..자, 그럼 잠간 얼굴과 머리를 만진 후 옷 갈아입어요. 저희들이 연주 의상들 챙길께요.“
여자는 두 사람이 도와주는 데로 화장을 가볍게 지우고 머리도 자연스럽게 고친 다음 그들의 친절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한 후 갈아입고 나온다. 밖에는 로렌스와 토마스 등등 관계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 제이드, 시장해요? 지금 비엔나에서 식사 할까요? 아니면 사진 찍으러 가는 비엔나 숲 있는 데서 식사 할까요...이동시간은 약 40분 걸릴 거에요.“토마스가 정중하게 묻는다.
? 그러면 그곳에 가서 하지요...“
여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토마스는 로렌스에게 말한다.
? 파울! 당신은 제이드 모녀와 같은 차로 쉬면서 가요, 저기 운전기사가 대기한 차로..다른 사람들은 분장차로 같이들 갑시다!“
? 아니요, 내 차로 내가 운전하면서 제이드와 가겠소..촬영 후 돌아올 때 내차로 직접 돌아 오는 것이 더 편할 것 같으니..그럼 나먼저 떠나오. 거기서 봅시다"
로렌스를 따라 세워 놓은 차로 가니 그가 뒷문을 열어 딸애를 태어주고 안전벨트를 묶어준다.
그녀가 딸 옆으로 타려고 하자,
? 제이드, 제 옆에 앉아요.
가면서 얘기 할 것도 있고요..“
하며 앞자리 문을 열어준다.
? 그래도, 은지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요..“
? 하하, 매일 같이 살아도
그리 할 얘기가 많어요?“
?아니, 아침내내 떨어져 있었잖아요..잠깐만이요..
은지야, 엄마 앞에 타고 가면서
교수님과 할 얘기가 있는데, 괜찮니?“
? 응, 엄마가 영어하면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해. 나 혼자 뒤에 앉는게 더 편해 ㅎㅎ“
그렇기도 하겠구나..
여자가 뒷문을 닫고
로렌스가 열어준 앞문으로 들어가 운전자 옆자리에 앉는다.
그가 앞문을 닫어주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자마자 시동을 걸며 유쾌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 자!, 제이드 이제부터는 우리 셋이서 산책을 간다고 생각해요. 지금 가는 곳은 근교 '힌터뷰릴'이라고 하는 지역이에요.슈베르트가 종종 찾으며 산책하던 곳이지요. 은지도 그곳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좋을 거에요.“
?아, 그래요?“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얼마 동안 차안에 적막이 돈다.
? 제이드, 아까 현수학생이 뭐라고 했길래 그때부터 표정이 어둡지요? 내가 알면 안되나요?“
? 아직은요..제가 나중에
현수하고 좀 더 얘기를 나누어야 할 것이에요.“
현수가 한 말들을 잊으려고 하였는데 로렌스가 말을 꺼내니 다시 생각이 든다.
?그럼, 오늘은 다 잊어버리고 즐겁게 지내요. 저는 지금 너무나 즐거워요. 당신과 같이 음악회 준비를 한다는 것 외에도 이렇게 같이 지내는 순간들이 ..더욱이나,당신이 화장벗은 평상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내 곁 가까히서 바라보는 바로 지금이..“
여자는 그가 하는 말을 다시 천천히 새겨본다. 도대체 이 사람이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이지..그런데 왜 내가 그가 말하는 것에 진동되는 것이란 말인가.우리는 연주를 위해 한정된 기간 동행하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생각에 잠기는 것을 느끼는지 로렌스도 조용히 앞을 응시하며 운전한다.여자가 뒤를 돌아보니 딸애가 잠들어 있다.
아침일찍일어나 피곤하구나.. 그래 좀 쉬거라.
여자가 다시 앞쪽으로 몸을 돌린다.
? 제이드, 이제부터 나에게 파울이라고 불러요, 로렌스는 성이라서 친한사람끼리는 그냥 앞 이름을 부르니까요. 나도 제이드라고 부르는 것처럼..자, 한번 불러봐요“
ㅎㅎ여자는 그냥 웃는다.
? 어서요.“
? 아직 습관이 안되어서 어려워요. 나중에요.“
? 그렇군요.. 당신에게는 내가
아직 어려운 사람이군요..“
? 아니, 사람이 어렵다기 보다, 제가 부르는 호칭을 바꾸는 게 어색하다고요“
? 알았어요. 그러니까 더더구나 파울이라고 불러야 되지요, 그렇게 부르다 보면 더 친해지는 것이니까요 .. 나하고 친해지는 게 어색해요? 하하!“
? 나중에요.. 지금은 안 되어요.“
? 알았어요.. 그럼 이따 사진찍으며 산책하면서요.. 그럼 더 사진에도 다정하게 나올거에요“
어머나! 지금이나 이따가나..
별 시간차이도 없는데..
차는 어느새 조용한 시골길로 들어선다.
? 제이드, 오늘 식사하는 '휄드리히스뮐레 '식당에서 슈베르트가 보리수를 작곡한것이에요..신기하죠? 그가 머물던 곳에 우리가 같이 식사하고 산책도 하고..그리고 그의 노래를 같이 부르고... 저는 여러번 그의 노래를 불렀었지만 지금처럼 실감나게 감동이 오는 것은 처음이에요... 모두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의 피아노 소리가 저의 노래소리를 날아 올리게 하는 것이 놀라워요.“
여자는 로렌스의 말을 들으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이파리들이 햇빛에 반짝거리는 커다란 나무를 바라본다. 바로 그 나무아래 옆벽에 슈베르트의 얼굴과 보리수악보가 그려진 것이 보인다.
아! 여기가 그곳이구나
로렌스가 차를 세운다. 그녀는 차창을 통해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과 모든 것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것이다.
여자가 잠시 하늘을 보며 앉아있는 동안, 로렌스가 그의 팔을 돌려 그녀의 안전 벨트를 풀어준 뒤
벨트가 반동으로 튀지 않게 그녀의 가슴을 스쳐 제자리로 살며시 놓아준다.
어지러워요..
사는 일이 너무 바빠
봄이 간후에야 봄이 온줄 알았네
청춘도 이와 같아
꽃만 꽃이 아니고
나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인생이 길다 한들
천년 만년 살 것이며
인생이 짧다 한들
세월 어찌 막으리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6월 같은 사람들아
피고 지는 이치가
어디 꽃 뿐이라 할까
2014년 삼월중순에 한여자 1부를 마치고
삼개월이 지나고 있다.
이번 6월은 여러번 여행을 하면서
찬란한 6월을 느끼게 되었다.
찬란함에 밝아지는 나자신에
아직도 젊다는 용기가 생긴다.
시인 이채님의 글에 동감하면서
앞으로 남은 6월에 더욱 더 깊이 잠기고 싶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김용택·시인, 1948-)
제가 가장 좋아하는 교향곡이 흐르네요^^
빨리 후편이 기다려집니다.
멘델스존의 교향곡 4번 이탈리아의 1악장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