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목소리/신금재  


새해가 시작되면서 연일 뉴스에서는 캐나다 동부 소식이 전해졌다. 눈폭풍으로 나무가 쓰러지고 전기선들이 끊어지면서 며칠째 집에 전기가 공급되지않는다고 하였다.

뉴스를 볼 때마다 동부에 사는 선배님 생각이 났다.

가게를 하신다고 하였는데... 혹시 전기가 나가서 손해를 본다거나 집안이 추운거는 아닐까.

머릿속에서는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도 선뜻 전화를 걸지 못하였다.


크리스마스 부터 정초까지 받은 열흘 정도의 휴가는 순식간에 지나가버리고 다시 데이케어 아이들이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아이들은 훌쩍 커버려서 기저귀를 차던 앤지도 이제는 화장실에 간다며 엄마가 자랑을 하고 침대에서는 자지않으려고 울던 니카도 의젓하게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아이들은 지나간 휴가 동안 더 발달이 되어서 돌아왔는데 문제는 정작 나였다.

휴가 동안 몸 전체가 휴식 코드에 들어갔는 지 일 시작 첫 날부터 몸이 뻐근하였다.

이제 내일이 금요일이니 하루만 더 버티자, 하면서 위로를 하여도 몸은 점점 굳어지는 나무처럼 변해갔다.


간신히 하루일과를 마치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다시 휴식 코드로 돌아갔다.

좋아하는 신부님 강론도 들으면서 따스한 차를 마신 후 겨울잠에 들어가는 한 마리 곰처럼 기어들어 가고있었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캐나다 동부에 사는 선배님이었다.

-목소리는 여전하네.

-어이쿠, 선배님, 제가 먼저 전화를 드렸어야하는건데...

-무슨 상관... 잘 지내지요?


전화선 너머로 자잘한 일상 이야기가 오고갔을 뿐인데, 참으로 이상하였다.

몸이 개운해지며 마치 치유를 받은 마음의 상처가 날아가듯 가벼워졌다.

그렇다면 목소리에도 그 어떤 치유의 힘이 있는걸까.


다음날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일어나 생각에 잠겨본다.

나는 누구에게 그런 목소리를 전해준 적이 있었던가.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데 신세진 분들에게 정성스런 카드 한 장 보내기를 게을리한 자신을 돌아보면서 이제부터라도 누군가에게 반가운 목소리를 전해주고 싶다.


창밖에는 새해를 축복해주는 서설이 조용히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