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문정희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누가 몰랐으랴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끼리도 
끝까지 함께 갈 순 없다는 것을.. 

진실로 슬픈 것은 그게 아니었지 
언젠가 이 손이 낙엽이 되고 
산이 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 언젠가가 
너무 빨리 온다는 사실이지 
미처 숨돌릴 틈도 없이 
온몸으로 사랑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하루 
잠시 잊었던 친구처럼 
홀연 다가와 
투욱 어깨를 친다는 사실이지 

(문정희·시인,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