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미사

詩 마종기
 


하늘에 사는 흰옷 입은 하느님과
그 아들의 순한 입김과
내게는 아직도 느껴지다 말다 하는
하느님의 혼까지 함께 섞여서
겨울 아침 한정 없이 눈이 되어 내린다.

그 눈송이 받아 입술을 적신다.
가장 아름다운 모형의 물이
오래 비어 있던 나를 채운다.
사방에 에워싸는 하느님의 체온,
땅에까지 내려오는 겸손한 무너짐.
눈 내리는 아침은 희고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