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구두 한 켤레의 詩
- 곽재구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쑬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소리가 들린다
내 귀는 얼어
한 소절도 듣지 못한 강물소리를
구두 혼자 어떻게 듣고 왔을까
구두는 지금 황혼
뒤축의 꿈이 몇번 수습되고
지난 가을 터진 가슴의 어둠 새로
누군가의 살아있는 오늘의 부끄러운 촉수가
싸리 유채 꽃잎처럼 꿈틀댄다
고향 텃밭의 허름한 꽃과 어둠과
구두는 초면 나는 구면
건성으로 겨울을 보내고 돌아온 내게
고향은 꽃잎 하나 바람 한점 꾸려주지 않고
영하 속을 흔들리며 떠나는 내 낡은 구두가
저문 고향의 강물소리를 들려준다.
출렁출렁 아니 덜그럭덜그럭.
?어휴---민망하셨네요...
지난 월요일은 이곳 추수감사절이었어요
이민 초창기 시절에는 무조건 한국 추석에 맞추어 차례를 지냈지요
그러다보니 추석이 주말이면 다행인데 주중에는 참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몇해전에 누군가 말했어요
이곳에서는 추수감사절이 추석이라고...
모두가 휴일로 쉬니 서로 시간맞추기도 좋지요
빈대떡도 하고 전도 부치고 송편도 사오고 적도 하고...
예전에 한국에서 하던 양에 비하면 얼마안되지만요... 그러면서 많이 반성합니다...
일년에 여러차례 제사지내고 차례지내면서 툴툴거렸거든요---공자가 대한민국 망친다고,
왜 이런 쓸데없고 겉치레인 예절을 만들엇을까, 하면서 자식들에게 이런거는 물려주지말아야지--하였어요
그런데 이제 저도 아들 장가보내 며느리보고 손자보니 생각이 바뀌어지네요
내 나라 내 조국 떠나와 사는 삶에서 나는 과연 내 후대에게 어떤 것을 정신적인 유산으로 물려주어야하는지 ---
어느 것을 우리 가족만의 전통으로 전해주어야하는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날만이라도 선조들을 기억하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잠시라도 돌아보며 가족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지요---길어졌네요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가 묻어 있다 ---이 귀절처럼 차례를 지내고 돌아가는 아이들이 마음 한쪽에 고향의 옛추억을 기억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러게
세월이 지나면서 생각도 바뀌네~~
추석이면 형님들과 송편 빚고
설 명절 무렵에는 묵은지로 만두 만들고
이런 걸 억지로 했었는데~~~
시어머님이 많이 편찮으셔서 안하니까 허전해서
집에서 조금씩 송편 만두 만들어......
내가 펼쳐 놓으면
남편도 하고 딸도 해서
금방 끝나더라고~~~
며느리 사위 본 형님들은 당연히
넉넉하게 만드시는 거 같고(내가 가니 싸주시려고 하셨거든).....
실은 이 때 온 가족이 모여서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는다는 게
큰 의미가 있는 거 같은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많이 만든다고 불평불만 귀찮다는 생각만 들었으니~~~
그러니까 힘들다는 생각들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은 같이 만들어 봐야 하지 않나 싶은데....
며느리세대들은 싫어하겠지(나도 그런 며느리였으니까) ^.^
나이가 들어 가니
돋보기 쓰고 긴 소설을 읽기가 게을러 지고
이렇게 진솔한 시를 읽을 때 마음이 가다듬어지는 듯합니다.
어린 시절을 시골 벽촌에서 보낸 나는
고향의 소리를 들으면 따스한 추억이 피어 오르지요.
내 구두 뒤축-
걸음 걸이가 이상한지 며칠 전에는
구두 한 짝이 보도 블럭 사이에 끼어 발을 빼는 순간 뒷굽이 빠져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다보니 지나는 사람들이 나만 쳐다 보는 것 같아 어찌나 민망했던지..
구두 수선소를 어렵사리 찾아 말끔히 고쳐주는 아저씨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금재후배를 만나는 시간이 행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