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진정한 여행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어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A true travel
the most magnificant poem hasn't been written yet
the most beautiful song hasn't been sung yet
the most glorious day hasn't been lived yet
the most immence sea hasn't been pioneered yet
the most prolonged travel hasn't been done yet.
the immortal dance hasn't been performed yet
the most shine star hasn't been discovered yet
when we don't know any more what we are supposed to do
it's the time when we can do true something
when we don't know any more where we are supposed to go
it's the start when the true travel has just begun.
친구여!
우리가
이렇게 나이들어 갈 줄 생각이나 했었는가?
친구가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설레는 가슴으로 시를 읊은다.
우리 모두는 최상의 날들을 살지 않았다...
우리의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라고 시인은 말한다.
얼마나 미래에 대한 생의 충만함이 넘치는 글인가?
친구여!
조심하여 오시게나
2014년 10월 15일에
저도 이곡 대학입학하고 첫학기 시험곡으로 쳤었어요.
오른손 왼손 박자와 리듬에 주력하여 기하학적으로 연습했던..
그때보다 지금 모든 긴장을 풀고 들으니 이리 아름답네요.
그때는 이리 40년이 넘어서 즐길 수있을 줄 몰랐었는데요.
산다는 것은 이래서 흥미있는 것인가 보아요.
내일은 쉬는 날이라
이곡을 쳐보면서 즐겨보려고 해요.
이제 잠자리에 들기전에
다시 한번 싯귀를 음미해봅니다.
...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the most beautiful song hasn't been sung yet
~~~최고의 날들은 아직 오직않았다~~~~~~~~~
고 믿으니 좋네요.ㅎㅎㅎ
입시 부담때문이었나 베토벤의 다른 소나타에 비해 그다지 아름답다고 생각되지 않았고
입시후 단 한 번도 쳐보지않았었는데 10여년 전인가 피아니스트 최희연이 부산에 와서 독주회를 했어요.
피아노도 나쁘고 음향도 나쁘다는 곳에서 했는데(아마 그 당시 인지도가 낮아서였는지?)
이곡과 뭐 다른 몇 곡했는데 그건 기억이 안나고요.
암튼 감동적인 연주였어요.
유학에서 돌아와 서울대교수되고 얼마안된 시기였을 꺼에요.
최희연은 인천출신이고 부유하지않은 환경에서 공부한 걸로 예전에 피아노음악에 게재되기도 했었지요.
드레스도 흑백으로 수녀님같은 단정한 형태였고 엄청 겸손했어요.
(옥인후배가 입었던 옷 비슷하게 검정에 칼라같이 윗부분만 넓직하게 흰색ㅎㅎ.
요즘도 아르떼TV에서 보면 노출이 거의 없는 드레스를 입더군요)
기막힌 연주를 하고
"에고 너무 힘들어요!" 라고
부산대교수들이 "이제 아무도 이 피아노 탓 못하겠다!" 고 자조적으로 말하던 기억이 나네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의 이곡을 펼쳐보니 맨위에 1796/98년
'안나 마가레테 폰 브라우네 백작부인' 을 위해 헌정한 곡이라고 써있네요.
옛날에도 이런 내용을 알았었던지는 기억도 안나는데..
그래서 오늘 내친 김에 여기 저기 찾아보니
그 여인이 베토벤의 제자였을 가능성이 많다고 하고..
작품번호 10번에서 세곡( 소나타 5번, 6번, 7번)을 그 여인을 위해서 작곡했어요
오늘 6번 전 악장을 훑어보며
제자의 실력에 맞추어 곡을 썼구나... 싶어지는 거에요.
부분적으로 손가락 연습곡으로 유명한 체르니 교본곡도 떠오르구요.ㅎㅎ
체르니는 베토벤의 제자였어요. 그 체르니가 배토벤의 조카를 가르쳤기도 하고요.
제가 아주 오래전 베토벤에 대한 논문을 쓰며
14권의 베토벤전문서적과 전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그 때 발견한 사실이에요.
유명옥선배님 덕분으로 최희연피아니스트를 알게되고 찾아보았어요.
참신한 연주가이군요.
고국에 돌아가 꾸준히 정진하는 모습에 존경심이 우러나고요.
" 에고 너무 힘들어요!" 라고 했다는 부분에 같은 맘이 들어요.
화려한 유명곡보다 이런 연습곡 비슷한 곡을 아름답게 표현한다는 것은
일종의 수도사 길을 걷는 거나 마찬가지일 거에요.
베토벤이 35년간을 살았던 비인에서
저도 25년반을 살아가며 베토벤을 친구처럼
그의 작품과 친숙해졌던 오늘 정말로 행복했어요.
이제 비엔나 정원클럽 정기모임이 있어서 나가야 해요.
오늘 저녁에 전문강사의 세미나도 듣고
반가운 지인들과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아요.
윗 시인이라면
다르게 표현하겠지요?
두 분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지금껏 살았어도 느껴보지 못한 행복를 두 분의 대화와 올려진 시와 음악을 통해 느끼다 갑니다
정말 즐감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순정후배,잘 지내고 있기를 바래요.
가만히 듣고만 있어도 행복하다는 글에
저도 행복해져요.
오늘은 하루종일 일하고 들어와
이제 책상에 앉아 순정후배의 글을 만나면서
반가웁게 실제로 보는 느낌이에요.
진솔한 글은 생명력이 있어서
마음과 영혼을 만나게 하지요.
우리 또 봐요.
?어제는 아트쇼에 다녀왔어요 아크릴로 그린 자작나무 숲이 어찌나 멋잇던지요 요즈음 산길을 걸으면 자작나무가 말을 걸어오는 듯해요 눈을 부라리며 호통치기도하고 이파리 잔잔하게 속삭이기도하고 여명이 밝아오는 월요일 아침 베토벤 음악에 빠져듭니다
고전악기 리코더 연주를 들으며
시간을 거슬러 가본다.
시인 나짐 히크메트가 그려내는 아직 못가본 미래나
결국은 광활한 우주에서는 별차이가 안 나는 사이이겠지.
이 밤에 싯귀를 음미해 본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나짐 히크메트 <진정한 여행> (류시화 옮김)
시는 마지막 단어가 끝난 이후에 비로소 진정한 의미가 시작된다. 사랑이 끝난 다음에야 그 의미가 깨달아지듯. 삶은 많은 점에서 놀랍도록 역설적이다. 당신이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면 사랑을 모르는 것이다. 여행하는 방법을 안다면 여행의 의미를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랑과 여행은 아무리 반복해도 언제나 처음 하는 것처럼 미지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삶 역시 그렇지 않는가. 사는 법을 안다면 실제로는 사는 법을 모르는 것이다. 삶은 예측불가능한 것투성이이니까.
1921년, 열아홉 살의 터키 청년이 모스크바 대학으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혁명의 격랑에 휩싸여 있던 러시아의 가장 전위적인 시인이자 불온한 혁명가였던 마야코프스키를 만난다. 결국 권총 자살로 생을 마친 이 시인에게서 깊은 영향을 받은 청년은 터키로 돌아와 신문과 잡지에 글을 발표한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라는 이유로 곧 체포되었고, 28년 형을 언도받고 12년을 감옥에서 지낸다. 이 기간 동안 수많은 시를 썼으며, 공산 국가뿐 아니라 서양 국가들에서 잇달아 번역되었다.
낭만적인 혁명가로 불린 20세기 터키의 위대한 시인 나짐 히크메트. 그의 시는 50여 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나 조국 터키에서는 국적이 박탈되고 1965년까지 시집이 금서였으며, 이후에도 그의 시를 읽는 사람은 공산주의자로 매도되었다. 그러나 2000년, 50만 명의 터키 시민이 청원서에 서명하고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이 히크메트의 문학을 재조명하는 글을 발표하면서 그의 국적 복원을 촉구하는 지식인들의 목소리가 높아져 마침내 터키 정부가 58년 만에 그의 복권을 결정했다. 그러나 유해는 아직 모스크바에 남아 있다. 그의 연작시 <감옥에서 쓴 편지>는 러시아 어로 번역된 것을 백석 시인이 우리말로 번역해 1956년 평양에서 출간했다.
잠언시 모음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 이 시를 처음 소개하면서, 히크메트의 이 시를 위해 시집을 내는 것이라고 편집자에게 말했었다. 이 무한한 희망과 무조건적 긍정으로 가득한 시를 그가 장기수로 복역하면서 한 평 감옥 안에서 썼다고 생각해 보라. 그만큼 깊은 울림이 있는 시다. 삶이라는 이 감옥 안에서 우리는 어떤 시를 쓰고, 어떤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가?
독서가로 유명한 올리버 웬델 홈즈 대법관은 최고의 책을 한 권 소개해 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 미지의 어느 저자가 그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람들이 나의 대표작을 물으면 나는 아직 쓰지 않았다고 대답하리라. 가장 좋았던 여행을 물으면 곧 떠날 것이라고 말하리라. 당신의 대표작, 당신 삶의 최고의 여행, 당신이 읽을 최고의 책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는 아직 최상의 날들을 살지 않았다. 그래서 삶은 더 기대되고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