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전편 한 여자 (13) 비
-56.-
파울의 노트를 덮어놓고 다시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본다. 언제인가 포르투갈 공항면세점에서 사왔던 CD음반이 보인다. 그때는 여자집에 모든 것을 다 갖춘 오디오기구가 없어 이곳에 놔 두고 들었던 것이다.
첫 번째 곡 제목이 인상적이다. '사람들의 음악이 있다' 조용히 듣는다.
H? uma m?sica do povo (Theres a song of the people) H? uma m?sica do Povo, Nem sei dizer se ? um Fado- Que ouvindo-a h? um ritmo novo No ser que tenho guardado... Ouvindo-a sou quem seria Se desejar fosse ser... ? uma simples melodia Das que se aprendem a viver... Mas ? t?o consoladora A vaga e triste can??o ... Que a minha alma j? n?o chora Nem eu tenho cora??o ... Sou uma emo??o estrangeira, Um erro de sonho ido... Canto de qualquer maneira E acabo com um sentido! There´s a song of the people, I don´t know whether to call it Fado- Hearing it there is a new rhythm In the being which I have sheltered Hearing it I am who I would be If I could be what I wish It is a simple melody Like those that teach you to
live..... But it´s so sooting This vague sad song... That my soul no longer weeps Nor do I have a heart... I am a foreign emotion An error of a dream that´s gone. Somehow I sing
And end up with a feeling
"세상에는 사람들의 음악이 있는데, 나는 이 것이 꼭 하나의 '파두'라고 일컬어야 할지 모르겠네. 이것은 ...... .............. ................................. ................................. .................................. 나는 어떤 낯선 감정 한 꿈의 잘못은 사라졌구나. 이렇듯 저렇듯 하여간 나는 노래 부르리 그리고 나의 감성으로 마감하리!" 파두는 포르투갈 민속음악의 종류이기도 하지만 '운명'이란 단어이다. 작사가는 이런 이중성 의미로 싯귀에 인용한 것이리라...뜻을 음미하며 음악을 듣다가 시계를 보니 어느새 저녁시간이 되었다.딸애에게 전화를 한다. ...엄마! 그러잖아도
엄마에게 전화하려고 했는데.. 엄마 내일 케른튼 간다고 했지? 로렌스 할아버지 만나면 인사 전해주어요. ...알았어. 근데
저번에 말씀하시면서 너도 같이 왔으면 하신던데..... 정말 시간이 없는 거야? ...엄마, 주말에 웍샾이 있어서 그래.. 한 번 빠지면 보충이
안 되잖아. ...그래 무용하는 것이 그리도 좋니? 이것저것 다 해보니 그게 제일 맘에 들어? ...ㅎㅎㅎ,다
알면서 그래 엄마는.. 그리고 케른튼은 다음 방학에 가지 뭐. 그런데,
엄마 지금 어디에 있어? 음악 소리가 너무 큰것 아니야? 전화로도 이리 크게 들리는데.. 옆집에서 뭐라고 하겠어. ...엄마 지금 파울 아저씨 연습실에 있어
.. 여기 옆집 사람들은 아무 소리 안 하잖어. ?.......“ 놀랬나? ...은지야! ...엄마! 언제부터
그곳에 다녀요? 그럼 저번에도 거기 있다 늦게 집에 온 것인가 보네. 야가 눈치 빠르기가 혀를 차네. ...응.. 그때
오랜만에 오고 오늘 두 번째 다시 온거야. 아마 이제는 자주 올지도 모르겠다. ...엄마! 엄마는
엄마 인생이 있으니까 엄마 맘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해 , 그래도 지난 일에 너무 연연하지는 안했으면 싶어. ?...........“ ...엄마! 이제
내가 삼십나이에 가까워 지니 엄마생각을 많이 하게 돼..엄마가 삼십을 넘어서 이곳에 왔던 것, 그리고 나를 키우며 지내온 것을 생각하면 더 그래. 내가 엄마같은
입장이라면 상상도 못할 것 같애...일가 친척이 모두 있고 모든 것이 편안한 한국을 놔두고 말이야..우리 친구들도
그래. 엄마의지가 대단하다고. ...우리 딸래미가 오늘은 의젓하네. 엄마가 지금 옛날에 연연하려는 것이 아니야. 즐거워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추억도 괴롭고 힘들어서 잊으려던 것들도 모두 엄마의
인생이잖아. 그래서 이제는 정리를 하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앞으로는
담백해지고 싶구나." ...엄마! 엄마는
항상 담백했어. 그러니까 그러려고 너무 노력 안 해도 돼. 알았지요?
오마니. ... 흠... 오늘은
이만 마치자. 오마니가 집에가서 짐도 싸야하고.. 내가 일요일 저녁에 돌아올 것이니까 화초들 물 좀 주거라“ ...응. 근데
이번에는 오래있네. 삼일씩이나? ...로렌스할아버지가 좀 편찮으셔서 앞으로의
일들을 의논할 일이 좀 있어. 엄마보고 주말을 비우라고 하시더라..그러니까 엄마도 이번에는 좀 쉬면서 할아버지 박물관 정리도 해 줘야 할 것 같고..참! 미하엘 아저씨도 토요일에 오거든. 할아버지 만나고 나서 엄마랑 일요일에 같이 돌아올 거야. ...어머? 웬일이래.. 참모진 모두 총집합하는 거 같네.호!호! 그래도 나는 엄마가 출장가면 언제나 기다리며 걱정을 했던 것이 습관되어서 이리 전화하고 싶은 것이야...엄마랑 떨어져 살면서 그런 걱정을 줄이려고 했는데도 .. 아마 영원한 고질 습관인가 봐...오마니! 이번에는 걱정
안 해도 되겠네요. 재미있게 지내다 잘 다녀 오시와요. 그리고 이제 파울
아저씨 연습실에서 혼자 오래 있지 말고 어서 집으로 가시고요. 그럼, 엄마 안녕! (계속)
-57.-
딸애가 안녕! 이라고 통화를 마치자, 어린 딸애가 작별인사를 즐겁게 하던 때가 떠오른다.
비엔나를 다녀오겠다고 말하며 모녀에게 볼인사를 마친 파울이 차를 타고 위 길로 올라가 커브를 돌며 잠깐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든다. 딸애도 손을 흔들며,
? 프로페소아! 바이!바이!“
연상 한다.
? 은지야, 이제 그만해도 돼. 너 지금
꼭 장난 하는 것 같애 호!호!“
? 엄마! 어떻게 알았어? 나, 지금 서울 우리집 발콘에서 아빠한테 하는 것처럼
손 흔들면서 그냥 프로페소아라고 불러본거야, 히! 히!“
? 아빠가 보고 싶구나?“
? 잘 모르겠어 엄마. 점점 아빠 모습 생각이 잘 안나. ?
아니? 얘가 이 정도란 말인가.. 한달여 날짜에 이렇게도 애에게는 변화가 있단 말인가.그럼 나는?..
차가 안 보이자 딸애를 붙들고 산책을 시작한다. 밤새 비를 맞은 화단의 이파리들이 보석같이 빛나는 물방울들을 달고 싱싱하다. 딸애를 가지기 전에 성북구 단독집에 살때는 철마다 정원공사를 하거나 꽃꽂이를 하면서 일 년 내내 집안 곳곳에 꽃들이 넘치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아파트생활을 하면서도 발콘에 가득..
내가 없는 동안 아버지가 잘 가꾸어 주시겠지.
친정아버지 생각에 이르자 곧바로 방으로 돌아와 한국에 전화를 한다.
...아버지! 안녕하세요?
...그래, 오랜만이구나. 나는 잘 지낸다. 너는 체제를 연장하여 음악 연수를 한다고 현서방으로부터 들었다.
...아버지, 일이 어쩌다 보니 그리 되었어요.
...얘야, 나는 네 마음 이해한다. 옛날에 너의 에미가 보내려던 유학 못 가게 하려고 너에게 했던 것 생각하면 미안하구나. 그래 지금이라도 그곳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니 얼마나 다행인지..지내는 동안 몸조심하고,그리고 은지도 잘 지내지? 걔가 참으로 보고 싶구나.
'아!, 아버지...아직도 그 지난 날을 맘에 두고 계시구나.'눈물이 고인다.
...국제전화니까 이만 끊자.
아버지와 통화를 마치자 가슴이 아리하다. 엄마를 보내고 7년을 홀로 지내면서 첫째 딸인 여자를 의지하였었는데, 한 달 이상의 부재에 많이 허전한듯한 느낌이 통화내내 전해왔기 때문이다.
남편에게 전화하려니 망설여 진다. 지금 통화하면 그가 그녀의 감정의 복잡함을 감지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엔나 집에 여러차례 전화를 했었을텐데..그래 하자.남편에게 신호가 가는 내내 마음이 떨려온다.
도내체 내가 왜 이러지. 나라는 여자는 언제부터 이런 감정의 기복을 가지고 있던게지?
... 여보세요, 당신이야? 어떻게 된 거야?
...제가 어제 인지 승마시키다가 빈혈로 쓰러져서 근교 호텔에 묵고 있어요. 삼일 정도 머물 예정이에요.
...아니, 웬 승마는? 그럼, 당신 지금 움직이지도 못 할 정도로 어지럽다는 거요? 거기 호텔 국제전화가 비싸니까 내가 걸겠소 . 전화 번호를 불러봐요.
여자가 전호번호를 불러주자 곧바로 남편이 전화해 온다. 여자는 이런 절차를 거치면서 새삼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슴을 실감하며 그간의 반주 맡게된 일을 간단히 설명해준다.
...좌우지간 당신 놀랍구려. 아니 그 짧은 기간에 독창회 반주까지 맡았다니.. 허참!
...그렇지요? ...내가 생각해도 그래요...
...당신이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만 외국이니 그래도 몸조심 더 잘 하구려. 그런데, 당신 목소리가 오늘따라 소녀 같은데... 그곳에 가니 젊어진 거요?
...네? 당신 무슨 소리를.
...여기 누님이나 친지들이 모두 걱정하는구려,
젊은 아내를 그리 오랫동안 외국에 내 보내놓는다고 .. 모두들 내 맘 같지는 않네..
남편과 터울이 많은 남편의 누님들은 여자보다
나이가 훨씬 많아서 여자 보다 나이많은 조카들도 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항상 여자를 어리게 여긴다.
"........"
...허허허! 여보! 괜찮아! 당신 연수 마치고 다음 달에 귀국할 건데 뭐..원래 나하고 결혼 전부터 유학하려던 당신이었었는데...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데로 다 하구려.
...여보 , 미안해요.
...은지 좀 바꾸어 주구려.
쫑꼿이 엄마 옆에서 통화를 듣던 딸애에게 전화기를
건네준다.
...아빠 안녕! 나는 잘 있어요. 아빠는 ?
한참을 딸애가 말을 안 하고 아빠가 말하는 소리를
듣다가 다시 말을 시작한다.
...그렇구나. 아빠가 우리 보고 싶다고 하니까 그러는데, 아빠가 여기 오면 안 돼? 같이 여행도 하고..
말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다 다시
말을 한다.
?엄마는 어지럽데, 그래서 여기 엄마 사진촬영하던 곳에서 좀 더 있을 거에요. 그런데 아빠! 엄마가 어제 사진 촬영하는데 옷들이 얼마나 예쁜지, 특히 짧은치마가 ...아빠가 보면 놀랄걸 호!호! 나도 그런 옷 입고 싶어, 여기 분장아줌마가 화장해 주었는데,,엄마가 참 예뻤어요, 정말야 ! 아빠..그리고 가끔 울 엄마가 아닌 것 같애, 영어로 쏼라쏼라 하니까. 크크!
좀 더 재잘거리다 ?아빠, 안녕!
“ 인사를 하고 수화기를 건네준다.
...은지말이 뭔 소리야. 무슨 촬영을 요란히 했어? 당신 너무 일 벌리는 것은 아니지? 나는 당신이 뉴스거리로 오르내리는 것 못 봐. 알잖아 ? 한국서도 그랬는데, 거기서는 더욱 더, 그런 일 안 일어나도록 해!
당신이 언제 내가 연주활동하는 것 찬성했었어요?... 라고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다. 전화상으로는 삼가해야 할 주제이기에.
...흠...좀 전에는 하고 싶은 데로 다 하라고 하더니 은지얘기 듣고 맘 변했어요? 여기에서 하는 연주회가 서울까지 소식 갈리가 있겠어요..
...아니 ... 그게 아니고.. 내가 직접 못 보는 것들이라 .. 알았어.
몸조심 하구려.
통화를 마치자 온몸이 쑥 내려 앉는다. 한국과 여기가 왜 이리도 멀리 느껴질까? 나는 나도 모르게 오래전부터 일상에서 떠나려고 했던 열망이 있던 것이리라. 그리하여 지금 모든 것이 새로운 여기생활에서 생기를 느끼는 것이리라.
딸애는 어제 촬영 때 혼자 놀라고 챙겨왔던 놀이 가방을 열어 탁자 위에 놓고 놀기 시작한다.
쟈는 어째 싫증도 안 낼까? 항상 처음 만지는 장난감인양...침대에 누워 창문바깥으로 보이는 하늘을 바라본다. 어젯밤 비 온 다음이라 더 높고 맑아 보인다.
몸을 추스리면 계획대로 어서 여행을 떠나자.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가 언제 또 있으랴.
(계속)
H? uma m?sica do povo
(Theres a song of the peo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