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 / 김옥인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지날까?
딸애와 휴가로 로텐호프를 다녀온지 어느 새 일주일이 훌쩍..
지금은 그 곳이 떠오르는데
언제인가는 먼 추억으로 남아지겠지. 아니면 그 추억도 서서히 잊어질지도..
이번에 지낸 곳은 3년전 7월에 머무렀던 곳이다.
700여년이 넘은 집인데,
주인이 별채에 마련한 3개의 아파트를 빌려주고있다.
우리는 예전에 썼던 아파트로 다시 빌렸다.
가던 날은 다른 집들이 비어있어 우리만 호젓이 지낼수 있었다.
...........
그 날을 적어본다.
처음, 대문에 다다르며 오랫만에 친척집에 도착하는 느낌이다.
( 대문 왼쪽위에 붙여진 '문화재 지정팻말' )
안으로 들어서니 지난번에 안 보이던 돌계단이 보이고
별채의 난간과 계단도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다.
계단을 올라와 별채의 우리 지낼 아파트문을 열고 들어선다.
아.... 정다운 그 때의 추억이 다시 살아난다.
거히 변함이 없다.
전화와 텔레비죤도 없고 오로지 라디오와 시디플레이가 준비되어 있다.
허나 각종 도서책들이 즐비하다.
삼년전 이곳에서 독서하던 때가 저절로 떠오른다.
우선 내방 먼저 들어가 본다.
한면이 유리창으로 되어진 곳을 통해 바깥의 초록이 담겨온다.
벽의 유화가 전에는 없던 것이다.
1800년대 오리지날 그림이다.
조그만 쪽창이 앙징맞으면서도 하얀 커텐이 청결하다.
한쪽 화장대 위의 자그만 화병의 들꽃이 정스럽다
여주인의 기호가 전해온다.
딸애 방도 여전히 옛모습이나 벽의 소그림이 새롭게 걸려있다.
지난번에 왔었을 때 하루저녁 우리는 이 집 식구들이랑
수영장 곁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오랫동안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었다.
남주인이 원래는 외과의사였었다.
한참 전 오스트리아 스키장 산간열차사고로 한 십대의 아들이 죽은다음
손이 떨려 더 이상 의사 생활을 할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가문 내내 내려오던 수집품을 기초로 고미술점을 경영하면서 지낸다고 하였다.
그런데 얼마전에 경영하던 것을 정리하였다고 하더니
그 미술품들을 이렇게 빌려주는 아파트에도 걸어 두나 싶다.
모든 게 변화없듯이 처음에 보이더니 찬찬히 보면서 이렇게 자그마한 변함이 눈에 들어온다.
부억을 지나면 커다란 목욕탕이 있다.
바닥이 벽돌로 되어있는 가운데 커다란 욕조가 놓여있고
안에 들어가 누우면 머리가 물속에 푹 들어간다.
지난 번에 딸애가 음악을 틀어 놓고 거품 가득 채우며 들어가 즐기던 모습이 떠오른다.
이번에도 그럴테지...
창문과 발코니에서 내다 보면 저 멀리 도나우강과 성당탑이 보인다.
날씨가 서늘하여 수영장이 좀 쓸쓸해보인다.
수영은 못할 것 같아 아쉽다.
그래도 딸애와 여름휴가를 어디로 갈까 궁리하다
다시 여기로 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든다.
우리 모녀는 4반세기를 오스트리아에 살면서
일가 친척이 없다보니 휴가때 곳곳 새로운 곳을 찾아 여행하며
지냈는데,
이번에는 지냈던 곳에 다시 오니 바로 친척집에 온 느낌이 드는 것이리라.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이랄까.
2014년 8월
19일 로텐호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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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인아 너 따라왔어
자세한 설명에 나도 그 방에 그 아파트에 있었던 듯하다
요즘 네 덕분에 피아노 소리가 더 좋아졌어~~
그래 찾아와 주어 고마워.
지금 여기는 밤 11시반이야,자려다가 이곳에 들어왔어.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음악들으면서 글쓰는 거야 ^^
이 피아니스트는 만능 예술가란다.
그림도 잘그리고 , 글도 잘쓰고 .. 물론 음악은 말 할것도 없고.
연주활동은 2008년 12월에 은퇴했어. 오스트리아 사람인데 영국에서 오래전부터살고 있어.
2005년 8월에 처음으로 그의 연주를 보았었어. 이분이 1931년생이니까 74세이셨을 때..
2월에 예매를 하고서 6개월동안 기다리는 동안 행복했었지.
근데 그의 연주회가 있던 시기인 그해 8월 초에 비엔나에 중요한 행사가 일주일 있었는데,
절연히 연주회 때문에 못한다고 행사측에 말했더니
연주회 날만 나대신 다른 사람으로 대체를 해주었던 에피소드도 있어.
그래서 인가 더욱 그의 연주가 내 머리속에 각인 되어있는 거 같아.
얼마나 연습을 평생하셨는지 손가락 끝에 반창고가 붙여있는 모습이 가슴을 저리게 하더라고
결국 그후 3년후에 은퇴를 하셨고..
그 후에 그의 산문집 낭송회가 비엔나 무직페어라인에서 있을 때도 찾아가서
책을 마련하고 사인도 받아왔지 ㅎㅎ
우습지?..그런데 그런 것이 다 살아있는 추억으로 이밤에 영롱하게 떠 오르는구나.
이제는 그분이 은퇴하여 그의 연주를 실제로 볼 수가 없어 더 그럴지도..
그래서 그때 극성부렸던 것도 다행스러운지도.
내가 여행지 얘기를 자세히 쓰는 것도
사실은 언제라도 꺼내 볼수있는 앨범처럼 이 곳에 들어와서 보려고 해..
특히나 딸애와 지내는 휴가는 아릿하고 저릿거려..
애가 결혼을 하거나 자신의 가정을 꾸려가면 다른 양상이 되겠지.
아직은 서로의 끈이 연연한 지금을 여기에다 사진과 글로 꼭 잡고 싶은게야.
이렇게 너하고 얘기하듯이 쓰면서 자못 행복하구나.
종종 들려 얘기 나누자. 안녕! 반가웠어.
삼년이란 세월은 어찌보면 별로 기인 세월이 아닌듯하나 기인 세월인 것이 분명하다.
이번 휴가를 지내며 삼년전과 지금을 저절로 비교하는 순간이 많았다.
그러면서 자연히 삼년후도 미리 그려보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진행형인 우리의 삶에 어찌 한마디로 그려낼 수 있으리요.
그래서 인생은 오묘한 것이리라.
(2011년 7월 로텐호프 목장의 젖소들과
어린 과일 나무들 모습이 드문 드문 보이던 벌판에서 즐기던 모습 )
별채 휴식처에서
삼년이 지난 2014년 8월에....
지난 번 어린 묘목을 심었던 곳에는 제법자란 나무들이 보이고
양떼들이 어우리는 모습과 미래에 키울 닭들 모형물을 설치한 주인의 유모어 감각에 평화로움이 ...
사람들을 전혀 무서워 안하고 모이를 따라 모여드는 양떼들..
그리고 그 때 그 자리 아랫층에서
'묵 찌 빠' 하며 휴식하는데 ㅎㅎㅎ익숙함의 편한 웃음이런가 ..
Schubert - Piano Sonata in A major, D. 959 Fourth Movement (Rondo) - Alfred Bren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