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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일찍  '로텐호프'  머무는 곳의 발코니에서 보이는 풍경)



다알리아가 무르 피는 계절에 / 김옥인 

 

여름이 지나는 길목에 딸애와 같이 다뉴브강가의 마을에서  일주일간 휴가를 지냈다.

아직 여름이 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맘으로 지내던 중, 

강변 와인지구마을 스피츠로  등반을 다녀오며 석양이 내리기 전에 다알리아 화원을 들렀다.

 

항상 국도길을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 어쩜 저리도 무리를 지어 가꿀수 있을까?' 신기해만 하였었는데,

드디어 직접 방문하며 호기심이 더 일어난다.

 

"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무리 불러도 아무런 기척이 없다.

조심스레 화원안으로 걸어 들어가 안채 마당에 도달아

" 여보세요!" 를 몇번하니 70대 가까히 되어 보이는 남자분이 나온다.

 

" 지나는 중에 다알리아가 너무 아름다워 무작정 들어 왔어요. 좀 구경해도 될까요?"

" 아 ... 되고 말고가 뭐 있스요.. 보다가 맘에 들면 짤러 가시구려" 라고 말하며 꽃가위를 쥐어준다.

 

우리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화원으로 들어가 부드러운 햇살을 받으며 맘껏 머무렀다.

 

한 오년전 쯤에 잘츠부르그에 있는 헬브룬궁전의  다알리아 정원을 거닐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 곳은 정원에 심어서 정원사들이 매일 가꾼 곳이고, 여기는 다알리아를 대량 재배하여  다른 곳으로 공급되는 꽃들이 무리지어 피인 농작지인 것이다. 아무런 가꿈없이 자연적으로  피인 꽃들을 보며 감동이 넓게 펼쳐진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가면서 좋아하는 성향도 변하는 것이 분명한 게다.

예전에는 다알리아의 아름다움을 별로 못 느꼈었다.

그런데 이렇게 무리진 곳에서 하나 하나 살펴보니 어찌 이리도 신비로울 수가 있는 것일까.

 

어린 시절 색종이를 접어 가위로 이리저리 자르면 나타나던 문양들 처럼 기하학적으로 정교하기라니...

색상도 여러가지이다. 60년대 이불보에서 보던 것이 떠 오를 정도로  원색이 있는가 하면,

검은 장미색, 노오란 색.. 등등이 나름대로 섞여  오묘하게 잘 어울리고 있다.

 

한참을 우리는 각자 이것 저것을 골라 한아름 꽃다발을 만들었다.

여주인에게 얼마냐고 물으니 단돈 5유로라고한다. 이것은 선물이나 마찬가지이다.

너무 저렴하니 10유로를 드리겠다고 하니 겸연쩍게 웃는다. 

아! 자연과 더불어 묻어나오는 미소! 

 

남자주인이 배웅을 한다.

우리는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여주인이 "잠깐만!.." 하며 우리를 부른다.

 

그 녀의 손에 직접 만든 과일잼병이 들러있다.

가져가서 먹으라고 우리에게 준다.

 

도시에서 불과 어느 정도만 나와도 이리 느낄수 있는 정스러움!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떠나온다.

 

한편,어디에선가 읽었던 다알리아에 대한 글이 떠오른다.

 

'당신의 사랑이 나를 아름답게 합니다', '당신의 마음을 알게되어 기쁨니다.'라는 꽃말을 지닌 이 꽃은 보사노바풍의 감미로운 주제곡과 사랑의 명작으로 유명한 영화 '남과 여'를 떠올리게 한다.아내를 잃은 남자와 남편을 사고로 잃은 여자,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결코 젊은이 축에 끼어들 수 없는 연령의 남과 여가 쉽게 몸을 섞지만...결국 여자는 남자를 남겨두고 홀로 기차에 오르고 여인을 사랑하고 있다고 깨달은 남자가 역에 먼저 도착해 여자를 기다리고 있다.기차에서 내린 여인은 기쁘게 남자의 사랑을 확인하며 품에 안긴다.대사가 필요 없는 표정과 동작은 단조로운 듯 하나 모노크롬의 화면구사는 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마치 다알리아의 치밀한 꽃잎처럼...



2014 년 8월 21일 


스피츠 다알리아 화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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