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한 여자 (11) 한 꿈을 꾼 후( 클릭)



-52.-


비인 중심에 자리잡은 알버티나 미술관은 1990년대 초부터 10년의 보수 공사 후 2000년대 초에 재개관한 지 10년이 지났다. 원래 바로크 시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그 황가의 여제 마리아 테레지아의 딸 크리스티나 공주와 사위 알버트 공작이 살았던 이곳을 두 이름을 합성하여 '알버티나'라고 부른다.이 미술관은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항상 병용한다. 


여자는 미술관장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보다 한 시간 전에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6월임에도 이상기온으로 30도를 넘는 날씨가 연일 이어지자 모두들 냉방장치가 된 실내로 모여든다. 입구에 서 있던 종업원이 다가와서 어떤 이름으로 예약을 했냐고 상냥하게 묻는다. 여자가  미술관장과의 면담이 있다고 하니,

"아! 제이드씨? 연락 받았어요, 어서 오세요." 앞장서서 좌석으로 인도한다. 뒤 따라가며 종업원의 다리를 보니 늘씬한 종아리가 하얀 대리석처럼 미끈하게  아름답다. 자리에 앉아 주위를 돌아보니 온통 '에곤 쉴레'의 작품으로 거의 창문과 창문사이 벽면을 도배했다.


Egon Schile_8033.jpg

 

흠... 역시 미술관장의 아이디어가 여기서도 보이는군..

 

조금 있으니 종업원의 안내로 금발머리 젊은 남자가 카메라 기구를 들 다가온다.

 

" 안녕하세요, 토니에요 . 사진 작가 오토의 소개로 나왔습니다."

" 오! 반가워요. 어서 앉아요."

사진기구를 옆자리에 조심스럽게 먼저 놓고는 여자 앞자리에 앉는다.

 

흠.. 사진기를 무척 소중히 다르는군,, 맘에 드네

 

" 토니, 갑자기 연락받고 나왔지요? 미안해요. 제가 급하게 일을 마쳐야 해서요. 주로 인물사진을 찍는 다고 들었는데, 회화사진과 조각작품 경험도 있어요?"

" 좀.. 오토선생님께서는 기초과정시절 모든 분야를 가르쳐 주세요. "

" 예, 그렇지요.. 그분은 사진부분에서는 참으로 예리하셨지요. 요즘 건강이 안 좋으시다니 맘이 아퍼요."

" 선생님께서 이제는 직접 찍지 않으시지만 비평과 분석은 아직도 예리하셔요. 오늘 저를 내 보내시면서 미리 다짐하시더라고요. 제이드님에게 사진 원본 드리기 전에 꼭 보여달라고요. "

" 호호호! 그분 다우시네요. 토니의 얘기를 들으니 안심이 되어요. 아직도 정정하신듯해서요."

 

토니는 유쾌하게 웃는 여자를 찬찬히 바라본다.

" 왜? 제가 실언을 했어요?"

" 아.. 아니에요. 언젠가 오토선생님께서 어느 여자분 얘기를 해 주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제이드님을 뵈오니  바로 그 여자분 같아서요."

" 예? 무슨 얘기를 했었는데요?"

" 웃음이 아름다운 여자라고요... 사진으로 잡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웃음을 지닌 여자라고요."

" 그랬어요? 그런데 왜 저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 오토 선생님께서 찍으셨던 모든 사진들은 원본을 장하시는데, 그 여자분 사진의 원본은 하나도 없으셔요. 그 여자분과 같이 사진찍으셨던 남자분이 모두 회수해 가셨데요. 그래서 오토 선생님이 그때 잡으셨던 웃음을  다시는 못 보신다고 두고두고 아쉬어 하셨어요. 오늘 아침에 전화를 주시면서 오늘 사진 의뢰인을 연구해 보라고 하셨어요.농담으로 그러시는 줄 알고 여기로 나왔는데,,, 제이드님께서 상쾌하게 웃으시는 모습에 바로 그 여자분이구나! . 그냥 느낌이 딱 그러네요..."

 

" 토니!.. 아주 오래전에 오토씨가 사진을 찍어 주셨었지요...이제는 이리 나이가 들어서 그 시절과 다를 텐데요ㅎㅎ. 그래도 토니씨의 느낌이 웬지 예리한 듯하여 오늘 일에 맘이 놓여요. 조금 있으면 미술관장이 나올 거에요. 그러면 잠시 저쪽으로 자리를 옮겨 기다려 주시고요. 제가 찍어 달라고 주문하는 작품들을 찍으실 때, 명암에 차이를 두고 몇 장을, 그리고  원근으로 대조하여 몇 장, 그다음 관객의 입장에서 보는 여러 각도로 찍어 주세요."

" 총 몇 점이 있나요? "

"저도 확실치 않아요.  이곳에 걸려진 ' 개인소장 대여품' 중에 섞여 있어요. 오늘 저의 과제가 그중에서 저의 의뢰인 것을 더 찾아내는  보물찾기랍니다. 리스트에 있는 것도 있지만 아닌 것도 있거던요... 이해가 어렵죠?"

" 예, 그러나 괜찮아요. 제이드님의 지시만 따르면 되니까요. 오토 선생님께서도 그러셨어요. 저의 개인 감정을 절대로 배제하고 목적물을 찍으라고요..하여간 오늘 열심히 해 볼게요."

 

여자는 토니가 말하는 동안 그를 살펴본다. 금발머리 컬이 엷게 굽실거리며 보기좋다. 염색일까? 자기색일까? 앞머리가 살짝 내려있다. 하얀 셔츠에 바지를 올리는 멜빵끈을 메고 있다. 어디선가 보았던 얼굴 같은데 기억이 안 난다. 누구랑 닮았지?

 

아침에 오토에게 전화를 했을 때를 상기해본다.

 

" 안녕하세요.. 제이드에요"

" 누구요? " 

" 호호! 아주 오래전에 사진 찍어주신 제이드이에요."

" ..........아! 피아니스트 제이드? 어쩐 일이에요. 지금 어디에요?"

" 비인에요."

" 다니러 왔어요?"

" 아니요. 저 여기 살아요"

".............."

갑자기 오토가 말이 없다.

 

" 오토씨!"

" 흠... 제이드가 독일어 하는 것을 보니 여기에 사는 게 맞군요. 그런데, 어쩐 일로 오늘 전화를 ..."

" 제가 오늘과 내일, 미술관 몇 곳에서 회화와 조각작품사진을 찍어야 하는데요. 오토씨께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 참참참! 제이드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놀라는 중인데.. 이번에는 미술작품 사진이라고 하니 영문을 모르겠구먼..미술로 전과했어요? "

"제가 전화로 말씀 드리기는 그렇고요..만나 뵐 수 있을까요?"

" 제이드가 내 전화번호를 찾아 낸 것을 보면 그동안 나의 거취를 추적한 것 같은데, 내 건강상태는 모르는가 보군.."

" 어디 편찮으세요?"

" 흠... 내 이제 나이들어 온 몸이 삐걱거린다오. 모두들 디지탈 사진기로 찍는데,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를 고집하다가 이제는 체력이 모자라 장비 들기도 힘들게 되었으니..."

 

아!,, 그 장난꾸러기였던 분이 이리 노쇠해가다니...가슴 곳이 저려온다.

 

" 어머.. 그러세요. 죄송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있다가 불쑥 전화드리고..."

" 허허허! 제이드! 당신은 아직도 순진한 데가 있군 허허허!"

" 예? 장난하신 거에요? 그럼"

" 아니 그게 아니고 ... 내가 기운 없다는데, 제이드가 죄송하다고 하니 말이오. 허허허!"

" 제가 적조하여 죄송하다구요."

" 알아 들었소.. 그런데 대체 어느 미술품들을 무엇에 사용하려고 찍으려나...사진찍는 허가받으려면 꽤 까다로울 텐데.."

" 그 점은 걱정없어요. 제가 콘테 로렌스 대리인 서류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 뭐라구요? 아니 그러면 아직도 그 로렌스댁과 인연을 가지고 있다는 게요?"

" 예..."

" 그때 그런 일을 겪고서도?"

 

그렇지?  누구나 그리 생각할 수 있지...

 

" 그때부터 주욱이요...로렌스옹과는."

" 제이드!.. 나는 지금 정신이 왔다 갔다 하는구만..그러니까 제이드가 음악계에서 사라진 것도 로렌스옹과 관계가 있었다는 것처럼 들리는 데요?

" 오토씨!, 너무나 오랜 세월이 지났어요. 전화로 말하기는 힘들어요.

만나면 천천히 설명할 수도 있지만요. 자! 그럼 저의 부탁은 전혀 안 되는 것이에요?"

"  내가 제자 한 사람 소개는 할 수 있오.. 내가 아주 아끼는 사람이오."

" 예..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데, 좀 비밀을 지켜줄 입이 무거운 사람이야 하는데요.."

" 허허허! 아! 그렇다면 내가 입술이 두꺼워서 오늘 전화를 했나 보네 허허허!"

" 호호호! 아직도 유머어가 넘치시는 것을 보니 힘이 없다는 것은 엄살인가 보네요 ㅎㅎㅎ"

" 와! 제이드하고 이리 대화를 할 수 있다니.. 도대체 당신은 어떤 사람이요?

내, 점점 기분 상할려고 하네. 허허허! 이리도 숨어있다 불쑥 나타나고 .. 데끼!"

" 그럴 사정이 있었어요..제가 오늘 내일 급속히 기밀사진을 찍어야 하니  도와주세요. 아무에게나 맡길 일이 아니라서요. 제 얘기는 다음에 직접 뵙고 드릴께요. 오토씨 배꼽 도망가게 할 얘기들이 수두룩해요 ㅎㅎㅎ"

바로 어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좀 더 얘기를 나누다가  그가 소개해 준 토니의 연락처를 받고 통화를 마쳤다.

오토는 로렌스옹의 수집품을 오래전에 찍었던 사람이다. 그가 작품 대여하기 전에  찍었던 사진들은 로렌스옹이 간직하고있다. 이번에 찍은 것과 예전 것을 대조하려는 것이 목적이었으므로 한 그림을 같은 사진작가에서 의뢰를 하려고 계획한 것이었으나 건강상 여의치 않다니 토니가 대신 일하게 된 것이다.

 

잠시 더 토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데 미술관장 에드워드가 나타난다. 기카 무척 큰 그는 제이드와 악수를 하기 위해 상체를 구부려야 할 정도다.

? 제이드, 정말 오랜만이에요.아까 전화를 받은 후 좀 놀랬어요.“

? 잠깐만이요. 오늘 사진찍을 사람이에요. ? 토니 잠시만  자리를...“

토니가 머리를 잠깐 숙여 관장에게 인사하며 좌석을 떠난다.

 

? 에드워드, 전화로 얘기했듯이 로렌스옹이 이제 건강이 그전 같지가 않아요그래서 모든 것들을 그분 가까이 두시고 싶어해요. 그러나 계약기간이 있으니 무조건 회수는 어렵지요..일단 대여품들 현상태라도 사진으로 담아다 보여 드리려고요.“

 "이해는 해요, 제이드..그런데, 대여품들은 이미 대여 전부터 모두 사진으로 가지고 계시는데, 굳이 다시 찍으려는 이유를...?“

?에드워드, 사랑하는 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보고싶은 연인의 심정알아요? 호호호!“

? 하여튼 제이드 말솜씨는 유별나요.. 연인의 심정? 허허허!“

? 에드워드, 어서 허락해요. 내가 내일까지  몇 군데를 돌아보려면 시간이 없어요.“

? 뭐라구요? 몇 군데나? 아니... 우리에게 대여할 때는 여기에 모두 대여하는 거라고 하셨었는데요.“

? 에드워드, 미안해요.. 제가 더는 설명을 해줄 수 없어요. 아시죠? 나는 대리인으로 그분의 분부만 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 제이드, 왜 갑자기 꽁지를 내리는 게요.. 당신에 대해서 내가 알고 있는 것만해도..“

? 그만해요. 그동안 내가 그림자처럼 살아온 것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 알아요?“

? 허허허! 제이드의 나이가 몇 살이라고 기나긴 세월 얘기를 하나?“

? 호호호 하긴 .. 에드워드, 어서 앞장서요.. 내가 지금 시간이 없어요.“

? 제이드, 나도 다른 일이 있어 동행은 못하니  미술관 전체 경비원들에게 연락을 두겠소.

그러니 원하는 사진을 찍도록 해요.“

? 에드워드, 그거야 물론 그렇지만, 지하 저장고에 있는 것은 에드워드가 직접 안내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에드워드가 깜짝 놀라는 눈으로 제이드를 쳐다본다.


? 아니?, 제이드는 어찌 그리 알아요나도 긴가민가한데...

? 로렌스옹의 대여목록과 대조해보니 현재 전시품에서 누락된 것이 있더군요. 그럼 물론 지하 보안 저장고에 있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 , 제이드의 눈을 이래서 매섭다고 화랑가 사람들이 말하는군요

? 호호호  사람들이 그래요? 우리 식구들은 애기같다고 구박하는데요 ㅎㅎㅎ

? ! 식구들은 이런 제이드를 모르나 보네요. 제이드! 그럼, 잠깐동안 기다려요. 지금 보안 저장고에 가서 작품들을 살펴보고 올게요.“

? 오케이! 그럼, 우리는 전시장 돌고 있을테니 연락 주세요


관장이 황망히 자리를 뜨자,여자는 토니를 찾으러 바깥으로 나온다. 토니가 미술관 야외카페 중 제일 전망좋은 왕궁이 보이는 나무 아래에서 담배를 피다가 여자를 보더니 급하게 끄려고 한다여자가 그에게 다가가,

토니, 담배 맛있게 피는 것 같아요. 그냥 끝까지 피어요."

그래 보여요? 오토선생님이 아시면 혼나요.담배재 때문에 카메라 렌즈가 더러워진다고요."

 

계속 피라고 했으나 여자 앞에 혼자 피는게 어색한지 담배를 끈다.

! 그럼 이제 작업 시작해 볼까요. "

 

미술관 입구에 가니 보안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제이드씨? 제가 모시겠습니다. 관장님 연락받았습니다."

 

보안원이 안내하는 곳에 이르자 여자가 토니에게 눈으로 시작하라고 지시한다. 그가 카메라 장비를 풀어 삼각다리에 고정한다. 스위스 제품의 스튜디오 전문 카메라  SINAR를 상표가 보인다.


sinar 1.jpg

 

흠...오늘 내일 보물찾기의 귀한 기구이네...

 

여자의 눈은 개인소장 대여품’이라는 팻말이 붙은 전시품 하나하나 주시하기 시작한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