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50.- 여자의 2013년 봄은 이유모를 현기증의 원인잡기에 수월찮다. 5월에 시작한 검사가 연이어 있다. 여자는 자신의 일에 균형을 잡으려는 계획으로 검사일을 매 주 월요일 오전시간으로 예약 해놓고 그날은 쉬며 지낸다. 누군가가 간곡히 일을 부탁해 와도 아주 담담히 " 개인 사정으로 그날은 안됩니다" 해 버린다. 참! 살아가는 방식이 이리도 단순명료해지는 것을 왜 그동안 지지리도 미련과 연민에 단순해지지 못했을까?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진다'는 독일어 속담이 있다. 그냥 그런가 보다 싶던 속담이 요즘처럼 실감이 들다니. 늙어감을 자위하는 방법도 여러가지? 여자는 혼자서 자문 자답하며 낄낄 웃기도 한다. 6월 초 아침에 잠은 깨었으나 잠자리에 편히 누워 즐기는데, 거실탁자에 놓아둔 휴대폰의 진동이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그냥 무시하고 더 누워있을까 하려는데 진동은 짓궂게도 끊임없다. 전화기를 들기 전에 라디오를 먼저 튼다. 오스트리아 국영방송에서 아침마다 들려주는 ' 클래식 코너' 프로가 진행 중이다. 가브리엘 포레의 곡이 흐른다. 전화진동이 잠시 멈추더니 다시 시작한다. 여자는 정말 받기 싫었으나 억지로 전화기를 든다. 로렌스옹 비서 이름 '카를"이라는 자막이 보인다. 아니! 무슨일? ...여보세요. 카를씨! 안녕하세요 . 오랫만이에요. ...아.. 제이드씨! 국내에 계시군요.휴! 다행... ...로렌스옹께 무슨 일이 있어요? ...예, 요즘 건강상태가 안 좋으세요. 제이드씨를 뵙고 싶어하시는지 종종 대화 중에 말씀하세요." ...지난 가을에 뵈었을 때는 정정하셨는데요.. 제가 찾아 뵈어야 할 정도로 다급하신가요? ...아니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라도 제이드씨를 당장 만나고 싶다시면 제가 제이드씨를 모셔와야 하기에 미리 연락을 드린 거에요. ...예.. 연락해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수일 내로 찾아 뵐께요.꼭 마무리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떠나기 전에 연락드릴게요... 아 참! 제가 직접 전화로 로렌스옹께 안부 인사 드리지요. 그게 더 카를씨 수고를 덜어드릴 것 같은데요?" " 카를씨! 제가 그냥 안부 전화한 것으로 할게요. 그 점은 염려하지 마세요" " 예.. 그러시면 감사하고요.. 사실은 로렌스옹 사모님께서 저와 제이드씨의 개인 접촉을 꺼려하셔서.." 로렌스옹의 두 번째 부인 카타리나의 싸늘한 표정이 떠오르니 갑자기 소름이 돋는 느낌이다. ...예, 그럼 그리 알고 준비하며 있을게요. 이번에 오시면 '로렌스박물관 소장목록" 작성에 제이드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로렌스옹께서 그리 말씀하시던가요? 아니면 카를씨 생각인가요? ...그분께서 직접적으로는 말씀 안 하셨지만, 말속에 말이 들어 있잖아요? 저의 느낌이 그래서요. 흠... 이 사람, 젊은 사람이 대단한 통찰력이 있네그려..이번에 만나면 좀 더 살펴보아야겠군. ...호!호!호! 카를씨, 저를 그리 높게 평가해 주시니 고맙네요. 그럼 수일 내로 뵙지요. 안녕히" 웃음으로 그와 통화를 마무리 하였지만, 웬지 개운치가 않다. 로렌스옹이 평생 모아온 소장품 전시할 박물관을 그가 거주하는 케른튼 주에 오픈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고 있다.구릉진 산등성이에 지어진 현대건축 박물관 입구 쪽은 3층 전면을 완전 유리로 만들었고, 측면을 창문이 없는 완전벽으로 만들었지만 유리천정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을 각도 변경으로 나누어 지게 하여 전시품들을 보기에 충분한 감각적인 빛이 인상적이다. 전면의 높이로부터 후면의 높이가 경사진 까닭에 2층으로 되어진 후면 또한 훤하게 대형 유리창문으로 만들었다.후면 발코니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조각품들이 자연의 녹색배경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것은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이고 지하 저장고에는 더 많은 것들을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박물관 전체가 완공이 안 된 상태로 부분만 공개하며 겨울과 한 여름은 휴관하고 있다. 여자가 로렌스옹을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이 바로 겨울 휴관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는 겨울에 갑자기 한국을 다녀오고 금년 초에는 몇 군데 외유를 하며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여자는 간간히 로렌스옹의 연락을 직접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딸애의 생일 날에 전화를 주셨지.. ...제이드, 은지생일을 축하하네. 그래 은지는 제이드 떠나 잘 지내나? ...어머 , 은지생일을 기억하시네요? 너무 잘 지내서 배가 아퍼요 ㅎㅎ ...그래? 그럼 다행이고.. 나는 항상 그애에게 빚진 기분이야. 한참 된 얘기이지만... ...무슨 말씀을 그리 하세요, 은지가 옆에 있는데 바꿔 드릴까요? ...아.. 나중에 직접 보는 때가 오겠지.. 그럼 생일 축하안부 전해주고. 즐거운 시간 가지라고. ...예, 전해 줄게요. 참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나야 이제 늙어 그러려니 해야지..제이드, 언제 은지하고 같이 이곳에 와 줄 수 있겠나? ...한 번 은지하고 얘기해 볼게요. 얘가 요즘 좀 바쁘네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 기운이 펄펄 나나 보아요. 호호호! ...흠... 그것 참. 신통하구먼, 에미보다 당찬 데가 있나보네... 그리고 언제였던가? 맞아.. 부활절에 카드를 보내주셨지.. 해마다 빠짐없이. 언제나처럼. 그럼 나는? 연락 받은 후 회신정도.? 그래도 로렌스옹은 내 진심을 알고 있어. 그의 측근 어느 누구 아무와도 반목을 견제하는 나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더불어 해설자의 목소리도 음악처럼 들린다. Apr?s un r?ve.. After a
dream.. 제목과 음악이 어찌 이리도 일치할까나... (계속)
- 51.-
어느 날 한 꿈을 꾸고 깨어나면 바로 현실로 돌아왔다고 하지. 그러나 꿈속에서 꾸는 꿈도 있지.. 꾸고 나도 또 꿈속에 있는 사람들...그 꿈속에 있는 사람을 지켜주며 계속 꿈꾸게 하는 사람도 있고...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부엌으로 가서 우선 혈압약알 반쪽을 물과 더불어 넘긴다. 혈압약 복용을 2월 초부터 하고 있다. 작년 연말과 1월, 두 번의 장기 여행중에 기침감기에 걸려 힘들었었다. 기침때문에 찾은 주치의로 부터 고혈압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부터 약을 복용한다. '잠자기 전에 들어요'라는 복용법을 들었다.
탸햐! 밤잠이 없는 나에게 잠자기전이라면 자정을 넘어서도 한참후인데.. 어쩌지..생각하다 일단 일찍 잠자리에 들기 시작했다. 규칙적으로 한 10시쯤에 복용하고 잠을 청했다. 처음 며칠은 그런데로 잠이 오더니 시간이 갈 수록 다시 옛 습관대로 늦게 잔다. 얼마 전부터는 잠자기 전 복용하는 것 만으로는 효과가 약해 아침에 복용하는 것과 병용하고있다.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좀 서글퍼졌다.
그동안 살아온 나날이 꿈속에서 지내던 것 같은 기분.. 그런 느낌이었다.
영원히 젊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의약품에 의지하게 되어 살아가게 될 줄은 미처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그러면서 요즘은 계속 각종 검사를 받으며 일상의 계획표에 병원에 가는 시간과 날짜를 적고있다.
모든 이런 일들은 불과 몇 달 사이에 일어난 것이다. 아니, 이미 내 몸이 서서히 늙어 가는 것을 이제야 알아 낸 것이리라..
그러면서 가족들 중에 60을 못 넘기고 세상을 떠난이들을 상기하게 된다. 참으로 그들은 지금 하늘 나라에서 무슨 생각으로 우리를 내려다 볼까?... 그들은 한꿈 후 또 다른 꿈속에서 존재하는 게 아닐까? 거기에는 또 다른 인간관계가 있고...
'카톡! 카톡!' 문자를 알리는 소리에 다시 전화기를 든다.
' 언니! 상쾌한 아침!' 문자와 더불어 동생이 사는 양평의 꽃들을 찍어 보내온다. 작년 한국을 방문 후에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동생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 조그만 손바닥 보다 작은 기구 안에는 온 지구가 들어있다.이 곳에는 오직 현실만이 존재한다.
꿈?
여자는 동생의 문자를 일부러 나중에 열어 볼 때가 있다. 조금이라도 숨을 돌려 보려고. 아니 조금이라도 상상을 해보려고...전체를 다 안 열고도 연이은 문자가 디스플레이에 첫 번째와 두 번째까지만 보여주는 것으로도 어느 만큼은 다음 내용을 상상할 수 있기에...즉각 반응이 없으면 '언니? 일해?그럼 안녕! '이라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끝난다.
여자는 동생에게 회신하는 대신 로렌스옹에게 전화를 한다.
'띠르르르... 띠르르르...' 신호가 간다.
...로렌스 입니다.
그의 부드러운 바리톤 음성이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그가 집에 있을 때는 무선전화기를 안 사용하고 골동 유선전화기를 사용하므로 송신자의 전화번호를 읽을 수가 없다. 그리하여 옛날식으로 전화받는다. 자기 이름을 우선 대고 상대방이 누군지를 묻는 순서....여자는 이런 방식으로 통화하는 것에 향수를 가지며 일부러 집전화 번호로 건다.
...제이드에요.
...오! 제이드! 그러잖아도 전화하려던 참인데.. 텔레파시가 통했네 허허허!"
그의 웃음소리가 전화기를 쩌렁쩌렁 울린다.
아! 첫 번 만나던 날 멋있던 로렌스옹의 모습이 눈에 어른 거린다.
...찾아 뵙고 싶어서 전화드렸어요. 또한 현재 비인의 미술관들에 임대하고 계신 소장품들의 계약건들도 의논 드리려고요.
...제이드! 나는 자네 같은 파트너를 가진 것이 든든하구나. 어쩜 내 맘을 그리 잘 헤아리누..
...별 말씀을요.. 제가 오늘 내일 각 곳의 소장품 현상태를 사진 찍어 찾아뵐 때 보여드릴게요.
...물론이지.. 절대로 이메일로 보내지 말고.. 항상 그래왔지만, 그래도 당부한다. 참, 나도 그 작품들을 조속한 시일내로 환수하고 싶은데, 계약기간이 있어 망설이던 차였구만...제이드에게 좋은 의견이 있을까? ...전화상으로는 말씀드리기 그렇고요. 만나 뵙고 의논 드리지요. 언제쯤 시간 여유가 계신가요? 제가 여기 일 정리 하려면 적어도 이틀은 걸릴 듯한데요.
...흠.. 오늘이 화요일이니까 .. 금요일쯤에 와서 주말을 나하고 지내는 게 좋겠는데.. 제이드가 시간이 날까?
호호! 어느 분 분부신데.. 제가 당장 시간을 내야지요.호호..저도 월요일에 비인에 일이 있으니까 일요일에 귀가하는 일정이 좋습니다.
...오케이! 그럼 주말은 이 노인네랑 데이트하는 것으로 하자구. 허허허!
언뜻 그의 부인 카타리나의 얼굴이 떠오르지만 여자는 아무 말 안한다.
...제이드, 비행기로 오도록 하오, 나랑 이번에는 어디 좀 갈 곳이 있으니 제이드 차 타는 시간을 절약하고 싶네. 그리고 미하엘이 토요일에 방문하기로 되어 있으니 다음 날 귀가는 같이해도 되겠구먼..전화를 해보고 시간이 맞나 알아보도록 하고.
미하엘은 왜? 그 동안 케른튼 방문건에 아무 말도 없었는데..
...예, 그럼 그렇게 알아보고 연락드리겠어요.
...제이드를 보게 된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뛰는 구먼. 허허허!"
...호호호! 항상 멋장이이신 로렌스옹을 뵈올 생각에 저는 이제부터 꿈을 꿀 거에요.
...와우! 우리 제이드가 그동안 말솜씨가 고단수에 이르렀네그려. 허허허!
한도 없이 이어질 것 같은 유쾌한 통화를 마치자마자 여자는 미하엘에게 전화를 건다.
(계속)
옥인후배의 글은 독자가 상상해야 할 것이 많아요. ㅎㅎㅎㅎ
첨에는 그게 좀 감질나더니만 이제는 참여한다는 게 흥미롭네요.
사실 흐름에 방해가 될 것 같아 댓글 자제하려했는데 이 음악 떄문에..............
요즘 한국은 작은 음악회 붐이에요.
얼마전에 참석한 사진갤러리에서의 작은 음악회!
박고은이라는 첼리스트가 앵콜곡으로 해줬는데 엄청 감동적이어서.
키보드가 자꾸 에러가 나서 담에 써야겠어요
음악에 끌려 댓글을 주시는 명옥선배님!
쨩! 이에요.
저도 여기에다 쓰는 글을
음악으로 부터 창작욕을 불러 일으켜 시작할 때가 많거던요.^^
2부 부터는 한 제목에 여러 나눔글을 자제하려고 해요.
쓰다보니 음악과 곁들인 얘기들이라서
매 본문글로 새롭게 시작하며 새로운 음악을 삽입하려고요.
하여튼 시도를 해 보는 거지만 사실은 글의 내용이 제일 우선이여야 겠지요.
저 스스로도 써가면서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호기심이 생기네요.^^
완전 콘셉이 이루어져 쓰는 글이 아니거던요..즉, 기승전결 구성이 이미 잡혀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러나 주제는 오래전 부터 생각하던 것이에요
제가 쓴 글을 읽으면서 저도 한 사람의 독자가 되기도 하고요 ㅎㅎ
전문 작가들이 읽으면 무엔소리? 하실라나요...
근데, 선배님은 절묘하게 제가 다음편으로 가려고 하는 숨길사이에 댓글을 놓으시네요.
흐름에 절대 방해가 안 되어요 ^^
(그리고 총동창회행사에서 수상하심을 축하드려요.! )
Gabriel Faur? - Apres un Reve, Cello and Pia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