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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2013년 봄은 이유모를 현기증의 원인잡기에  수월찮다. 5월에 시작한 검사가 연이어 있다여자는 자신의 일에 균형을 잡으려는 계획으 검사일을 매 주 월요일 오전시간으로 예약 해놓고 그날은 쉬며 지낸다누군가가 간곡히 일을 부탁해 와도 아주 담담히 " 개인 사정으로 그날은 안됩니다" 버린다.

 

참! 살아가는 방식이 이리도 단순명료해지는 것을  그동안 지지리도 미련과  연민에 단순해지지 못했을까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진다'는 독일어 속담이 있다. 그냥 그런가 보다 싶던 속담이 요즘처럼 실감이 들다니늙어감을 자위하는 방법도 여러가지여자는 혼자서 자문 자답하며 낄낄 웃기도 한다.

 

6월 초 아침에 잠은 깨었으나 잠자리에  편히 누워 즐기는데거실탁자에 놓아둔 휴대폰의 진동이 온몸의 세포를 깨운다.


아차! 꺼 놓지 않고 잤었네. 누구지? 아침에?

그냥 무시하고 누워있을까 하려는데 진동은 짓궂게도 끊임없다.

 

전화기를 들기 전에 라디오를 먼저 튼다오스트리아 국영방송에서 아침마다 들려주는 ' 클래식 코너' 프로가 진행 중이다가브리엘 포레의 곡이 흐른다.

 

전화진동이 잠시 멈추더니  다시 시작한다. 여자는 정말 받기 싫었으나 억지로 전화기를 든다로렌스옹 비서 이름 '카를"이라는 자막이 보인다.

 

아니! 무슨일?

 

...여보세요. 카를씨! 안녕하세요 . 오랫만이에요.

...아.. 제이드씨! 국내에 계시군요.휴! 다행...

...로렌스옹께 무슨 일이 있어요?

...예, 요즘 건강상태가 좋으세요.  제이드씨를 뵙고 싶어하시는지  종종 대화 중에 말씀하세요."

...지난 가을에 뵈었을 때는 정정하셨는데요.. 제가 찾아 뵈어야 정도로 다급하신가요?

...아니 정도는 아니지만, 언제라도 제이드씨를 당장 만나 싶다시면 제가 제이드씨를 모셔와야 하기에 미리 연락을 드린 거에요.

...예.. 연락해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수일 내로 찾아 뵐께요.꼭 마무리해야 할 일을 정리하고 떠나기 전에 연락드릴게요...

! 제가 직접 전화로  로렌스옹께 안부 인사 드리지요. 그게 카를씨 수고를 덜어드릴 것 같은데요?"

 " 아닙니다.제가 미리 연락한 아시면  언찮아 하실 거에요"

" 카를씨! 제가 그냥 안부 전화한 것으로 할게요. 점은 염려하지 마세요"

" .. 그러시면 감사하고요.. 사실은 로렌스옹 사모님께서 저와 제이드씨의 개인 접촉을 꺼려하셔서.."

 

로렌스옹의 두 번째 부인 카타리나의 싸늘한 표정이 떠오르니 갑자기 소름이 돋는 느낌이다.

...... 카를씨.. 로렌스옹 부인에 관한 그런 얘기는 전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일단 제가 로렌스옹을 찾아 뵐께요.저도 요즘 소원하여 미안한 맘이 있던 중이거든요.

...예, 그럼 그리 알고 준비하며 있을게. 이번에 오시면 '로렌스박물관 소장목록" 작성에 제이드씨의 도움이 많이 필요해요.

...로렌스옹께서 그리 말씀하시던가요? 아니면 카를씨 생각인가요?

...그분께서 직접적으로는 말씀   하셨지만, 말속에 말이 들어 있잖아요? 저의 느낌이 그래서요.

 

... 사람, 젊은 사람이 대단한 통찰력이 있네그려..이번에 만나면 살펴보아야겠군.

 

...호!호!호! 카를씨, 저를 그리 높게 평가해 주시니 고맙네요. 그럼 수일 내로 뵙지요. 안녕히"

웃음으로 그와 통화를  마무리 하였지만, 웬지 개운치가 않다

 

로렌스옹이 평생 모아온 소장품 전시할 박물관을 그가 거주하는 케른튼 주에 오픈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고 있다.구릉진 산등성이에 지어진 현대건축 박물관 입구 쪽은  3층 전면을 완전 유리로 만들었고, 측면을 창문이 없는 완전벽으로 만들었지만  유리천정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을 각도 변경으로 나누어 지게 하여 전시품들을 보기에 충분한 감각적인 빛이 인상적이다. 전면의 높이로부터 후면의 높이가 경사진 까닭에 2층으로 되어진 후면 또한 훤하게 대형 유리창문으로 만들었다.후면 발코니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조각품들이 자연의 녹색배경으로 전시되고 있다.

 

이것은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이고 지하 저장고에는 많은 것들을 소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박물관 전체가 완공이 안 된 상태로 부분만 공개하며 겨울과 여름은 휴관하고 있다.

 

여자가 로렌스옹을 마지막으로 만났던 것이 바로 겨울 휴관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리고는 겨울에 갑자기 한국을 다녀오고  금년 초에는 몇 군데 외유를 하며 만나지 못했다그러나 여자는 간간히 로렌스옹의 연락을 직접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딸애의 생일 날에 전화를 주셨지..

...제이드, 은지생일을 축하하네. 그래 은지는 제이드 떠나  지내나?

...어머 , 은지생일을 기억하시네요?  너무 잘 지내서 배가 퍼요 ㅎㅎ

...그래? 그럼 다행이고.. 나는 항상 그애에게 빚진 기분이야.  한참 얘기이지만...

...무슨 말씀을 그리 하세요, 은지가 옆에 있는데 바꿔 드릴까요?

...아.. 나중에 직접 보는 때가 오겠지.. 그럼 생일 축하안부 전해주고. 즐거운 시간 가지라고.

..., 전해 줄게요.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나야 이제 늙어 그러려니 해야지..제이드, 언제 은지하고 같이 이곳에 있겠나?

...한 번 은지하고 얘기 볼게요. 얘가 요즘 바쁘네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니 기운이 펄펄 나나 보아요. 호호호!

...흠... 그것 . 신통하구먼, 에미보다 당찬 데가 있나보네...

 

그리고 언제였던가? 맞아.. 부활절에 카드를 보내주셨지.. 해마다 빠짐없이. 언제나처럼.

 

그럼 나는연락 받은 후 회신정도.? 그래도 로렌스옹은 진심을 알고 있어그의 측근 어느 누구 아무와도  반목을 견제하는 나를...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과 더불어 해설자의 목소리도 음악처럼 들린다.

 

Apr?s un r?ve.. After a dream..

제목과 음악이 어찌 이리도 일치할까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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