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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

 

요즈음 답답한 더위에도 개의치 않고 자주 밖으로 나갔다.

이 아름다움이 얼마나 덧없고 그것이 얼마나 빨리 작별을 고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달콤한 성숙함은 얼마나 갑작스럽게 시들어 버리는가.

나는 늦여름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다.

나는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느끼고 모든 것을 냄새 맡고 싶어한다.

이 풍요로운 여름이 내 감각에 제공하는 모든 것을 맛보고 싶다.

내가 경멸하는 소유욕에 들떠, 늦여름의 영상을 이렇듯 격렬하게 잡아두고 싶어 괴로와하다니.

갑작스레 부지런을 떤다. 연필과 붓과 펜, 물감을 들고

화려하게 피었다 사라지는 이런 저런사물들의 풍요를 내 곁에 남기려 애쓴다.

시간이 지나면 세계가 한 때는 그토록 찬란하게 빛나며 완벽한 모습을 띤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나는 저녁 식사를 한다. 어스름한 어둠 속에 앉아 빵과 과일을 먹는다.

..지금은 등의자에 앉아 있다.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쉬면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저녁 무렵의 불그스레 빛나는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는데는 15분 정도가 걸린다.

..어둠 속 저 너머에 서 있는 산들이 홀연 섬뜩하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불을 켠다. 커다란 나방 한 마리가 나직하게 날개짓을 하며 날아든다.

..나방의 날개에 감도는 적갈색과 자주색, 그리고 회색..거기에는 창조의 비밀이 새겨져 있다.

온갖 마법과 온갖 저주와 수천의 얼굴을 가지고서 그 비밀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반짝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꺼져 간다. 그것들 중 어느 것도 우리는 확실하게 붙잡을 수 없다.

스케치를 하고 생각에 잠기고, 글을 쓰는 일이 대단한 일이 못되듯이..(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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