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 요즈음 답답한
더위에도 개의치 않고 자주 밖으로 나갔다. 이 아름다움이
얼마나 덧없고 그것이 얼마나 빨리 작별을 고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이 달콤한 성숙함은
얼마나 갑작스럽게 시들어 버리는가. 나는 늦여름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다. 나는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느끼고 모든 것을 냄새 맡고 싶어한다. 이 풍요로운
여름이 내 감각에 제공하는 모든 것을 맛보고 싶다. 내가 경멸하는
소유욕에 들떠, 늦여름의 영상을 이렇듯 격렬하게 잡아두고 싶어 괴로와하다니. 갑작스레 부지런을
떤다. 연필과 붓과 펜, 물감을 들고 화려하게 피었다
사라지는 이런 저런사물들의 풍요를 내 곁에 남기려 애쓴다. 시간이 지나면
세계가 한 때는 그토록 찬란하게 빛나며 완벽한 모습을 띤 적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 나는
저녁 식사를 한다. 어스름한 어둠 속에 앉아 빵과 과일을 먹는다. ..지금은 등의자에
앉아 있다. 모든 감각을 열어놓고 쉬면서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저녁 무렵의
불그스레 빛나는 아름다운 광경을 바라보는데는 15분 정도가 걸린다. ..어둠 속
저 너머에 서 있는 산들이 홀연 섬뜩하다. ..나는 방으로
돌아와 불을 켠다. 커다란 나방 한 마리가 나직하게 날개짓을 하며 날아든다. ..나방의 날개에
감도는 적갈색과 자주색, 그리고 회색..거기에는 창조의 비밀이 새겨져 있다. 온갖 마법과
온갖 저주와 수천의 얼굴을 가지고서 그 비밀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반짝 시선을
던졌다가 다시 꺼져 간다. 그것들 중 어느 것도 우리는 확실하게 붙잡을 수 없다. 스케치를 하고
생각에 잠기고, 글을 쓰는 일이 대단한 일이 못되듯이..(1930)
헤르만 헤세의 글을 모은 [정원일의 즐거움]
이 글은 1908년 '신 비엔나 일보' 처음 발표되었고, 유고 산문집 <작은 기쁜들>에도 수록된 좋은 산문입니다.
?옥인후배님,,,,,훌릇소리에 그림속의 강물이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듭니다.
?풀밭에 앉아 들꽃을 한다발 손에 들고 강아지와 함께 있는 소녀모습 넘 아름다워요.
?유화인듯 싶은데 여러 그림들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특히 배타고 있는 모습등,,,,,,,너무 마음을 가라앉혀 줍니다..
자연에 대한 소유욕....그런 소유욕 좀 부려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헷세 다운 잔잔한 산문에 음악에
이 아름다운 순간...글 쓰고 싶어요.
8월의 끝자락 즈음...이 글 퍼 가도 될까요?
수인 선배님,
이 아름다운 순간 ... 글쓰고 싶어요...
라고 적은 글 동감 하고 있어요.
제가 지금 매일마다 서너군데 정원 탐방을 하고 있는데요
너무나 아름 다운 곳에서는 그냥 가슴이 찡해지는 거에요.
지금 한밤중 헤세의 글을 음독하며 이곳에 들어왔어요.
글대신 요즘 여행하는 사진 몇장 올려요.
글 옮기셔도 되어요.. 모두 다 같이 읽고 싶어서 올린 글이니까요,
.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 나는 내 거주지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게 된 시기부터 정말 늘
특별하게도 아름답게 살아왔다. 원시적이고 별로 안락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내 집의 창 앞에는 늘 독특하고 위대하고 광활한 풍경이 펼쳐
졌다…” - '정원의 즐거움'303쪽
헤세는 정원일을 직접하며 그의 느낌을 문학과 미술로 표현했다.
현대에 사는 나는 헤세와 다른 양상으로
요즘 정원탐방하면서,
다른 사람의 정성이 드려진 정원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본다.
지난해의 죽음에서
양분을 얻어 소생하지 않는 여름은 없다.
모든 식물은
흙에서 자라 나올 때 그러했듯 역시 묵묵하고 단호하게 흙으로 돌아간다.
아주 이따금,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 어느 한 순간,
땅 위의 모든
피조물 가운데서 유독 우리 인간만이 이 같은 사물의 순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가 하는 생각을 떠올린다.
사물의 불멸성에
만족하지 못하고, 한 번뿐인 인생인 양 자기 만의 것, 별나고 특별한 것을 소유하려는
인간의 의지가 기이하게만 여겨지는 것이다. (1908)
(정원클럽회원들이 한 정원을 방문후 다음행선지를 향해 걷는 중..
바람에 흔들리는 벌판의 모습과 더불어 정녕 정원순례자들이어라..... )
언니 안녕하세요?
언니의 말처럼 정말 가을이 다가오고 있어요.
언니가 옮겨 주신 헤세의 글에 나오는
<나는 늦여름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다.>라는 말처럼 저도 뭔가 자연이나 여행에 탐욕적인 마음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합니다. 며칠 전에 아이가 엄마 우리도 여행 한 번 같이 가자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너무 하드코어 말고, 엄마는 너무 그런 쪽만 좋아하는 것 같아서..... 이런 말을 하더군요. 그 아이가 보기에 커다란 베낭을 메고 지리산을 간다거나 하는 일이 좀 힘들어 보였나 봐요. 군대 가기 전에 지리산에 같이 간 적이 있는데 굉장히 힘들어하는 모습을 봤거든요. 물론 저도 몇 배나 더 힘들었겠지만 그런 내색을 많이 하지는 않았겠지요. 타고르의 시를 보면 달빛이 아름다운 밤에 호수에 배를 띄워 그 안에 앉아 아름다움에 대한 책을 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름다움이 온통 내 주위에 가득한데 그걸 보지 않고 고작 책을 보며 아름다움에 대한 글을 읽고 있는 자신에 대한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지요. 이번에 태풍이 오고 있는 지리산을 오르면서 비에 씻긴 그 맑고 청정한 꽃들을 보며 책 안에 있는 아무리 잘 인쇄된 그림이라 하더라도 어찌 이런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여름 지리산에는 너무나 많은 꽃이 있고, 항상 아름답지만 이번 여름 새벽에 보는 야생화들은 참말 예뻤답니다. 그런 면에서 언니는 선구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늘 움직이시고, 움직이게 하시니까요. 가을 초입에 안부 인사드립니다.
맞아요.
돌아보면 온통 아름다움이 산재해 있는데...
마음의 눈이 켜지기 전에는 안보이죠.
야생화는 언제보아도 예뻐요.
이번 정원탐방여행중에 야생화가 피인곳에서 항상 발이 머물더라고요.
(그림같지요? 클로버 꽃이 흐드러지게 피인 들판이이요.)
항상 자연에 있을 수없으니까 책도 그림도 필요한 거겠지요?
19일부터 일주일간 딸애와 휴가를 떠나요.
3년전 찾었던 르네상스정원과 풀이 있는 근교 조용한 곳이에요.
그때도 그곳에서 이책을 처음 보면서 지냈었지요.
느긋이 여름을 작별하고 오려고 합니다.
잘 지내요.
Gabriel Faur? - Fantaisie (fantasy) for flute & piano, or orchestra, in E minor, Op. 79 (18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