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한 여자 (9) 당신의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



한 여자 (8) 비엔나 숲속에서의 떨림..(클릭)..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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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렌스옹과 대화하던 데까지 추억하다 정신이 번쩍든다


그래, 벌써 20여 년 전의 일들인데..어찌 이리도 선명하단 말인가그런데 오늘 여기는 왔지? 내 안에 남아 있는 것들을 이제는 완전히 연소하기 위하여파울이 무엇을 나에게 주려고 했는지를 알고 싶어서그를  이제야 수용하려고 하다니...

 

여자는 한참동안 추억에 젖어 앉아 있던 소파에서 일어난다.

 

여자가 이 집을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그때, 파울이 여자에게 전해주라고 했던 듬직한  봉투를 이 집 관리인 마르크스로부터  받았었다. 여자는 펼쳐 보기가 두려워  피아노책상 ( :피아노 처럼 생긴 가구 뚜껑을 열어 앞으로 내리면 책상이 )제일 아래 서랍에 넣어두고는 서랍 열쇠구멍에 껴있던 열쇠로 잠가 두었었다때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었기에... 파울의 진심을 대하는 것이 그토록 힘들었었기에...그리고는 열쇠를 탁자 위 파울의 잡동사니 함에 넣어 두었었다언제인가 파울이 모든 열쇠를 함에 넣어둔다고  말했던 것을 기억했던 것이다.

 

사물함을 연다수많은 크고 작은 열쇠들이 들어있다. 그러나 여자는 즉시로 알아본 책상열쇠를 가지고 책상 쪽으로 간다제일 아래 서랍에 열쇠를 꽂는데, 가슴이 떨린다. 그때처럼 ... 파울이 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모아 잡았을 때처럼.

 

오른쪽으로 열쇠를 돌린다.찰칵! 카메라 샤터가 내리는 듯한 미세한 소리다서랍을 앞으로 당긴다안에는 그녀가 넣었던 봉투가 그대로 봉한 채 들어있다파울을 만난 가슴이 뛴다두 손으로 봉투를 잡아 가슴에 댄다다시 소파 쪽으로 돌아와 가만히 앉아 봉투를 쓰다듬는다.

 

봉투를 열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세월이 지났는가?  세월동안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이제는 모든 것에 대처할  내가 과연 되었는가?

 

여자는 가만히 봉투를 연다 

 

Leder notizbuch.jpg


두꺼운 가죽표지 노트북  같은 크기로 접혀 엷은 종이에 쌓여진 것이 있다. 차분히 종이를 펼친다 안에는 여자와 파울이 같이 웃는 사진 몇장이 들어있다! 연주회 포스터 사진!...여자는 사진 속 남녀를 보며 가슴이 저며온다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때...그러나 사진 속 그들은 영원히 웃을 것이다.


사진을 옆으로 비켜 놓고 두꺼운 노트북 펼친다.


" 나의 제이드에게, 

당신을 내안에 쌓아 놓은 흔적입니다."

 

첫 장 가운데 적힌 그의 만년필체 글을 보며 눈물이 고인다. 다음장으로  넘기는 것이 벅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