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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빛 푸른 밤 / 美思 신금재

    사슴꼬리만큼 남은 한 해가 저무는 저녁 그리운 사람에게 성탄카드를 쓴다 아직 소화시키지 못한 많은 말들 때론 역한 냄새를 풍기기도 했던 지난 한 해의 건초더미 같은 발자국 위로 푸른 달빛이 쏟아져 내리는 밤 검은 동물들이 무리지어 움직인다 노란 사슴출몰 도로 표지판에 보이는 검은 나무 검은 사슴 그림 정물화 속의 사슴들이 살아나온다 반짝이는 커다란 눈에 매끄러운 털을 달고 뒷뜰로 스며들어 달빛에 부서지는 은빛가루에 취하면 우아하면서도 현란한 춤을 보여준다 숨은 관객이 되어 숨죽이고 바라보다

    꼴깍, 침 삼키는 소리에 내가 놀라면 용수철 튀어 오르듯 공중으로 날아올라 그리운 이에게 다가가는 그들만의 사랑법 눈밭에 선한 눈망울로 춤추는 모습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한 장의 성탄카드 달빛 푸른 밤, 눈빛도 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