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ke louise.jpg 레이크 루이스/신금재


함께 공부하는 글벗이 레이크 루이스 그림을 올려주었다.

마법의 숲이라는 음악이 깔려있어서 호수의 풍경이 더 신비롭게 느껴지는데 문득 한국에서 보았던 사진 풍경이 떠올랐다.


유치원에서 근무할 때였다.

주간계획안을 만들어 복사하려고 이사장님 방에 올라갔는데 못보던 호수 사진이 벽에 결려있었다.

-저게 무슨 호수예요?

-저건 레이크 루이스라는 호수인데 캐나다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아름다운 호수라고 하였다.

정말 멋있네요.

천국이 있다면 저렇게 생겼을까요.

캐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신 이사장님은 여러가지 책을 보여주기도하고 기념품으로 사온 부처드가든의 컵받침을 나누어주셨다.

미처 끝내지못한 복사를 마치고 주간계획안을 들고 내려오면서 캐나다에 있다는 레이크 루이스와 부처드가든은 그야말로 남의 나라 땅이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몇 년 후 우리는 캐나다에 이민오게 되었다.

캘거리에 오는 비행기를 몇 대 놓치고 겨우 한밤중에 캘거리에 도착하였는데 공항에서 우리를 픽업해 주신 지인은 다음날 아침 일찍 우리를 찾아왔다.

레이크 루이스에 가자는 것이었다.

지난 주부터 얼음 조각 전시회가 열린다고 하였다.

일자로 시원하게 뚫린 일 번 하이웨이를 따라 달려간 곳에는 이사장님 방에서 보았던 호수 사진이 시퍼렇게 살아있었다.

레이크 루이스는 더 이상 남의 나라 땅에 있는 사진 풍경이 아니었다.


에메랄드 그린 빛을 닮아서 처음에는 에메랄드그린 호수로 불리다가 빅토리아 여왕의 딸, 공주인 루이스 캐롤라인 앨버타 공주라고 불리는 호수.


겨울에는 얼음 조각전으로 유명하고 봄이 오는 호수에는 퍼피꽃-양귀비꽃-이 피어나는 곳

하늘하늘 흔들리는 꽃잎이 마치 코스모스를 닮아 그리움을 자아낸다.

처음으로 나에게 레이크 루이스를 보여주신 이사장님은 우리가 떠난 뒤 갑자기 돌아가셨다고한다.

어느 날 교사 한 명이 월급 봉투를 전달받으러 이사장님 방으로 올라갔는데 컴퓨터에서 내역서를 출력하던 이사장님이 계속 쏟아져나오는 내역서를 그저 바라만보고 계시더란다

놀란 교사가 교무실로 달려갔고 응급실로 모셔진 이사장님 뇌 속에는 커다란 종양이 이미 공격을 마친 상태였다는데...

강원도 어디 홍천강이 내려다보이는 납골당 묘지에 남편을 남겨두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얼마나 무겁던지 하면서 원장님은 후에 나를 만나 이야기하시다가 눈물을 보였었다.

법학을 공부하셨지만 끝내 피워보지 못하였다고 안타까워하는 표정에서 부부의 지극한 사랑이 보였다.

그분이 취미로 그렸다는 그림들을 보면 떨리는 섬세함이 전해지고 부당함 앞에서도 늘 자신을 통제하면서 평정을 간직하셨던 이사장님의 모습이 레이크 루이스를 바라보면서 겹쳐져 보인다.


커다란 호수 레이크 루이스를 닮아 어려운 시절의 차가운 물도 뜨거웠던 여름의 정열도 모두 담담하게 받아들여 풍요로운 인생을 살다가신 분.

눈 쌓인 호수 위에 아름다운 얼음 조각전이 펼쳐지는 레이크 루이스

너의 넓은 마음과 여유로운 가슴을 닮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