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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폭이 좁아지는 마을, 퀘백/신금재


퀘백은 인디언 말로 강폭이 좁아지는 마을이라고한다.

캐나다 뉴스에서 자주 분리독립이라는 단어와 함께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데모하는 장면과 함께 보여져서 다분히 과격하고 전사적인 느낌이 든다.

이번 동부 여행 일정에는 몬트리얼과 함께 퀘백도 들어있어서 유럽보다 더 유럽답다는 두 도시를 둘러보게되었다.


다른 곳에서는 여행사가 지정해준 식당과 호텔에서 식사를 하였지만 퀘백에서는 하룻저녁 식사를 자유롭게 할수 있었다.

여행사 가이드는 열 곳이 넘는 맛집 식당을 소개하여주었는데 올드 퀘백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스테이크 전문점, 퀘백 전통 복장을 입고 서빙해주는 특이한 음식점,

비버 테일이라는 모양이 비버의 꼬리를 닮았다고하여 지은 이름으로 오바마 미국대통령이 캐나다를 방문하였을을 때 먹고나서 그 맛을 극찬하였다고해서 -오바마 테일-로도 불리워지는 음식, 바삭한 빵 위에 메이플 시럽등 달콤한 토핑을 얹어서 먹는 간식.

우리는 가이드의 맛깔스런 설명을 들으며 열번 째에 나오는 레스토랑 1640으로 가기로 하였다.


1640은 화가의 거리 바로 옆에 있고 1640년 부터 조그마한 술집으로 시작하여 양고기, 앨버타산 소고기 스테이크, 대서양 랩스터 등 다양한 음식을 파는 곳이다.


화가의 거리에는 자그마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마치 동화나라 속에 들어온 것 처럼 우리는 들떠서 거리를 걸어다녔다.

무명화가들의 거리에는 커다란 벽 전체에 그림을 그려놓아 우리는 그 거대한 그림 앞에서 모델처럼 사진을 찍고 그 옆에서 하프를 연주하는 할아버지의 음악 CD를 사기도하였다.


부산에서 왔다는 엘리사벳 할머니는 손녀에게 줄 프랑스 과자-마카롱-을 찾아 온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자그마한 베이커리에서 알록달록한 모양의 과자를 찾아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손녀딸이 제일 좋아한다는 과자들에는 불어로 이름이 쓰여져있었는데 어느 것은 영어와 비슷하여 알아볼 수 있었지만 딸기는 전혀 다르게도 F자로 쓰여져서 우리는 점원에게 확인할 수 밖에.


삼 년 전에도 이곳을 다녀갔다는 그 할머니는 기억을 더듬어 수녀님들이 손수 만들어 파는 성물가게를 찾아내었다.

너무 해맑아서 마치 소녀같은 모습의 수녀님이 우리에게 여러가지를 질문하더니 김대건 신부님의 성화를 내보였다.

우리에게도 낯익고 친숙한 모습의 김대건 신부님이 퀘백의 한 작은 거리 모퉁이에서 우리를 맞아주실줄이야.


해는 저물어 저 멀리 세인트 로렌스 강 위로 달이 떠올랐다.

바다처럼 넓어서 강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곳, 세인트 로렌스 강폭이 좁아진다는 퀘백-시타델 요새, 다니아몬드 곶.

아마도 영국과 프랑스가 이 땅을 차지하기 위하여 격렬한 전투를 벌일 때 강물이 좁아지는 이곳 지형은 프랑스 군대에게 아주 유리하였겠지.

결국 역사의 강물은 흘러흘러 지금의 퀘백--캐나다 안에 외로운 섬을 만들어 불어권으로 자리잡게 하였을 것이다.


단풍이 떨어지는 거리를 걸으며 가만히 생각해본다.

그들은 왜 그리 치열하게 싸웠을까.

누가 이겨도 이 땅을 가져갈 수 없었을텐데, 이 땅은 영원히 캐나다로 이어질텐데.

우리네 삶 안에도 이런 부질없는 다툼이 얼마나 많던가.


어느 덧 우리는 부서지는 달빛을 머리에 이고 레스토랑 1640 앞에 다다랐다.

함께 간 다른 여행객들도 하나 둘 이어서 들어오고 우리의 만찬이 시작되었다.

대서양에서 잡았다는 랩스터-가재-어찌나 크던지 반으로 자른 가재가 접시 밖으로 도망가려하였다


식당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도란도란 속삭이는 소리들.

다시 에너지를 얻어 충전되는 소리들.

이제 돌아가면 더 긍정적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이곳의 추억으로 힐링하며 힘을 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