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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아가라 물새/신금재


물새들이 날고있었다. 자유로운 영혼의 날갯짓으로.


이민온 지 십 사년, 

캐나다 동부에 가보려고 생각만하다가 멈추길 여러 번, 마침내 시월이 저물어가는 마지막 주 

토론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리가 사는 서부보다 두 시간이 빠르다는 곳

이른 새벽 다섯 시, 집에서 나와 일곱시에 출발한 비행기는 한낮의 토론토 시내, 붉은 단풍이 반기는 거대한 도시 한복판에 내려놓았다.


나이아가라는 동부여행 마지막 날인 금요일.

아침부터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캐나다 국기의 상징인 메이플 단풍이 도보에 떨어져 울고있는 거리.

두시간 정도 달려가자 나이아가라 폭포가 바로 길 건너에 다가와 손을 내밀고

나이아가라는 그렇게 웅장한 표정으로 다가와 나의 속내를 다독여주었다.

크루즈 배를 타고 도는 동안 폭포물이 배 위로 떨어져내려 폭우 속을 걸어가는 느낌이 드는데 강 건너편에서 미국 여행객을 태운 배가 우리 옆으로 다가와 지나갔다.


붉은 단풍과 떨어져내리는 폭포, 그리고 붉은 우비를 입은 미국 여행객들을 배경으로 물새들이 날고있었다.

어느 해 겨울, 유난히 겨울이 길게 느껴지던 그해.

한 마리 새가 되어 어디론가 날아가고 싶던 그 심정으로 나는 청둥오리 한 쌍이 그려진 액자 하나를 사서 벽에 걸어놓았다.

지금 보면 아주 초라한 그림이지만 그때는 청둥오리가 날아가는 그 그림이 내게 위안이 되어주었다.


물새들이 곤두박질 치다가 다시 폭포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 지  연신 카메라를 눌러대었다.

캘거리로 돌아가면 이 사진을 크게 확대하여 걸어놓아야지 그래서 지루한 일상에 한줄기 맑은 물이 되게하자 생각하였다.


폭포를 뒤로 하고 손자에게 줄 기념품이라도 사려고 작은 몰 안으로 들어가는데 입구 옆에 작은 갤러리가 있고 온타리오에 거주하는 아이린이라는 화가가 그렸다는 폭포 주변을 소재로 한 유화들이 걸려있었다.

그런데 아, 좀 전에 내가 찍은 바로 그 풍경--크루즈 뒤로 물새들이 날고 있는 저 모습.

저거다

망설임없이 좀 비싸다싶은 그 그림을 샀다.


인디언들이 믿는 것 처럼 나이아가라 폭포에게도 영혼이 있다면 그림을 쳐다볼 때마다 폭포의 영혼이 내게도 전해져 하루하루의 삶이 맑아지고 날아다니는 물새처럼 자유로워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