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83.-
여자가 안으로 들어가니 자리에 앉아 있던 현수가 일어서며,
? 언니! 아프다고 서울로부터 현이사님의 가 보라는 부탁전화받고 왔는데, 이리 오래 외출하는 것 보니 괜찮은데 그리 걱정을 하셨네.“
? 오느라고 수고했구나. 만나서 반갑다. 내일은 귀가하려고 했어. 너에게 전화연락할 경황이 아니었어. 미안하구나.“
? 어.. 그래? 그런데,
소연이는 어떻게 연락받고 언제부터 여기 있는 거야. ?
?..........“
아니 이 얘가 지금 무엇 하는 거야. 심문?
? 현수언니, 저는 어제부터 왔어요. 아주머니가 링겔주사 맞으시며 거동이 힘들어 은지친구 되어주고 있었어요.“
소연이가 여자대신 상황을 설명한다. 소연이 하는 말을 듣는지 마는지 하던 현수가
? 언니, 인사해. 교수님 대학반주자 헬가씨야.“
? 아, 안녕하세요.“ 여자가 간단히 인사를 한다.
? 예, 저는 헬가입니다. 지난번 방송을 통해 제이드씨의 소식은 들어 왔습니다. 대단하십니다. 까다로우신 로렌스 교수님의 마음에 드시게 반주를 하신다니.. 반갑습니다.“
로비에 서서 인사를 나누는데 파울이 들어온다.
? 아니? 어떻게 된 것이에요. 헬가? 여기를 다 찾아 오고. 내가 당분간 좀 쉰다고 했던 것 기억 안 나는 것이에요?“
그동안 여자가 보아 오던 모습이 아닌 표정으로 파울이 헬가를 다그친다.
? 로렌스 교수님, 말씀을 어찌 제가 잊겠어요. 그런데, 현수학생이 제이드님을 꼭 만나야한다고 해서 제가 운전해 온 것이에요.“ 헬가는 쩔쩔매며 어찌할 줄을 모른다
? 교수님! 제가 서울의 은지아빠 연락을 받고 찾아 오면서 초행길이라 헬가씨에게 운전부탁한 것이에요. 서울에서 걱정이거던요. 그런데 와 보니 괜한 걱정한 듯하군요.“
뾰족한 날이 선 현수의 말에 파울이 기분 상한 표정을 한다.
? 현수야. 모두들 걱정을 끼쳐 미안하지만 너의 표현은 좀 그렇구나. 내가 아직도 몹시 아파야 네 걱정에 맞다는 거니? ?
파울과 헬가는 여자가 한국어로 현수에게 하는 말을 이해는 못 하지만 여자의 어감이 착 가라앉은 것에 심기를 헤아린다.
? 현수! 우리 이제 돌아갑시다. 제이드님이 내일은 비엔나로 귀가하신다니.. 자, 그럼 내일 만나도록 하고 어서 갑시다.“
헬가가 서둘러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을 본 파울이,
? 헬가! 이렇게 멀리까지 왔지만 그냥 돌아가는 게 좋겠소. 제이드가 오늘 연습을 많이 하여 피곤해서 쉬어야 할 것이니 다음 기회에 좀 더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그리고 현수! 걱정하게 하여 미안하지만 예정대로 내일 돌아가니 오늘은 돌아가고 서울에서 연락이 또 오면 내일 귀가한다고 해 주어요. 이미 그분과 제이드가 연락을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은지가 승마하도록 허락도 하셨으니..자! 제이드는 어서 올라가서 쉬어요.“
파울이 단정적으로 얘기를 하자 현수와 헬가는 돌아갈 준비를 한다.
? 현수야! 내일 귀가하면 전화할게. 그럼 잘 가라.“
? 전화? 아니. 안 기다릴거야. ? 거절하며 휙 돌아선다.
? 이모! 벌써 가? ?
? 응! 너의 엄마와 교수님이 가라잖아.. 나, 간다“
어린 애에게도 쌀쌀하게 말하다가 다시 파울을 향해 ,
? 교수님! 저의 성악지도는 언제 해 주실 거에요. 입학시험도 얼마 안 남았는데 ...“ 따지듯이 묻는다.
? 현수 학생! 대학 사무실에 내가 언제 다시 나간다고 이미 말해 놓았으니까 대학에 물어봐요. 지금은 내가 대학에 있는 게 아니라 개인시간에 있는 것입니다. 분명히 현수학생이 알아야 하는 게 있어요. 현수 학생은 아직 정식학생이 아니에요. 시험준비 중이지요. 정 내 시간을 기다리기가 어려우면 내일이라도 내 대신 다른 교수를 알아보아요. 잘 생각해 보고 헬가에게 연락해 주어요.
그리고 헬가! 당신은 잘 알만한 사람인데 오늘 하는 일을 보니 이해가 안 되는 군요.“
파울이 현수에게 하던 말을 조심히 듣고 있던 헬가는 자신에게 하는 파울의 말에 당황한다.
? 예, 로렌스 교수님, 정말 죄송하게 되었어요. 연주를 위한 촬영 후 쉬신다는 말을 잊고 이리 찾아와 방해를 해서 .. 다음에 학교에서 뵙고 말씀드리지요,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편히 쉬세요. 그리고 제이드님, 다음에 연주회때 꼭 뵈올께요. 건강 속히 회복하세요 . 자, 현수! 가자고..“ 헬가가 먼저 밖으로 나간다.
? 교수님, 안녕히 계세요. 언니, 은지 그리고 소연이도..“ 풀이 죽어 현수가 헬가 뒤를 따라 나간다.
여자는 갑자기 기운이 쭉 빠져서 의자에 앉는다.
? 아줌마! 얼굴이 하얗네요. 아프셔요?“
? 아니, 좀 어지러워서... ?
? 제이드, 왜 어디가 힘들어요?“ 파울이 놀라서 여자의 머리를 집는다.
? 아니에요. 좀 앉아 있으면 될 거에요. 그런데 애들이 저녁을 먹어야 할텐데...“
? 아줌마, 우리들 조금 전에 현수언니하고 같이 교수님께서 준비 해 놓으셨던 간식
먹었어요.아직 배 안 고파요. ?
? 그러니. 그럼 나 좀 방으로 데려다 줄래? ?
? 예, 자 저한테 기대세요.“ 소연이 여자를 이르키며 어깨에 여자의 팔을 두른다.
? 아, 소연! 나 한테 맡겨요.“ 파울이 재빠르게 여자를 부축하며 위층으로 올라간다.
여자의 방에 들어서는데 전화 벨이 울린다.
?여보세...“ 여자의 말이 마치기 전에 수화기 저편에서 성급한 음성이 들린다.
.... 당신, 어떻게 된 거요? 아픈 사람이 방에 없고 통화가 안 되어서 걱정했는데. 현수가 안 찾아 갔소?
? 왔다가 갔어요.내일 비엔나집으로 간다고 어제 통화 때 얘기 했었..’
또 말을 끊으며,
.... 그래도 오늘 통화가 안 되니까 . 그런데 어디를 갔다 온 거요 대체?
? 피아노 연습하고 왔어요... 그리고 이제는 괜찮아요.“
....도대체 무슨 반주를 맡아서 그리도 열심이요. 내참..
? 은지 바꾸어 줄까요? ?
...그래 주구려
엄마가 통화하는 것을 유심히 듣던 은지에게 수화기를 넘겨주고 창가로 가서 바깥쪽을 내다본다. 파울과 소연도 은지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며 여자 옆에 서 있다.
?엄마! 아빠 바꿔줄까?“ 통화를 마친 은지가 묻는다.
조금 전 두 번이나 상대방 말이 끝나기 전에 끊었던 것처럼 또 끊을 것을 생각하며 손으로 아니라고 흔들어 준다.
? 아빠! 엄마가 안녕한다고 손 흔들어요 . 그럼 나도 아빠 안녕!“
아니? 저 애가 어찌 천연덕스레 내가 안녕한다고 하나..
통화를 마치자 여자에게 와서 꼭 안긴다.
? 엄마! 오늘 엄마가 막 보고 싶었어. 현수이모가 화나서 그랬나봐. 자꾸 엄마 왜 안 오냐고 물으면서 말야. 에이 속상해.“
? 미안, 은지. 엄마가 연습하다가 시간 가는 줄 몰랐어. 은지야 우리 맛있는 저녁 먹고 재미있게 놀자 ?
? 정말 엄마? 우리 포커 놀자..
소연 언니가 가르쳐 주었어. 그치 언니? ?
? 응, 그래.
그런데 엄마가 피곤하신 것 같은데.“
? 소연아 괜찮아 이제 좀 쉬고나서 . 저녁 먹고 포커하자.“
조용히 옆에 있던 파울이 포커라는 단에에 눈치를 챘는가,
? 포커를 하려고 해요? 나도
같이 합시다. ?
? 어머! 파울도요? 은지야,
교수님도 같이 하잰다.“
? 아이! 신나라!“ 손벽까지 치며 딸애가 신나하는 모습을 보며 여자의 맘이 찡해진다.
?파울! 저녁은 호텔식당에서 제일 맛있는 것으로 먹어요. 오늘 저녁이 여기에서 마지막이잖아요. 아주 멋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어요. ?
?그러지요. 제이드, 그러나 마지막이라는 것에 의미를 주지 말고 .. 또 다음에 오기를 바라면서 ..“
그래요. 파울 . 당신 맘대로 해요.
( 계속)
"제이드, 그럼 약 한 시간 후에 레스토랑에서 봐요. 내가 주방에 연락해 놓을게요. 무조건 맛있는 것으로 차리라고 하하하!"
" 그래요. 저는 애들과 좀 있다 내려갈게요."
" 좋아요. 즐거운 저녁을 위하여 !" 그가 기분좋게 나간다.
" 소연이가 오늘 힘들었겠네. 방에 가서 혼자 쉬고 저녁식사시간 때 보자."
" 안 힘들었어요. 현수언니 오기 전까지는.. 그럼 이따 뵈어요."
소연까지 나가자 여자는 은지를 꼭 껴 안으며 속삭인다.
" 우리 예삐! 오늘 그렇게 엄마가 보고 싶었다고?"
" 아이, 엄마 또 왜 이렇게 꼭 잡아요. 숨도 못 쉬겠네. 호호" 다시 아이가 밝아 진다.
아, 이 아이는 어찌 이리 이해가 깊을까. 칭얼거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은지야, 오늘 우리 여기서 하룻밤 더 자고 내일은 비엔나집으로 돌아갈 거야. 섭섭하니? 너도?"
" 응! 말을 언제 또 타나... 에이.."
" 그렇게 말 타는 게 좋아?"
"네. 여기 말은 순한 것 같애. 호호. 승마 선생님도 친절하고 "
" 뭐라고? 너랑 얘기가 통해?"
" 아이참, 엄마는... 긴 얘기는 안 해도 몸짓으로 알아듣는 거지 뭐 ㅎㅎ"
"에구 이것이?"
" 엄마는 가끔 우리 유치원 친구보다 더 어린 것 같애. "
" 언제?"
" 바로 지금 "
" 뭐가?"
"그냥, 다."
어머나, 어찌 이 어린 것이 이 에미를 이리 볼 수가 있는가.. 내가 혹시 이 애에게 무엇인가 헛점을 보여 주었던가?
" 치.. 엄마 지금 속으로 내가 무슨 생각할까... 생각하는 거지? 다 보인다고 엄마 얼굴보면
.."
" 은지야! 정말 다 보여?"
" 그럼. .."
" 참, 너 아까는 아빠보고 엄마가 안녕하는 손 흔든다고 했잖아? 그때 엄마가 손 흔드는 것이 그렇게 보였었어?"
" 아니, 엄마가 '아니' 라고 하는 것으로 보였어"
" 근데, 왜 그렇게 말했니?"
"아빠가 한국에 혼자 있어서 ' 아니' 라고 하면 섭섭할까 봐"
쿵! 머리가 어찔하다. 어쩌다가 아이가 이리 조숙해졌는고!
여자는 다시 한 번 애를 껴안으며
" 은지야 미안해. 너 한국가고 싶지?"
" 아니야. 엄마, 나 여기 참 좋아. 그런데 자꾸 아빠가 멀리 있어서 전화만 하니까 점점 잊어버리는 것 같아. 그리고 엄마가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이쁜 것 같애. 왜 그래 엄마? 아까 현수 이모가 그러더라고 ' 너네 엄마 여기 와서 확 달라졌어' 라고 그 소리 들은 다음부터 기분이 좀..."
그래, 내가 변한 것일까? 어린 애까지 알아보도록 .. 어떻하지?
" 은지야 우리 목욕 같이 하자, 그리고 옷 갈아입고 저녁 먹으러 내려가자. 알았지?"
" 그래, 와 신난다! 엄마. 그럼,나 소연 언니 방에 있는 내 옷가방 가져 올게" 애가 뛰어 나간다.
욕조에 물을 내리며 여자는 곰곰이 딸애의 맘을 가누어 본다. 결혼 한참 후 삼십 넘어 가진 딸애를 그동안 어떻게 키었던가 생각하니, 미안하게도 도대체 여자가 한 것이 별로 없는 듯하다. 태어나서 그렇게 기쁨을 안겨 준 하늘의 선물을 ..
누군가와 단둘이 여행을 한다는 것은 깊은 속까지 헤아리는 기회인 것이다. 에미가 사진 촬영과 피아노 연습에 정신 없는 동안 이 다섯살짜리 꼬마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으며 어느새 조숙해 진 것이라니..
" 엄마! 물이 너무 많아요!"
" 어머! 그러네 "
빨리 수도 꼭지를 잠그며 딸애에게 자신의 불안정한 내면이 노출된 것 같아 부끄럽다. 아이를 먼저 욕조에 편하게 누이고 온몸을 정성스럽게 매만진다.
어쩌면 이리 살이 애답지 않게 탄탄할까?
" 아이, 엄마 간지러워! 비누 거품 만들어 주어요. 그럼 혼자서 놀텐데."
" 요 가시내가 벌써부터 혼자 노는 것 좋아해? 엄마 섭섭하게"
" 엄마가 들어오면 욕조가 꽉 차서 놀지 못하니까 그러지 뭐"
" 지금 시간이 많지 않아서 놀지 못해. 자, 엄마가 들어간다."
여자가 물이 넘칠 까 봐 욕조 바닥에 있는 뚜껑을 열어 물을 빼려고 숙인다.
바로 그때 ,
" 아니, 문을 열어 놓고 뭐하는 거에요?'
욕실 밖 거실 쪽에서 파울의 소리가 들린다. 여자는 욕조에 들어가려고 벗었던 옷을 다시 걸치며 엉거주춤 한다.
" 엄마! 내가 문을 안 닫았었나 봐."
" 알았어. 가만 있어 봐."
여자가 욕실문을 살짝 두드리며,
" 파울, 우리들 여기 있어요. 문을 닫아주고 가서 쉬세요."
"..........."
아무 말 없이 문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여자의 얼굴이 갑자기 붉어 진다.
( 계속)
여자가 잠깐 멈칫하며 서 있는데,
" 엄마! 빨리 들어 와. 어서 우리 놀자니까."
" 어.. 그래" 대답만 하고 욕조에 들어가지 않고 애만 정성스레 닦아준다.
" 엄마는 안 해?'
" 나중에.. 너 먼저 하고 나온
다음에."
" 아이! 같이 하자고 해 놓고서는 .. 어서 옷 벗고 들어 와. 나는 이제 거의 끝났잖아."
" 그래, 알았어." 여자가 옷을 다시 벗고 욕조에 들어가 가만히 물이 넘치지 않게 앉는다.
" 아.. 엄마, 우리 서울 목욕탕에 가서 막 물 끼얹던 때가 생각 난다."
" 그래? 그럼 엄마가 이렇게 물을 끼얹을까?" 여자가 딸애의 머리 위로 물을 살살 끼얹는다.
" 흐흐흐... 간지러워... 그럼 나도 에이!" 딸애가 여자의 젖 봉오리를 간지럽힌다.
어머나! 온 몸에 전율이 확 퍼져 나간다. 얼마 만의 감각인가? 나에게 이런 감각이 언제 있었던지도 까마득한데..딸애의 손을 더 이상 못 만지게 쥐고는 여자는 잠시 말을 잊는다.
"엄마! 왜? 또 아퍼?"
" 아니야.... 이제 그만 놀자. 자, 일어나. 어서"
몇 번 맑은 물로 애의 몸을 뿌린 후 욕조를 나와 타월로 덮어 주고 머리를 말려준다.아이의 머리가 참으로 부드러웁다.
" 은지야. 이제 너 먼저 나가서 침대에 누워 쉬고 있어. 엄마는 좀 더 목욕하고 머리 감아야 하니까"
" 알았어. 근데 엄마 어디 정말 안 아퍼? 웃지도 않고.."
"걱정하지 말고 .. 어서 나가" 애가 마지못해 나간다.
혼자가 된 여자는 다시 욕조에 몸을 담근다. 조금 전 전율로 떨었던 몸이 따스한 물에 녹듯이 점점 안정되어 간다. 머리를 말리며 '헤어드라이'가 돌아가는 소리에 자신이 저 멀리 공중의 어느 한 곳에 있는 기분을 떨치듯이 목욕가운을 얼른 입고 거실로 나온다.
어머! 애가 잠들어 있네. 피곤했던 딸애가 목욕 후 침대에서 잠이 들어 있는 것이다.
따르릉... 침대 옆 탁자 위에 있는 전화가 울린다. 동시에 딸애가 놀라 눈을 뜨다가 도로 눈을 감고 잠든다.
" 여보세요?"
... 제이드 좀 쉬었어요?
" 예...."
...전화 드리는 것은 다름 아니라, 오늘 저녁에 입을 옷을 비올렛이 가져갈 거에요.은지, 소연이 것도
" 무슨 옷을?"
...제이드가 추억에 남는 멋있는 저녁식사를 하자고 해서 의상도 준비했어요.
" 어머? 저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는데요.."
...우선 가져간 옷을 본 다음 제이드 맘대로 결정해요. 오스트리아 민속의상인데, 은지에게 잘 어울릴 거에요. 알프스 소녀처럼...
" 알았어요. 파울이 이리 신경 써주니 미안하네요."
...그런 말 들을려고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럼 비올렛을 보낼게요.
" 예..." 통화를 마치자 침대에 누운 은지를 흔들어 깨운다.
" 은지야, 어서 일어나! 너 입을 옷이 온대."
" 어머!무슨 옷?"
" 알프스 소녀 옷이라는데.."
" 호호. 아이 좋아라, 엄마와 소연언니도?"
" 응, 참, 소연이도 불러야 겠다"
여자가 소연이 방으로 전화한다.
" 잘 쉬었니? 우리 방으로 올래? 교수님이 저녁에 입을 옷 준비하셨다네.."
...호호호. 그러셨어요? 그러잖아도 어제 저에게 묻더라고요. 은지가 어떤 옷을 입고 싶어 하는 지 아냐고요. 그래서 알프스소녀 하이디가 입는 옷 입고 싶어한다고 했었거든요. 어머 그런데 벌써 준비를 하셨어요?
" 그랬었구나. 소연이랑은 대화를 하셨었네."
...예. 그럼 제가 아줌마 방으로 갈게요."
통화가 마치자 여자는 파울의 자상한 배려에 부담스럽다. 곧, 비올렛이 옷세벌을 이동 옷걸이에 걸고 밀며 가져 온다.
" 제이드님이 건강하게 화색이 도니 안심이네요. 이 연보라빛은 제이드님 것, 연두색은 큰 공주님 것, 그리고 이 빨간색은 우리 작은공주님 것이에요."
"와! 이것 정말 하이디 옷이네. 와와와 신난다"
딸애가 옷을 만지며 기뻐한다.
" 자, 공주님 속옷 먼저 입으시고..."
비올렛이 은지에게 하얀 윗도리 속옷,속치마, 속바지, 하얀 망으로 짠 양말을 신기고는 빨간 원피스를 입힌다. 그리고 잔잔한 무늬가 있는 분홍색 앞치마를 둘러준다.입히는 동안 숨도 안 쉬고 은지는 긴장한다.
" 자! 공주님 정말 이쁘네요." 비올렛이 만족하여 여자를 향하여 웃는다.
정말 아름답네.. 어쩌면 칫수도 딱 맞을까?
" 제이드님도 입으시지요. 싸이즈 38 로 준비했어요.여기 속옷 그리고 양말도.. 저는 그 사이 따님 머리 만질게요"
" 비올렛! 아니 어떻게 이리 준비를 했어요?'
" 아, 교수님께서 아직 말씀 안 하셨어요?"
" 아니요. 전혀..."
"제이드님과 은지 모녀 승마촬영이후 민속옷 입은 모습도 촬영하려는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제이드님이 편찮으신 이유로 모두 취소가 되었었지만 옷은 이미 준비되고 있었지요. 제가 그날 제이드님 승마옷 입으실때 옷 칫수를 보아두었기 때문에 잘 맞을 거에요. 그리고 오늘 큰 학생을 위해 한 벌 더 준비 했을 뿐이에요."
흠... 모든 일들이 이리 척척 진행되고 있었군..
소연이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 어머, 은지야 정말 예쁘다. ㅎㅎ"
" 언니, 정말? "
비올렛이 소연에게 옷전체를 주며 입는 방식을 설명한다. 설명대로 즐겁게 입는 소연의 모습을 보며 여자는 탁자 곁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을 다듬는다.
" 엄마! 빨리 입어 봐. 엄마 옷 보고 싶어
. 어서.."
" 그래요 아줌마. 어서요."
"....."
여자가 서서히 일어나 자신을 위해 준비된 옷가지들을 들고 목욕탕으로 들어가서 거울 앞에 선다.
도대체 내가 지금 무엇하는 것인가?
(계속)
Franz SCHUBERT NOTTURNO, D 897 in E fl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