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한 여자 (23)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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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주자창은 거의 비어 있어 고적하다. 파울이 차를 세운 후 여자를 그윽이 바라본다라디오 음악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어제 다녀 갔다고 그래도 정겹네..생각하며 여자가 그냥 앉아 있는데, 파울이 여자의 안전벨트를 풀어준다여자가 멈칫하며 그를 쳐다 보다 눈이 마주친다.

 

" 제이드가 음악에 취하면 다른 아무 생각을 못 하는군요 허허허 음악 마칠 때까지 그냥 차에 있지요."

 " .. , 음악보다도 .. 수도원에 다시 오니 웬지 정겨워서 오래전부터 다니던 같아"

" 그래요? 아무래도 제이드는 이곳 유럽에 취한듯 ... 걱정되네요. 앞으로 여기저기 다니다가  맘에드는 곳에서 그냥 머무를까 봐.. "

" 그렇게 보여요 제가?.. 하긴  엊그제 촬영때 미용사도 그리 농담 하더라고요 ㅎㅎ"

 

음악이 마친다. 둘이가 차에서 나오자건너편 수도원 입구에서 기다리던 나이들은 수사가 다가온.

파울이 제이드를 그에게 인사 시킨다.

 

"요하네스 수사님! 제가 말씀드린 제이드에요"

"제이드! 반갑습니다어제부터 보고 싶었어요그냥 가서  섭섭했었는데.. "

" 안녕하세요, 수사님. 그런데 너무 고적하여 제가 피아노를 치면 수도원에 방해 듯하여 망설여집니다."

" 허허허! 그런 걱정은 하셔도 됩니다. 수도원은 오래 되어서 벽이 두꺼워 방음이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점심 시간이라 제가 간단한 식사를 준비 시켜 놓았습니다.따뜻한 차와 수도원 식사를 하신 연습하시지요듣기로는 몸이 좋다고.."

" .. 그리 신경써 주시니 고마워요."

" 아닙니다. 파울 사람이 오랜만에 들러주니하늘에 있는 파울어머니 추억이 떠오르고...다시 노래를 한다니 너무 기뻐서 제이드씨께 감사드리고 싶었습니다."

" 수사님, 그만 하세요제이드가 그제와 어제 연이어  아버님으로부터 저의 가족에 대해 들어 부담될 같아요."

" ! 그런가.. 미안하네. 나이가 들어 가니 점점 말이 많아지는구만."

 

발뒤꿈치까지 가리도록 갈색 수도복을 자신의 몸인듯 입은 수사가 앞서서 간다그가 인도한 곳에 들어서니  벽에 장식이 하나 없이 중앙에 식탁이 놓여 있다아치형 천정과 더불어 고요함이라니..여자는 눈에 보이는 무엇에 압도되어 가만히 서있다.

 

수사가 권하는 자리에 앉자마자 젊은 수사가  음식을 어  오가며 들어와 탁자 위에  차린다 사이 파울과 수사가 독일어로 대화를 나눈다여자가 보기에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친숙한 사이로 느껴진다.

" 제이드, 미안해요. 우리끼리 말을 나누고...파울에게 야단을 치느라고. 오랫동안 적조하였거든요그러더니 .. 이런 아름다운 여인을 데리고 수도하는 노인네에게 설레임을 준다고. 하하하!!!"

" 아닙니다. 제이드. 수사님께서 농담하시는 거에요."

"파울! 걱정하지 말아요. 저도 그 정도는 눈치가 있어요. 두분의 대화모습을 보면서 무척 아끼시는 사이구나 했어요. ㅎㅎ"

" ! 역시 제이드가 파울보다 유모어가 있군요.. 파울! 자네가 제이드에게 많이 배워야겠구먼.

음식이 식기 전에 어서 듭시다. 차는 우리 수도원에 생산한 허브차입니다. 몸에 좋습니다."

" , 감사해요."

 

어제 로렌스옹과 마셨던 차와 같네.. 생각하며 여자는 맑은 야채슾을 들며  곁들인  갈색 보리빵을 찬찬히 먹는다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 나온다.

 

어디서  읽었었지..검은 보리빵을 ! 일용할 양식을 상징하는 판넬판에서 두 손을 모은 앞에 놓였던 갈색 뭉퉁한 빵이었던가 정말 우스운 사람이네.. 무슨 분석을 이리도 하고 있지? ㅎㅎ

 

" 제이드, 무슨 생각을 하며 혼자 웃어요?" 파울이 그새 여자의 미소를 보고는 묻는다.

" 제가 여기 오기 전에 한국에서 보았던 사진 액자속의 빵이 올라서요... 이빵하고 같았던 기억에 ㅎㅎ"

" ! 한국에도 액자가 있어요?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하는 ?" 수사가 흥미 깊게 묻는다.

" 어머! 수사님도 액자사진을 아셔요?"

" 그럼요...물론. 그런데, 제이드가 이 빵을 실제로 보기 전에 그림을 먼저 보았었다니 흥미롭군요그래서 그런지 제이드가 낯설지가 않아요. 하하하!"


수사가 호탕하게 웃자,

" 하여튼 수사님 말을 연관시키는  화술은 여전 하시네요제이드! 당신 얘기를 들으니 한국에 가보고 싶어요그리고 당신도 수사님 못지않게 연상법이 대단하고요. 하하하"

"............"

 

! 냥반들이 이러시노? 성스런운 수도원 안에서 이리 웃어도 되는감?

여자가 말에 응수를 안 하고 생각에 잠긴듯하자 두 사람도 조용히 식사를 한다.

 

식사를 마치며,

" 수사님! 정말 뜻깊은 식사를 하였어요. 한국에 돌아가서 액자를 보면 이곳이 항상 오를 것이에요"

" 그래요? 생각에는 빵을 들적마다 한국액자가 떠오를듯한데요"

" ? 무슨 ?"

"제이드가 이곳에 오래 머무를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요..."

 

어머! 분이 지금  예언을 하는 ?...

 

" 제이드! 당신은 너무 대화에 진지해요.  자자 ! 수사님 연습할 곳으로 가지요."

" 파울! 자네는 예나 지금이나 내말을 짜르는 버릇이 있구먼. 지금은 제이드가 있으니 내가 참지만

제이드 피아노 연습하는 동안  보자고. ... "

파울과 농담하며 수사가   복도를  지나 방으로 인도한다.

 

방안에는 몇 가지 악기들이 있다.

 

" 제이드, 이곳에서 우리 수사들이 나름대로 음악을 즐기는 곳입니다.맘껏 연습하세요나는 저기 입구 사무실 방에 있으니까  마치면 그리로 오면 됩니다파울! 자네는 나하고 가지.."

" 제이드, 그럼 좀 있다 들르면서 음료수 가져올게요."

" 아니, 음료수 필요 없어요. 제가 마치면 입구로 갈게요"

" 그럼 그래요. 방해 할게요"

 

그들이 문을 닫고 나간다.

 

여자는 혼자가 되자 방안을 찬찬히 휘둘러 본다피아노로 가서 뚜껑을 열고 건반을 하나씩 검진하듯 쳐본다. 상아로 만든 건반 몇 개가 벗겨진 것을 보니 오랜 세월 사용된 것임을 수 있다악보를 보면대 위에 펴놓은 후, 창가로 간다중정 마당에는 아무도 없다엷은 파스텔색조의 회랑 안에도 인적이 없다.

 

갑자기 자기가 고요함을 무너뜨릴 같아 걱정이 앞선다.....아무리 벽이 두껍다 해도..

 

다시 피아노 앞에 와서  치기 시작한다겉보기 보다 피아노의 상태가 양호하다. 음색도 나무랄 데 없이 아름답다여자가 세상의 어느 생각 없이 피아노에 몰두한다.

 

얼마를 지났는가.

"죄송! 제이드! "  뒤를 돌아보니 수사가  있다.


" ?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나요?"

" .. 그렇기도 하고 이곳에 오래 있으면 몸에 한기가 생겨서 여기 옷을 가져왔어요조금 쉬면서 따뜻한 차라도 들었으면 싶은데."


여자가 피아노 건반 옆에 놓았던 손목시계를 본다.


" 어머. 벌써 시간이 지났네요... ! 파울은 어디에 있어요?"

" 허허! 사람 지금 골방에서 자고 있어요. 어제 잠을 못 잤었던가 봅니다."

" ..그럼 덧옷을 입고 파울이 깰 때까지 연습할게요.파울이 일어나면 이리로 보내주세요.

수사님 번거롭게 해서 죄송해요."

 

" 그래요. 저는 오늘 무척 즐거워요. 이렇게 피아노가 아직도 구실을 한다니 ..파울 어머니께서 수도원에 기증하셨던 것입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그분도 기뻐 것입니다더우기나  그분의 그토록 사랑하는 아드님이 이리 편히 잠든 모습을 보면서 .. . 그럼 나는 이제 다시 내 자리로 갈게요."

 

수사가 나가자, 여자는 수사가 말을  다시 되삭이며 .. 파울의 어머니라는 분이 참으로 음악을 사랑하셨었구나...

 

피아노를 떠나 창가로 와서 바깥을 보니 햇빛의 방향이 바뀌고 볕이 연연하니 보드럽다.

 

. 이곳에서 한 달만 지낼 있다면...아니야, 이런 며칠 만으로도 나는 감사해. 다시 돌아가면  이곳이 참으로 그리워 거야.

 

피아노로 돌아와서는 '겨울나그네 ' 악보를 덮고 머리에 떠오르는 대 피아노곡을 친다갑자기 내면의 감정이 복받치며 음악과 더불어  쏟아지는 듯하여 멈춘다


. 이러지..  여태 이런 일이 없었는데..내가 지금 너무 한가한 거야그동안  바쁘게 살다보니 이런 고요함이 버거운 게야.

 

"! !" 노크소리가 들린다여자가  악보를 접어들고 문으로 가서 문을 연다.

" 제이드, 이제 만큼 연습했어요? 나는 잤어요."

" , 오늘은 이제 그만 하려고요."

" 나는 당신과 몇 곡을 마추어 노래하고 싶었는데요.."

" 그래요? 그럼 하지요 ."

" . 제이드가 이리 선선하니  기분 좋네요."

 

여자는 피아노로 다시 돌아가 악보를 핀다.


" 어느 곡부터?"

" 지난번 마추었던 다음으로 9번부터 불러 볼까요숙면을 했더니  컨디숀이 아주 좋아서 같은데요. 허허"

"좋아요여자가  반주를 시작한다파울이 설명해주었던 가사를 음미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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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도깨비

 

깊은 바위틈에서

도깨비 불이 나를 유혹하네

하지만 도망칠 곳을 찾는 일에

신경을 쓰진 않아

 

길을 잘못 드는 이제 익숙한

모든 길은 어디론가 통하게 되어 있으니

우리의 슬픔도, 우리의 기쁨도

모두 도깨비 불의 장난일뿐

 

격류가 흐르던 메마른 시내를 따라

조용히 길을 내려가네

모든 냇물이 바다를 만나듯이

모든 고뇌도 죽음을 맞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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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곡이 마치자 여자가 파울을 쳐다보며 말한다.

 

" 가사가 슬퍼요...당신과 어울려요."

" 우리 음악가들은 엄격히 말하면 작곡가의 예술을 전달하는 도구에요자,  다음  해요이제 '휴식'이나오지요..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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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휴식

 

누워서 휴식을 취하려 하니

얼마나 피곤한지 이제서야 같아

황량한 길을 따라 방랑하는

차라리 즐거운

 

그냥 있기에는 너무 추워서

발이 휴식을 원하지 않고

세찬 바람이 등을 밀어주니

등짐도 무겁지 않아

 

비좁은 숯장이의 움막에서

휴식처를 얻었네

하지만 상처가 화끈거려서

사지가 편치 못하네

 

투쟁과 격정속에 거칠게 맞섰던 나의 마음이여

역시도 고요함 속에서야 비로소

찌르는 듯이 아픈 

상처를 느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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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파울이 곡을 마치자  한다.

"제이드알 것 같아요?  휴식이 가져다주는  의미.."

" ......"

여자는 더는 무슨 말로 대답 수가 없다.

 

....황량한 길을 따라 방랑하는

차라리 즐거운 ....  !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란 말인가!

 

여자는 대답대신 다음 곡을 계속친다파울의 목소리가 윤기있게 공간을 나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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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나는 꿈꾸었네

마치 5월처럼 화사하게 꽃들을

나는 꿈꾸었네

싱그러운 새들의 지저귐을

 

닭이 우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세상은 춥고 음습해

지붕 위에선 까마귀가 울어대고

 

누가 창유리에 

꽃잎을 그려 놓았을까?

혹시 겨울에 꽃을  

몽상가를 비웃지는 않을는지?

 

나는 사랑을 위한 사랑을,

아름다운 소녀를 

진실한 마음과 키스를

기쁨과 축복을 꿈꾸었네

 

닭이 울어

마음이 깨어나면

여기 홀로 앉아

꿈을 되새겨 보리

 

눈을 다시 감으니

아직 가슴은 따듯이 뛴다.

창가에 나뭇잎 푸르를 언제인가?

사랑하는 안아볼 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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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곡이 마치자 다음 장으로 악보를 넘기려는데파울이 그녀 옆으로 앉으며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싼다그의 손을 밀어내며 스치는 그의 얼굴을 보니 눈물이 글썽하다.

 

!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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