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서시(序詩)
라이너 마리아 릴케 (김재혁 / 고려대학교 교수 / 옮김)
네가 누구라도, 저녁이면
네 눈에 익은 것들로 들어찬 방에서 나와보라;
먼 곳을 배경으로 너의 집은 마지막 집인 듯 고즈넉하다:
네가 누구라도.
지칠대로 지쳐, 닳고닳은 문지방에서
벗어날 줄 모르는 너의 두 눈으로
아주 천천히 너는 한 그루 검은 나무를 일으켜
하늘에다 세운다: 쭉 뻗은 고독한 모습, 그리하여
너는 세계 하나를 만들었으니, 그 세계는 크고,
침묵 속에서도 익어가는 한 마디 말과 같다.
그리고 네 의지가 그 세계의 뜻을 파악하면,
너의 두 눈은 그 세계를 살며시 풀어준다. . . .
Entrance
Rainer Maria Rilke (Translated by Edward Snow)
Whoever you are: in the evening step out
of your room, where you know everything;
yours is the last house before the far-off:
whoever you are.
With your eyes, which in their weariness
barely free themselves from the worn-out threshold,
you lift very slowly one black tree
and place it against the sky: slender, alone.
And you have made the world. And it is huge
and like a word which grows ripe in silence.
And as your will seizes on its meaning,
tenderly your eyes let go. . . .
Wer du auch seist: am Abend tritt hinaus
aus deiner Stube, drin du alles weißt;
als letztes vor der Ferne liegt dein Haus:
wer du auch seist.
Mit deinen Augen, welche m?de kaum
von der verbrauchten Schwelle sich befrein,
hebst du ganz langsam einen schwarzen Baum
und stellst ihn vor den Himmel: schlank, allein.
Und hast die Welt gemacht. Und sie ist groß
und wie ein Wort, das noch im Schweigen reift.
Und wie dein Wille ihren Sinn begreift,
lassen sie deine Augen z?rtlich los...
Aus: Das Buch der Bilder
2012년10월 14일부터 글사랑에 올린 글이 72편이다.
2012년 3편, 2013년 9편, 2014년 26편
2015년은 34편을 썼는데,
10월에만 9편이 된다.
만 삼년동안 제일 부지런히 글을 쓴 달이랄까..
11월 6편.
12월3편
찾아 보는 김에 컬럼에 올린글을 셈하니 53편이다.
2009년 8월 14일 부터 시작했다.
2009년 4편, 2010년 7편, 2011년 4편,2012년 5편,2013년 7편, 2014년 15편,
그리고 2015년 11편이다.
동문동정 : 2013년 1편
종교: 2010년 1편, 2012년 1편, 2013년 1편, 2014년 3편 (도합6편 )
자유게시판은 2009년 5월 25일 부터 105편이다.
2009 년 33편, 2010년 32편, 2011년 8편, 2012년 10편, 2013년 8편, 2014년 8편,
그리고 2015년 6편이다.
9기방 기별게시판은 2009년 5월 28일 부터 178편이다.
2009년 16편, 2010년 35편, 2011년 31,2012년 32편, 2013년 19편, 2014년 31편,그리고 2015년 15편이다.
3기게시판 : 2010년1편, 2011년 4, 2014년 3편 (도합 8편)
5기 게시판 : 2009 년 1편, 2012년 1편 (도합 2편)
6기 게시판 : 2009년 1편
10기 게시판 : 2014년 2편
14기 게시판:2012년 1편,2 013년 1편
해외지부에는 2010년 5월 16일 부터 23 편이다.
2010년 5편, 2011년 3편, 2013년 8편, 2014년 5편, 2015년 2편이다.
IICC
2010년 4편, 2013년 1편,2014년 3편, 2015년 1 (도합 9편 )
연도별, 게시판별 올린글 비교/대조표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합계
기별게시판(9기) 16 35 31 32 19 31 15 179
3기 0 1 4 0 0 3 0 8
5기 1 0 0 1 0 0 0 2
6기 1 1
10기 2 2
자유게시판 33 32 8 10 8 8 6 105
컬럼 4 7 4 5 7 15 11 53
글사랑 3 9 26 34 72
동문 동정 1 1
종교 1 0 1 1 3 6
해외지부 5 3 0 8 5 2 23
IICC 4 0 0 1 3 1 9
............................................................................................................................................
합계 55 85 50 52 54 96 65 (총461)
선생님의 하나 하나 섬세한 움직임이
말러의 음악을 이리도 표현시키시는지요.
이제는 실제로 볼 수 없는 선생님!
선생님 너무나 그립습니다.
저에게 감정의 절제를 가르쳐주신 선생님,
그러나 지금은 눈물나는 것을 참지 못하겠습니다,
선생님 마지막 길에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도
잘 참았던 눈물이 이제서야 턱없이 흘러 나옵니다.
내일은 세상의 모든 영혼을 위로 한다는 위령성일..
선생님 영면하는 그 곳은 못찾지만
전원으로나가 자연속에서
선생님 남기신 음악과 더불어 생전의 모습을 추억하겠습니다.
음악만이 저의 절대적 위로가 되는 날일겝니다.
편히 안식하소서.!
우연이네요.
어제 말러의 곡을 연주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에 대한 글을 읽었거든요.
유감스럽게 집에 있는 컴퓨터에 유트브가 안 되어 보거나 들을 수 없답니다.
어제 읽은 글 중에 일부분만 옮겨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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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연주하는 말러 9번 교향곡 4악장을 보자.
나는 여기서 ‘듣자’가 아니라 ‘보자’고 했다.
DVD 원본이라면 좋고 그게 아니면 유튜브로 검색해도 좋다.
꼭 2010년 8월 루체른 실황 영상으로 봐야 한다.
죽음에 이른 말러의 실질적 유작이 9번 교향곡이다.
말러는 4악장을 ‘Adagio Sehr langsam’, 즉 매우 느리게 연주하라고 쓰고는 덧붙이기를 ‘noch zuru..ckhaltend’, 즉 주춤거리며 연주하라고 당부했다.
이로써 9번 교향곡은 느리게 그리고 주춤거리며 죽음을 받아들이는 곡이 된다.
<말러의 장대하고 복잡한 곡을 풍자한 만평>이라네요.
4악장의 마지막에 이르면 음량은 ‘pp’, 즉 아주 여리게 연주되다가 ‘ppp’를 거쳐 ‘pppp’까지 이르게 된다. 매우 여리고 극단적으로 여려져서 끝내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죽음에 이른 자가 마지막 숨을 쉬듯 연주하게 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지점에다가 말러는 ‘ersterbend’, 즉 죽어가듯이 연주하라고까지 지시해 놓았다.
그리하여 아바도는 숨이 끊어질 듯한 지휘를 한다.
몸을 앞으로 숙이며 필사적으로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겨우 겨우 들려온다.
아바도는 이 여린, 극단적으로 여린, 거의 들리지도 않는 현의 숨소리를 위하여 극장의 조명까지 서서히 어두워지게 하였다.
그것으로도 부족하여 아바도는 최후의 음표가 끝난 다음에도(실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잘 들리지도 않는다)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다.
이윽고 모든 연주가 끝났다. 그러나 지휘자도 연주자도 객석도,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는다. 어두컴컴한 조명 아래 모두가 숨죽이고 있고, 마침내 죽음이 드리워진다.
인간이란 죽음 앞에서 속수무책인 존재들, 그러므로 죽음을 승인하고 그 압도적인 힘을 경건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그것이 말러가 들려주고 싶은 것이므로 아바도는 악보에 표기된 ‘pppp’만이 아니라 그 이후의 침묵까지도 연주한다.
지휘자와 연주자와 관객은 3분 가까이 죽음 앞에서 침묵한다.
이 순간, 그 흔한 기침 소리도 핸드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모두가 말러의 도저한 허무주의 앞에서 침묵한 것이다. - 정윤수(주간 경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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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말러의 곡은 너무 어려워서 자주 듣지는 못해요.
하지만 연주회장에 가서 들으면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날이 추워졌네요.
따뜻한 목도리 잘 매시고
편안히 지내세요.
진심으로 좋아하면서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언니가 아바도 선생님을 그러하듯이요.
옥규후배!
시월 마지막 날과 십일월 초하루를 전원에서 지냈어요.
다녀오기 닷새전에 빠알간 단풍들이 이미 낙엽이 되어 떨어져있는 것을 보고
자연의 섭리를 느꼈어요.
1일에는 들꽃과 떨어진 낙엽을 모아 자그만 꽃다발을 만들어
그리운 이들을 맘껏 추념해 보았어요.
아바도 선생님은 말러곡의 대가이셨지요.
생존에 말러 곡을 수도 없이 연주하시었는데,
통상의 이탈리아 음악인들과 다른 면이 바로 이런 취향이라고 할 수 있었어요
당대의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혁신적인 시도라고도 할 수 있고요.
병드신 다음에는 더욱 더 심혈을 기울여,
지금 지휘하는 순간이 생의 마지막 처럼 하셨기에
청중에게도 그 것이 전이되어 무한한 감동을 ..
옥규후배가 올린 그 연주회는 음악역사에 기리 기리 빛날 것이에요.
한국어로 옮기신 정윤수님께서 번역을 참 잘 하셨네요.
옥규후배 ! 아래에 내가 그 동영상 찾아 올렸어요.
연주자들의 모습도 진지하기가 한 소리 같아요.
오랜세월 아바도 선생님과 호흡을 같이 한 연주자들이라서 더 그래요.
아바도 선생님은 바로 1년전 2014년11월 1일부터
스의스 산골짜기마을( Fextal_Sils Maria)에 영면하고 계세요. 선생님 생전의 뜻에 따라..
그곳은 차가 못다니는 곳이에요.
한시간 이상 걸어 가든지 , 두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백여년전 그대로 머무르는 마을이에요.
선생님께서 눈이 내리는 그곳을 참으로 좋아하시며 영감을 받으셨어요.
" 아! 나는 눈이 내리는 소리를 사랑해!"하셨지요.
그곳에 머무실 때는 산책을 오래 오래 하시며
머리속으로 지휘하실 악보들을 그리며 반복하셨었고요.
건강이 쇠약해지신 후부터는 안타깝게도 못 가시었지만,
그러나 세상을 떠나신다음에 그 곳에 영면하시니 다행이지요.
저는 시간이 아주 아주 넉넉해지면
그 곳에 가서 한동안 지내보려고요.
십일월이 되면 이렇게 항상 사색적이 되어요.
얼마있으면 슈베르트 죽은 날도 돌아오고요..
잘 지내요.
어젯밤에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일찍 일어나 이 글사랑방에 들어왔다.
모두가 잠든 이 시각 가장 청명한 정신이 모아 지는 것이다.
몇글을 정리하다가 불현듯 요즈음 연속하여 글을 올리는 것이 신경 써진다.
그리하여 그동안 올렸던 글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여 찾아 보았다.
그동안 올린 형태를 추적하니 처음에는 자유게시판과 기별 게시판에 주력하다가
2012년 부터 이곳 조용한 방 '글사랑'에 정을 드린 것이 나타난다.
이틀 남은 '감성의 시월'을 보내고 나면
'사색의 십일월'이 시작된다.
이제부터 차분히 정신을 모아
'침묵 속에서도 익어가는 한 마디 말'과 같은 글을 준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