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기도/ 김옥인
무엇을 그대는 그리도 간절히 기원하오이까?
그늘 속으로부터 빛으로 나가려는 순간
역광을 배경으로 그대가 기원하며
성인의 부조에 입맞추는 경건함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어느 미사여구의 기도보다
내 영혼을 붙잡는 간구의 모습이였습니다.
이름 모르는 청춘의 그대여!
그대의 기원은 그 순간에 이미 이루어 지고 있었을 것입니다.
바라옵기는
그대가 평생토록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기를 기원합니다.
잠 못이루는 타국의 숙소에서
그대의 잔영을 떠올리며
내영혼도 그대처럼 맑아지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2015년 10월 18일
몬테네그로에서
가을엔 따뜻한 가슴을 지니게 하소서 / 이채
가을엔 마음의 등불 하나 켜 두게 하소서
하루의 아픔에 눈물짓고
이틀의 외로움에 가슴 쓰린
가난해서 힘겨운 나의 이웃이여!
그 가녀린 빛이 무관심의 벽을 넘어
우리라는 이름의 따뜻한 위로가 되게 하소서
가을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참아낸 긴 시간들이 알알이 익어갈 때
우리 살아가는 인법도 이와 같아
인내와 믿음과 기다림의 눈물 없이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으리오
가을엔 따뜻한 가슴으로 기도하게 하소서
같은 비바람을 거치고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나무와
나무를 떠나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을 위하여
희망을 잃고 방황하는 누구를 위하여
건강을 잃고 신음하는 그 누구를 위하여
가을엔 비움의 지혜를 깨닫게 하소서
오르지 못할 나무를 쳐다보기보다
지는 낙엽의 겸허함을 바라보게 하소서
욕망의 늪은 그 깊이를 모르고
욕심의 끝은 한이 없나니
하늘을, 세상을 원망하기보다
오늘 살아 있음에 감사하게 하소서
(이채·시인)
금년 10월은 내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준 달이다.
뒤를 돌아다 보니 모두 감사가 넘치는 것이다.
어찌 삶이 평온하기만 했으랴.
그러나 지나와 현존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리니..
만 삼년전 이곳 글사랑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내면의 헝클어짐을 풀어 냈었다.
그러나 어느 만큼 시간이 지나며 평온해지자
글쓰는 것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일종의 노곤함과 같이 나태함이 밀려오는 것이랄까..
이번에 건강상으로 놀라움속에
다시 삼년전 이곳에 글쓰기 시작할 때 처럼 생생해지고 싶었다.
지금 안 쓰면 영원히 미완성에 이를 것 같아
시간이 날 때마다 쓰는 것이다.
주여!
저의 영혼을 청명케 해주소서
또한 영혼의 그릇인 이 육체를 강건케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