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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22)


-74.-


"미하엘이 왔는가? 내려가 봐.. 그럼 나는 내 방에서 쉬다 저녁먹으러 갈 때 내려갈게. 내가 한 말 잘 생각해 보고."

" 예, 아래 로비에 있다고.. 그럼 어르신 좀 있다 뵙게요."


그와 헤어진 후 아래로 일부러 천천히 승강기를 안 타고 내려온다.


왜? 온 것이지.. 


로비에 그가 안 보여서 바깥으로 나간다. 예상대로 야외 카페에 앉아있던 그가 여자를 보더니 손을 번쩍 들며,

" 와!  여기에서 보니 신선하네 .. 요 난장이야! 하하하!"


그는 여자를 여러 호칭으로 부르며 스스로 즐거워 하는 취미가 있다.


" 그래! 요 장다리! 오지 말라니까 왜 부득부득 온 거에요..."

" 아니 일원천리 보고싶어 온 사람에게 이런 대접을 하다니.. 우리가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사이야?"

"..........."


지금 내가 농담하고 싶은 심경이 아닌데.. 몰라요? 아니면 모른 척하는 거에요? 여자는 직접 묻지는 않지만 속으로 복잡하다.


" 제이드가 누구를 만났었는데 얼굴이 왜 이렇게 부석부석해. 울었어?"


어머!  어쩌면 이리도 알아챌까?


아무 말도 못하는 여자를 가만히 살피더니,

" 내가 근접하지 못 하는 제이드의  옛날로 돌아갔었나 보다...."

 자조적으로 말하는 그의 모습이 좀 어둡다.


" 미하엘, 나도 오늘 아무 것도 모르고 로렌스옹 따라 온 것이에요. 클라우스 선생님을 만났어요. 많이 여위고 편찮으신 모습에 놀라웠어요. 물론 예전 얘기들을 나누며 다시 그 시절을 회상하였지요..."

" 그래, 로렌스 옹은 언제까지 제이드를 이렇게 묶어 놓고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게 하는 거야. 이런 일이라면 사전에 제이드와 의논 했어야 하는 게 예의잖아. 그리고 제이드도 마찬가지야. 왜 미리 물어보지 않고 하는 데로 나두고.."

" 오랜 세월 동안 접하면서 저절로 생긴 습관이겠지요..."

"............................" 


그가 입을 꾹 다문 채  커다란 배가 정박한 바다를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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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 내가 이리 내려온 것은  당신에게 현재를 각인 시키고 싶어서야. 당신이 작년 가을부터 머리가 어지럽다고해서 속으로 걱정 중이었는데, 오늘 아침에 비행기를 타고 케른튼으로 갔다가  다시 헬기로 여기를 오는 일정을 생각하니 염려 안 될 수가 없어. 왜 그래야만 하는 거야.  클라우스를 만나러 직접 여기로 올 수도 있었잖아. 그 다음  케른튼으로 가서 계획했던 일정을 마무리 하고.. 그런데, 로렌스 옹은 부득이 자신과 같이 여기까지 동행하고 싶어 당신에게 무리한 비행일정을 한 것이야."

" 그렇게 생각 할 수도 있겠네요. 당신 경우에는... 그런데, 로렌스옹은 나에게 미리 얘기하면 내가 클라우스선생님 만나는 것을 거부할 까 싶기도 하고, 만나기 전에 그분의 심경을 어느 정도 나에게 미리 얘기 하고 싶으셨던 거에요.  너무 로렌스옹을 힐난하지 말아요."

" 흠... 그래. 당신은 언제나 그래. 로렌스옹의  일이라면  어떤 일도 제치고 해왔지."

" 미하엘! 오늘 좀 과장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평소 답지 않게..."

" 제이드! 나 다운 것이 어떤 것인데... 평소 답지 않다니... 그럼 제이드가 무어를 하나 그냥 놔두고 쳐다만 봐야 하는 게야?..아니.. 나는 이제  편해지고 싶어..."

" 편한 대로 해요 그럼.. 내가 강요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요."

" 제이드의 그런 대답을 들으려고 하는 말이 아닌 줄은  알잖아"


그럼요. 알고 말고요. 미안해요. 


" 제이드 얼굴을 보았으니 되었어. 나는 저쪽 바닷가 호텔에 방을 잡으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이곳에 묵을까.. 그럼 제이드가 불편해?"

" 미하엘 맘대로 해요. 나는 조금 있다가 저녁 식사하러갈텐데. 어떻게 할 거에요?"

"당신 일행들이 불편해 안 하면 동석해도 좋을텐데."

" 글쎄요.. 그럼 제가 클라우스 딸 오르넬라에게 연락해 볼게요."

" 오르넬라? 아! .. 내가 그 여 기획자 아는데.. 지난번 여기 축제에서  극장장의 소개로 알고 있거든.."

" 그래요? 그래도 클라우스 선생님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 당신이 불편한 것은 아니고?"

" ......."

" 하하하! 당신이 이리 풀죽은 모습을 보여주니 기분이 묘하네.. 좋아 부담 안 줄테니 어서 방에가서  외출할 준비하구려.  저녁 식사 후에 여기서 칵테일이나 같이 하자구.나는 호텔방을 알아봐야겠네... 비엔나로 부터 바로 달려 왔더니 피곤도 하고. 좀 쉬고 있을게..알았지? 쥐방울아! 하하하!"


일부러 유쾌히 웃는 그가 오늘따라 안스럽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여자의 손을 잡고 일으키다가 살포시 껴 안는다.

" 제이드, 너무 깊게 과거의 바다로 침전하는 것 조심해. 그러다가 다시 못 올라 오면 어떻게? 여태까지 물위에서 당신의 부포를 쥐고 있었던 나는 어떻하라고?  이번에 아주 물속에서 나와 버리면 좋겠다. 그럼 내가 다 말려 줄께."


고마워요. 노력해 볼께요.


" 어머!  미하엘! 여기서 만나다니... 아니 그럼 제이드의 그 후견인?  와! 이런..."

호텔에서 나오던 오르넬라가 놀라운 음성으로 미하엘에게 말한다. 그 뒤에 서 있던 클라우스는  미하엘을 살피는 눈으로 쳐다 본다.미하엘이 여자를 풀어주며 그들에게 인사를 한다.


" 미하엘 입니다.  마에스트로!  존함을 익히 저의 외할아버님으로부터 어렸을 적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 아. 그래요? 할아버님 존함이?"

" '션 피갈' 이십니다."

" 아니! 그분의 외손자 이라고요.. 허 참! 세상이 이리도 좁다니.. 그러고 보니 훤칠한 모습이 많이 비슷하군요."

"파!  우리 오늘 저녁 미하엘과 동석 할까요? 그러잖아도 제가 이 사람과 페스티발 관계로 의논 차 연락하려던 참이었거던요."

" 그렇게 하지 그럼.. 존경하던 돌아가신 피갈 화백의 외손자를 이리 만나는 것도 보통 인연이 아니니."

"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이드가 불편해하겠지만 . 안 그래 ? 제이드?"

"............"


갑자기 일어나는 일에 여자는 할 말이 없다.


" 저, 그럼 올라가서 옷 갈아입고 내려올게요."

" 그래 , 그사이 우리들은 미하엘과 얘기 나누고 있을게. 로렌스 옹도 곧 내려 오실거야. 제이드방에 전화하니 안 받아서 그냥 우리가 여기로 내려왔던 거니까. "

오르넬라가 웃으며 대답을 준다.


여자는  방으로 돌아 와  잠시 의자에 앉아 미하엘이 한 말을 생각해 본다.


...... 제이드! 나 다운 것이 어떤 것인데... 평소 답지 않다니... 그럼 제이드가 무어를 하나 그냥 놔두고 쳐다만 봐야 하는 게야?.. 아니.. 나는 이제  편해지고 싶어...


그래, 이제는 나도 편해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