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정신의 무수리들에게

바람이 이는 까닭은


물기 잔잔한 가슴도 어느 땐 불쑥

못 견디게 활활 불길이 일고

그날은 어김없이 세찬 바람이 또 일고

그 바람결에 떠밀려서 내 가는 곳

내 몸 가는 곳이지만 어찌 알 수가 있나요?

어딘가 생각 없이 마구 달려가다간

이유 없이 택시를 급히 잡아타고선

어이없이 어느 역사에 무작정 앉았다간

다시 돌아나와선 휘적휘적 걷다가

문득, 슬며시 사라지는 바람.......



어디에서 싱겁게 술 취해 잠드는지

그러다간 어느 때고 또 잠깨어나면

어지러운 머리를 획 돌려세워

뜻 모를 산꼭대기로 산꼭대기로

회오리쳐 몇 바퀴 미친 듯이 맴돌다가

곧장, 거북이 잔등 같은 우리집

낡은 지붕 밑으로

달려오는 그 마음 내 알 수가 있나요?


물오른 생솔가지도 비비적거려

그 물기도 끝끝내 불질러서는

흙 속으로 하늘로 되돌려보내는

동남방 그 바람의 짓궂은 마음,

그 마음을 내 어찌 알 수가 있나요?



그러나 한 가지 짐작되는 건

바람은 제 몸뚱일 흔들기 위해

솔가지도 흔들고 나도 흔들어보는 거라.

사람 눈엔 보이지 않는 몸일지라도

이따금씩 제 몸뚱이도 내보이고 싶어

살아 있다는 걸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서

귀찮게 남의 단잠도

흔들어 깨우는 것일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