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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인연  / 김옥인 

 

1.


비행기에 올라 자리를 잡고 앉는다.

어제 인터넷 체크인하고 느긋이 공항으로 나와 바로 짐만 부치고 보딩 것이다.

바깥을 보겠다고 서영이의 F자리로 바꾸어 창가에 앉은  H 책을 펼친다.

 

.. 그러면서 자리를 창가로 앉는다고 하누?

 

통로를 사이로 D,E,F 좌석을 서영과 H E,F 잡은 것이다.

거의 좌석이 차가는데 동양 여인이 서영의 옆 D석 통로 쪽에 앉는다.

 

! 누구지? 안면이 있는...

아, 소프라도  이수연!

 

여자가 앉자 마자, 

" ,,, 혹시 소프라노 이수연씨..  아니세요?"

" 어머! ! 어떻게 아세요?"

서영이 자신을 알아보는 것에 놀라며 묻는다.

 

" 호호, 유튜브에서 보았어요. 여고 동창생 K 언젠가 만났었다고 해서.."

" .. 분이요.맞아요. 분이 저에게 서예로 쓰신 부채도 선물해 주셨어요."

그리고 L이라는 후배하고는 페북으로 대화를 하시는 가 본데요?“

. 그분은 연주회를 많이 보러 다니시더라구요.“

 

.. 세상이 이리도 좁다니

 

"여기 이  이수연씨 CD 가지고 있어요."


책에 눈을 두고 있던 H 여자 둘이 나누는 한국말을 호기심나게 다가 자신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눈치챈다.


"모짜르트 마적과... 그리고 ...등등"

"어머나! 이렇게 관심을 주셔서 기뻐요."


수연이 H와 나누는 독일어는 현지사람처럼 완벽하다그런데 동영상에서 보다 피곤해 보인다.

"지금 에서 타셨는데 브뤼셀에 사세요?"

"아니에요. 어제 에서 연주가 있었고요. 브뤼셀로 연주 준비하러 가는 중이에요"

".. 그렇군요. 제가 미리 인에서 연주하시는 것을 알았으면 보러 갔었을 텐데요."

"호호.."  


서영의 말을 믿는지 아니면 건성으로 하는 말로 듣는지 모호하게 웃음으로 답한다.

 

"혹시 다음번에 비인에 연주 오게 되시면 연락주세요. 저의 명함입니다."

서영이 명함을 건넨다. 서영의 모습이 담긴 명함을  자세히 보더니,

"아.. 예, 제가 지금 명함이 없어서 메일주소와 웹사이트 적어드릴께요."

서영의 수첩에 그녀가 달필로 적어준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며 알게된 것은 현재 거주하는 곳은 베를린이지만 내년 2월에 브뤼셀에 있는 연주차 2개월을 머문단다혹시 서영이 이번 머무는 동안 그녀의 연주가 있는가 물어보니 없다고 한다.

 

"이렇게 곳곳에 다니면서 한 곳을 오랫동안 떠나 있게되면 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것 지속하기가  쉽지는 않겠네요


어머! 내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거야. 사생활 침해를 하다니. ㅉㅉ

 

호호.. 나름대로 다 해 나가는데요 "


어... 예상보다 선선히 대답을 하네.

 

한국에서 대학을 마치자 마자 독일로 유학오고 이제 17년쯤 되었다니  40이 되었겠는데 아직 미혼이라 홀가분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왜 이리 호기심을 발동하는게지? 참참참!

 

수연은 승무원이 음료수를 가져오니 스스로 준비해 온 간식을 든다서영은 그녀에게 더 이상 말을 시키지 않고 창밖을 내다 본다평소에 비행기를 타면 비행 중에 공중사진 찍기를 즐기던 습관을 오늘은 안 한다. 아무래도 옆자리 수연에게 비쳐질 자신의 모습에 신경이 쓰이기 때문일까.

 

"아니, 무슨 얘기를 그리 많이했어? 잘 아는 사이인 것 처럼"

H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한다.

 

내가 그랬나? 과장하기는..

 

"우리랑 같이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 타고 가자고 하지 .."

 

그럴까? 근데 부담스러하면 어쩌지? 그래도 한 번 무엇 타고 가는지 물어 봐?

 

.. 공항에서 시내까지 무엇 타고 가실 거에요?“

"전철 타고 가려는데요.. 두 분은 택시 타실 거지요?“

 

그녀의 어감에 같이 갈 의사가 전혀 없이 들린다.

 

.. 우리는 택시로 가려고.“

택시비가 많이 나올 거에요. 아마 60유로 정도?“

.. 그래요. 파리보다는 싸네요..“

 

 수연은 간식을 마치더니 헤드펀을 쓰고 핸드폰에 입력된 악보를 보기 시작한다.

 

! 세상이 이리도 바뀌다니..종이 악보가 필요없고.


서영은 여행 짐을 싸면서 피아노 악보책 두 권과 한 열곡 정도 복사한 악보를 같이 넣어왔다혹시라도 여행 중에 피아노가 있는 곳에서 이용할 작심으로지난번 영국과 이태리 여행 중에 곳곳에 피아노가 비치된 곳에서 쳤었는데오래전에 외웠던 것들이 이제는 악보없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서영이 자신을 보는 것을 느꼈던지,

악보들을 가지고 다니면 짐이 되어서 이렇게 핸드폰에 저장해서 이용해요.“

! .. ?

 

하긴 성악곡은 단선율이니까  피아노 악보처럼 종이 악보로 크게 안 보아도 되겠네...생각만하고 말은 안한다.서영은 준비해온 책을 읽기 시작한다좀 지나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수연은 서둘러 헤어지는 인사를 하고 앞서 간다.

 

, 기념사진이라도 같이 찍을 걸 그랬나아니 ,그럼 난처해 하지 않았을까이렇게 약속없이 옆자리 나란히 앉은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지 안그래?

 

서영과 H는 천천히  비행기를 떠나 공항 안으로 들어간다.수연은 어느새 저쪽에 날렵한 걸음으로 가고 있다자주 왔었기에 두리번 거릴 필요가 없다는 듯이..

 

짐 찾는 곳에서 다시 그녀를 만난다짐벨트를 통해 H의 알루미늄으로 만든 짐가방이 먼저 나오고 서영의 짙은 곤색가방이 나온다서영의 큰 가방을 보고 그녀의 눈이 휘등그래진다.


왜 그러지 보통인데.. 하긴 좀 크나?


수연의 붉은 가방이 나온다.중간 정도의 단촐한 가방이다짐을 찾은 세 사람은 공항 출구로 나오면서 대화를 나눈다.


어머나. 두달 동안 머무는데 짐이 별로 없어요?“

혼자 다니다보니 짐가방이 무거우면 손목관절에 무리가 와서 될 수 있는 데로 짐을 적게 가지고 다녀요. 그래도 연주복, 높은 힐 구두, 부츠가 들어있는데요. ㅎㅎ

그녀가 신고 있는 신발을 살짝 본다. 뒤축이 두꺼우며 앞쪽에 반짝 장식이 붙은 운동화이다.

 

보름 정도 지낼 우리들 가방이 더 커서 놀라셨겠네요 ㅎㅎ

...“ 말을 머뭇거린다.

 

공항을 나오자,

"그럼 저는 전철 타러 갈게요. 좋은 여행 하세요

"예.. 수연씨도 잘 지내세요

 

빈 택시가 서영에게 다가 와 짐을 올리는 사이, 수연은 하나의 새가 하늘을 향해 나르듯 훌쩍 가 버린다.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오는데 뭔가 빠진 것 같다.

 

. 정말 기념사진을 안 찍었네아니, 찍어서 뭐 하겠다고 그래.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