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팥죽 끓이는 여인/ 신금재
팥죽 한 그릇 주면 안잡아 먹지
호랑이에게 잡힌 것도 아닌데
팥죽 끓이며 시름하는 여인
팥을 갈아 천장에 매달린 맷돌로
밭고랑에 쏟아져내리던 송곳 같았던 여름날
짧은 하루해 물항아리 속으로 들어가는 자라
겨울 별빛 바라다보는 마당가 지게
기나긴 동짓날 밤 팥죽할멈 옆에 누우면
로키 겨울산
붉은 여우들 뛰어다니는 들판
통나무집에서 우리도 팥죽을 먹는다
풍성한 포도나무
모든 이를 보살피는 아내
자작 나무 햇순으로
나무 식탁에 둘러앉으면
부활하는 태양으로 떠오르는
팥죽 속 새알들
새해 병신년에는
작은 것들로 큰 것을 이루는
그분의 길을 행복하게 걷고싶어라
?주말마다 함께 산에 다니는 하이킹클럽 회원 중에 한분이셔요 그분 연세가 많으신데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과 체력----부럽지요 그날은 커다란 들통에 팥죽을 끓여와서 수십명이 먹도록 하셨어요 통나무집에서 먹던 그 팥죽을 생각하며 써보았답니다
금재의 팥죽 글을 읽으니 몇년전에 이나이 먹도록
첨으로 팥죽 만들며 쓴글이 생각나 이곳에 퍼왔단다.
저렇게 멋지게 봉사하시는 분도 계신데 난 너무도
내 삶 자체가 코메디같아 팥죽하나 만들며 낑낑 댔었단다.
이건 그당시의 심경이었어. ㅎㅎㅎ
<2박3일간 의 팥죽만들기>
몇달전....
냉장고 청소하다가 야채칸에 팥이 한 두어 되 정도는 되게 봉지에 싸여 있는걸 발견했다.
이건 또 뭐시여?
물이 조금씩 흘러 들어갔는지 드문드문 곰팡이가 생겨 색이 퍼런것도 있다.
소쿠리에 쏟아 햇볕에 밀쳐 놓았다.
오며가며 발로 한번씩 뻥뻥찼다.
해먹자니 귀찮고....
버리자니 아깝고....
대체 저건 어디서 갖고 온거여?
석달이 지나며 동짓날이 되었다.
팥죽 쑤어먹는 날인데.....
그때야 생각난다.
사돈댁에서 팥두어됫박 보내줬던 것을....
정신이 퍼득 나 쪼그리고 앉아 상한 놈을 골라낸다 .
먼지도 풀풀난다.
(UC~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나믄 어지러운데...!)
깨끗이 씻어 한꺼번에 삶는다.
큰 곰솥으로 하나가 된다.
근디.....워쪄?
난 팥죽 만들 줄을 모른다
인터넷으로 찾아본다 .
삶아서 소쿠리에 으깨어 앙금을 내리라 한다.
주방에 앉아 큰양푼에 몽땅 쏟아놓고 소쿠리를 얹어 놓고 으깬다.
한 30분 비비니까 신경질 난다.
아니~?
이건 뭐 할라고 하는겨?
먹어봐야 몽땅 살인데...
뭉개다 말고 양푼째 다용도실에 쳐박아 놓는다.
담날...!
새벽이 되니 정신이 나서 세탁기 돌리면서 헐수없이 또 으깬다.
앙금이 제법 많다.
담은 어쩌능겨?
또 다용도실에 쳐박아둔다.
에고 지겨워....이걸 마저해?말어?
들인 공이 아까워 한번씩 꺼내내어 스적스적 뭉개본다.
찹쌀을 물에 담근다.
오늘......!
새벽에 목욕 다녀 와 세탁기를 돌리려고 하니
문 열 적 마다 고놈이 보여 할수없이 팥물과 앙금을 휘휘둘러 반정도만 솥에 쏟는다.
불린 찹쌀을 1대접 정도 붓고 나무주걱으로 죽을 쑨다.
하기싫어 몸이 꼬인다.
도대체 동짓날도 지났는데 어쩌자고 지금 팥죽을 쑤느라고 난리인지....ㅉㅉ
그래두 인천여중 입학시험에 나왔던 찹쌀 익반죽은 알아가지고 김장때
쓰고 남은 찹쌀가루를 조물조물해 쪼꼬맣게 새알심을 맹근다.
ㅎㅎ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우리 은범이 입에 쏙 들어가게시리
새알심은 참 예쁘게도 만들었다.
찹쌀이 거의 익었을 즈음 새알심을 넣는다.
옆에 지켜서 자꾸 저어 줘야하는데 증말 증말 증~~~~~말루 허기 싫어서
약한불에 휘휘젓고 들어와 게임한판하고...
또 휘휘젓고 들어와 <대물 >한탕 보고 나가니 다끝났다.
이리하야 팥죽만들기 2박3일 여정이 모두 끝나
딸네 한대접 갖다주니 사위가 맛있다고 입맛을 다신다.
또 잘난 척이 발동하여 후루륵 큰스텐통에 반 쯤 쏟아
오늘 사돈댁에 들 간다니 사돈댁에 갖다드리라 하였다.
머릿털나군 첨으로 맹근 팥죽...
다시 하라면 졸때루 못할일이었다.
오랫동안 고국을 떠나 있으면서도
모국의 모습을 항상 담아내는 시어들 속에
저절로 빠져듭니다.
부디
그분의 길을 행복하게 걷기를 기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