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끓이는 여인/ 신금재



팥죽 한 그릇 주면 안잡아 먹지

호랑이에게 잡힌 것도 아닌데

팥죽 끓이며 시름하는 여인


팥을 갈아 천장에 매달린 맷돌로

밭고랑에 쏟아져내리던 송곳 같았던 여름날

짧은 하루해 물항아리 속으로 들어가는 자라

겨울 별빛 바라다보는 마당가 지게

기나긴 동짓날 밤 팥죽할멈 옆에 누우면


로키 겨울산 

붉은 여우들 뛰어다니는 들판

통나무집에서 우리도 팥죽을 먹는다


풍성한 포도나무

모든 이를 보살피는 아내 

자작 나무 햇순으로

나무 식탁에 둘러앉으면


부활하는 태양으로 떠오르는

팥죽 속 새알들

새해 병신년에는

작은 것들로 큰 것을 이루는

그분의 길을 행복하게 걷고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