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는 



봄날에 
서늘하게 타던 농심農心이 이제 
팔 부 능선을 넘어서고 있다 
된더위 만나 허우적거리지만 
기찻길 옆엔 선홍빛 옥수수 
간이역에 넉넉히 핀 백일홍 
모두가 꿈을 이루는 8월이다 

숨 가쁘게 달려온 
또 한해의 지난날들 
앳되게 보이던 
저어새의 부리도 검어지는데 
홀로 안간힘으로 세월이 멈추겠는가 

목 백일홍 꽃이 지고 
풀벌레 소리 맑아지면은 여름은 금세 
빛 바랜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고 마는 것 
우리가 허겁지겁 사는 동안 
오곡백과는 저마다 숨은 자리에서 
이슬과 볕, 바람으로 살을 붙이고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단지, 그 은공을 모르고 
비를 나무라며 바람을 탓했던 우리 
그리 먼 곳보다는 
살아 있음에 고마울 뿐이고 
살아간다는 것이 가슴 벅찬 일인데 
어디로 가고 
무엇이 되고 무슨 일보다, 
                          
8월에는 심장의 차분한 박동 
감사하는 마음 하나로 살아야겠다
(최홍윤·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