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새로 태어나며 /  김옥인 



매일 눈뜨며 일어나는 아침이지만

오늘은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 날.

일 년 중에 가족을 위한 이런 날이 몇 번씩 돌아온다.

그 중에서 나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날,

나의 생일인 것이다.


몇 년 동안 생일아침 시간을 나누던 친구가 어제 출장을 갔다가 오늘 저녁에 온다며,  

가까운 몇 사람과 딸애와 같이 저녁에 식사하기로 며칠 전에 모두들과 약속했었기에 

오늘 아침은 혼자 먹게 되었다.


저녁에는 서양식으로 먹을 것이다.

어쩔가나.. 점심에 한식당에 가서 미역국을 시켜먹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미역을 물에 담아 잠깐 불린다.

얼마 전 남해특산 '옛날 산모미역'을 보내 준 이가 오늘 따라 더욱 고맙다.

처음에 받고는 거의 매일 끓여 먹다가  남겨두었던 것인데 이날 기념적으로 먹게 된 것이다.


곁들일 반찬을 만들까하고 냉장고를 열어보니,

어마나! 시상에나 마상에나..

6월 들어 바빠지며 집에서 식사하는 날이 드물어 장을 못 보았더니 텅 비였다.

딸애가 독립해 나간 후부터 일어난 현상이다. 

혼자 먹겠다고 이것 저것을 만들지를 않다보니 그렇다.


그나마 다행으로 오이와 무우가 보인다. 김치대신 생채를 만든다.


밥을 새로 앉히고 국을 끓이다가 간을 보는데,

울컥 친정엄마 생각에 목이 잠긴다.


이렇게 더운 6월에 나를 낳으시고 삼칠일을 제대로 지내셨었을까?

내 위로 아들 둘을 낳으셨으나 첫 아들은 돌 지나 잃으시고 

그 다음 낳은 아들 하나만 살았고 세 번째로 내가 태어났으니 

엄마에게 딸로는 내가 첫 번째였다.


자신이 어린 시절 못 해본 것을 딸에게 해주시며 기뻐하시던 모습이 이제야 가슴가득 스며온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에 엄마는 어디서 옷감들을 구하시어 내 옷들을 지어주셨을까?


지단을 부칠까하다 생략하고 김에다 곁들여 먹게 간단히 지진다.

계란 노른자를 좀 더 익히려고 뒤집으며, 

연노란 색으로 개나리가 피어나는듯한 봄 코트가  떠오른다.

여고 삼학년 때 사복입고 서울로 피아노 교습가는 나에게 얇은 케시미어 코트를 지어주셨던 것이다.

지인을 통해 미군부대에서 구한 두꺼운 코트의  안감이 바로 케시미어 옷감이었다.

엄마는 딸애를 위해 그 부드러운 크림색 안감을 뜯어내고 노란 색으로 염색 하여 양장점에 가서 마추어 준 것이다.

그 옷을 입고 교수님댁으로 가던 나는 엄마의 수고도 모르고 그저  사복을 입는 호기심으로 다녔었다.


그런데, 이렇게 몇십 년이 지나 그 시절 엄마보다 더 나이 들어 생각하니 

엄마의 뜨거운 사랑이 전해오며 눈가가 적셔오는 것이다.


그냥 미역국 끓여 뚝딱 한 그릇 먹으며 그래도 생일 미역국 먹었네.. 

하는 심산으로 시작했으나  없는 반찬이라도 상을 차려 놓는데, 


" 생일 축하해요.. 미역국이라도 드셨는지..  가까우면 해드릴텐데.."

한국으로부터  축하 전신 몇 몇이 들어 온다.


미역국이 식거나 말거나^^  대답으로 사진을 찍어 몇 사람들에게 전송한다.


생일 미역국 상 P6230045.jpg



" 어머! 혼자서도 잘 드시넹 ㅎ 괜한 걱정을 했구만요."


"울 엄마가 혼자 먹어도 꼭 제대로 상차려 먹으라고... "



문자쓰다 식어버린  미역국을  다시 데워 먹으며 

해마다 이 날에 이렇게 새롭게 태어남에 

국보다 더 뜨거운 감정이 솟는다.


이제 아침을 마쳤으니  

편하고 느긋하게 한 낮을 보내고 

저녁에는 예쁘게 차려입고 아끼는 사람들과 귀한 시간들을 나누어야지 .


그리고

날마다 이렇게 지켜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그리고 내년까지 또 건강히 지내기를 기원한다.


2016년 6월 23일 생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