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이소연


유월은 초여름으로 흘러들어가는 입구다.

그런 날에는 앵두가 빨갛게 익어가고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도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고 논다.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 유월, 

그 오목하고 조용한 세상을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다. 


오월은 꽃, 

칠월은 바다, 

그러나 유월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가려지지 않는다. 

쓸데없는 것들이 은근슬쩍 제 기품을 드러낸 까닭이다. 


토종개구리의 빛깔이 가장 예쁜 것도 유월이다. 

작물들이 꽃을 걸고 줄기를 세워 잎을 넓히고 뿌리를 곧게 잡는 시간이 유월이라 했다. 

만물이 슬그머니 평화를 짓는 시간을 유월이라고 부르고 싶다.


이소연 < 시인(2014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