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구슬아> 연재를 마치며 - 작가 노명신씨 인터뷰
노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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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4.08.10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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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우거질 때 연재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이 되어마치게 되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하였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면 그것이 죽는 날은 반드시 오는 것이다. 우리 아파트인도에 가득 내려 쌓이는 낙엽을 밟으면서 이 잎들이 그 찬란했던 지난 봄의신록이었던가를 스스로에게 되물어본다. 내 인생에서의 신록과 낙엽은 언제였고 또 언제일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생각해 보는 것이다.

<구슬아〉를 연재하는 도중에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아직도 그 슬픔과 어이없음에서 헤어나지 못하고있는 가운데 낙엽이 떨어지고 연재를 마친다. 마친다는 것의 의미가 이렇게 무겁도록 나가온 적은 없었다.

<구슬아〉는 원래 벽암각성대사를 추적하다가 만들어진 글이다. 벽암각성대사는 <구슬아〉의 주인공인 백곡처능 스님의 스승이다. 임진왜란이 끝나고전쟁의 폐허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데 당시 가장 큰 역할을 한 팔도도총섭 벽암각성대사에 관련된 자료를 구하기가 매우 힘이 들었다. 그래서 그 주변 인물들을 찾아나서다가 만난 인물이 백곡스님이다.

인조(1623~1649), 효종(1649∼1659), 현종(1659∼1674)에 걸치는 기간에 생존하였던 벽암대사 주변의 인물들을 추적하면서 유익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다. 인조대에 억불정책을 완화하기 위하여 활약하였던 의승군들의 눈물겨운노력이라든가. 이 시기에 일으키는 엄청난 불사, 그리고 불교미술의 부흥에관계된 일들이라든지, 경기도 안성 칠장사와 인목대비가 직접 눈물로 사경한금광명최승왕경 사이에 얽힌 애절한 사연과 진심, 그리고 화엄사의 재건과함께 제작된 대형 괘불에 관련된 당시의 불교계 및 신도들의 단결된 모습 등등을 알게되면서 앞으로 이 일들과 관련된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벽암대사를 중심으로 하여 연작의 형태로 그려보고 싶은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다. <구슬아〉를 통해 그 첫 발을 딛을 수 있게 해주신 법보신문사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그동안 재미없고 딱딱한 글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도 깊은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