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금요일이라  수업이  없어서
인사동에 들러  한지도  사고   그 길로부터  서울역까지
걸어오며  요즈음엔  어떤  디자인의  옷을  많이 입나
시찰좀  하고  올  계획이다.

가끔씩의  금요일은  내게는  이렇게  귀중한 시간이다.

얼핏   내가  굉장한  일을 꾸미러  다니는  착각이 들지만
한지를  사러 가는 것은  붓글씨  배우러 다닌지  4개월쯤 되어
필요한 문방구를  사러 가는 것이고
디자인을  보자는 것은
월급쟁이 남편과 살자니    
멋은 부리고 싶은데
요즘 옷값이  만만치 않아서
모처럼 장만해놓고  후회하면  아까우니까  
평생 싫증 안낼  옷을  사려고
내 딴에는  알뜰주부인 척을  해보는 것이다.

원피스를 입고 싶지만  몸매가  안 따라주고
챔피온벨트로  어떻게  잘  가리고  원피스인것처럼
입어 낼  그런 옷을  찾자니
이건  완전히  보물찾기다.

남들은  시간이  아까우니  못한일  다하자며
열심히  살아가는  영화를 찍으며  사는데
통째로  하루를  잡아서  마치  특별한 일을  하는 것처럼
사지도 않을 것을  백화점 본점으로,   수입상가로  쏘다니며
이렇게   무지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는  
어느틈에  우아한 척   가면쓰고 사는 아줌마가 되어있다.


오후쯤  지쳐 있으면
남편  퇴근 후  자연스럽게  술 한잔이  시작된다

일주일에  6-7일을  술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하니까
금요일이라고  특별할 것은 없다.

밖에서  마시고  들어오는날도
아니면  피곤하다며   술 기운 없이 일찍  들어온 날도
우리 부부는  영락없이  술 한잔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하루동안의 일을  서로  보고하면서...

물론  서로의 의견에  결재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서로  자기 얘기  하느라  바쁘고
실컫  떠들고는  머리 속에서  모두  지워버리니까...

그 다음날은  새로운 스트레스로  채워져서
그 날 저녁에  핑계김에  또  한잔을 하며  날려 버린다.

어떤 경우는
제 딴에  중요한 말을 했다고  감지가 되면
혹  생길지 모르는  말싸움을  예방하느라
“자기 지금  뭐라 그랬어?
입력이  잘  안되서  이해가 안되는데
다시 말해 볼래? “
하며  무마를  해 본다

하지만  다시 들어도  입력이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
왜냐하면  다음차례는  내가 떠들 차례니까 준비해야지

23년을  살아오며
이제는  완전히  술친구가 다 되었다.

“당신 말이야
그전에  연애할 때  술 취하게  해놓고
어찌 해보려다가  먼저  취해서
내가  데려다 주고  집에 갔잖아  왜
기억 나지?
지금도  그런  마음  있으면  빨리 버리고
마누라  무시하지 말고  잘해.   알았지?“

체면 때문에  못할 얘기를  술기운 빌어  한 적이 있는가 하면
테잎 끊어져  싸운 적도  비일비재하다

매일  술 한잔 하는  엄마 아빠 때문에  방해 받는 일도 있겠지만
“엄마,아빠  문화생활이니  사생활 간섭하지 마라”며
독재 횡포를  부려대니
우리 집  아이들은  저녁의  한토막은  신경 안쓰는  시간으로
비워둔지  오래다.


하지만  
지나치게  취하지  않기로  규칙을 정해놓고
소주를  한병으로 줄이고  맥주로  양념하자며
적당히 취하는  요즈음엔
시간이  길지도 않아  아이들에게  피해도 없고
술 깨고 잔다는  핑계로  
한 밤에  산책 겸  동네 한바퀴 돌아 온다
비오는 날엔  우산을  쓰고...

지나다가  시장에라도  들르는 때는
족발집에 들러  껍데기 얻어다가  우리 장비를 주면
미련한  개 시끼는
더욱  충성으로  주인을  섬긴다.

언제는  개소리 ( 장비얘기)만  하더니
이제는  술타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