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 (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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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소녀가 희희낙낙 정문으로 다가온다 

"아줌마, 정말 영화가 떠오르며 재미있었어요"

 

여자는 즐거워하는 애들에게 물 낏는 말이 될까 속으로 참는다 

얘들아  여기는 그보다 깊은 역사가 많은 곳이란다.


정원에서 나오며 오른쪽에 주립 극장이 있다.

프로그램을 살피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이 즐비하다.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오니 건너편에 ' 모짜르트가 살았던 ' 있다.

 

! 바로 여기 미라벨 정원 건너에서 살았구나. 

그럼 주교의 음악회가 미라벨궁전에서 열릴  쉽게 걸어서 왔겠네.

여기서 작곡한 모짜르트의 청년시절의 음악이 얼마나 많은가?

 

" 아줌마!  우리가 버스가 와요"

소연의 말에 정신 다듬으며, 

" 우선 저녁을 먹고 숙소에 가야지. "

" 아니에요, 숙소옆에 슈퍼에 가서 요기꺼리 사면 거에요."

 

! 야가 영국에서 살면서 내핍생활이 몸에 배었네.

 

" 소연아, 내가 오늘 맛있는 대접할게. 너네들은 오늘 하릇밤만 여기 있을 거잖니?

그러니까 멋진 잘츠부르그의 저녁구경도 좋잖니

아까 일찍 숙소에 갔었으면  다시 나오기 어려운데

이왕 지금까지 있었으니  여기서 저녁먹고 들어가자"

" 너무 아주머니가 많이 쓰셔서 미안해서요"

" 괜찮아, 내가 만하니까 한다고 하는 거야.은지도 좋고.'

" , 그러시다면.  그런데 어디 아시는 식당이 있으서요?'

" 없지만 강가를 걷다 보면 분위기 좋은 곳이 있을 같애"

" ..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

 

의견이 모아지자 이제는 여자가 앞장서서 강가로 간다.

6월의 어스름한 기운이 도는 강가에는 카페 등불들이 서서히 피어나고 있다.

 

강 건너 호엔잘츠부르그가 잘보이는 야외 카페에 들어선다.

자리를 찾으려고 두리번 거리는데 종업원이 다가온다.

 

" 식사를 것인가요? 음료만?" 아주 건방지게 묻는데,

" !" 여자가 마주 강하게 말한다.

" 오케이!  제일 좋은 자리로 마련하죠" 갑자기 친절해진다.

 

정말로 좋은 자리에 앉아 여자가 몇가지 음식과 음료를 시키고 

종업원이 돌아가자마자 소연이 킥킥웃기 시작한다.

" 아줌마! ! 여자가 다소곳해졌네요 ㅎㅎ"

 

" 얘들아, 아줌마가 너네들에게 충고 하나 할게

이제부터 너희들이 이곳에서 살려면 우선 마음부터 단단히 잡아야

부모님께 시시로 의논 드릴 수도 없으니  말이야

그리고 제일 중요한 하나! 너네들 이곳에 유학 왔니? 것을 생각해 봐

한국에서도 얼마던지 공부할 있잖니?

생각에는 현지에 와서  공부하는 것은 바로 현지의 문화를 직접체험하는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음악연습에만 치중하지 말고 곳의 역사, 음악가의 발자취, 등등 나아가 문화체험을   보도록 노력해 봐라. 나 이번에 잠시 다녀가지만 너희들은 이제부터 공부 시작하며 오래 있을 터이니 얼마나 좋은 기회이니..."

 

여자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 애들이 피곤한 눈으로 쳐다보다가

시킨 음식을 가져오자 정신차린 눈으로 반짝인다.

 

그래. 스스로 깨닫는 날이 오겠지. 내가 사감처럼 이러노?

 

참! 아줌마 짐이 기차역에 있는데요 찾아서 숙소에 가야겠네요.“

갑자기 기억이 났는지 소연이 먹던 수저를 놓으며 일어설 자세를 취한다.

 

소연아 어서 천천히 먹어. 짐은 내일 너네들 비엔나 돌아갈 때 찾아도 되니까

내가 세면도구와 속옷정도는 여기  손가방에 마련해 왔거든..“

어머! 이제 보니 아줌마 여행박사시구나.. 어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타햐! 어쩌다 갑작스런 연주여행을 다니다보니 하루밤 정도는 외박할 준비가 되어있네..

 

속으로 생각하며 애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아직 어린애들이 외박에 익숙해지지 않았으면하는 바램이랄까.

 

애들하고 다니다보니 여자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느껴진다

하긴 서른 넘어 마흔으로 달리는여자!

어쩌다 이렇게 나이가 들었을까?

 

그동안 나이도 잊고 살아왔는데  이제서야 뒤를 돌아보게 되나니.. 

앞으로 나는 어떻게 또 살아갈까?

 

여자는 소녀들에게 잠시 은지를 맡기고 강가를 거니는데

1903년에 만들어졌다는 모짜르트 다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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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 편 호엔잘츠부르그 성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성채가 흐르는 강물에 반사한 그림자가 흔들리는 것이 신비롭게 아름답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서 모짜르트 곡을 치게 되면 오늘 이곳의 정경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여행을 잘 시작했다. 내일 세 애들이 돌아가고 딸애하고 둘이만 다닐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뛴다

나는 분명히 이렇게 훨훨다니고 싶었어. 언제부터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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