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5


여자 (28) 여행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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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기차가 달리며 비엔나를 완전히 벗어나자 아침이 솟아나는 차창밖의 경치가 여자를 흡인한다.


딸애와 소연 그리고 소연이 데리고  두 자매는 여행의 흥분으로 재잘된다.

모두들 비엔나에 공부하러 초년생으로  잘츠부르그 여행을 처음 가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여자도 처음지만 나름대로 찾아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눈은 계속 스치는 정경을 향한다.


얼마나 벼르던 여행인가. 

떠나자 떠나자 반복하기를 수도 없이 . 


" 엄마! 언니들이 그러는데 잘츠부르그에 가면 제일 먼저 '사운드 오브 뮤직' 관광해야 된데. 엄마도 영화 봤어?" 딸애가 궁금이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다.

" 그럼! 20년 전에 ... 그런데 엄마는 모짜르트 자취가 보고 싶은데"

" 아주머니! 우리는 오늘 하루 돌아보고 내일 비엔나로 돌아갈 거라서 먼저 '사운드 오브 뮤직' 파노라마 투어를 보고 싶어요. 아주머니와 은지는 머무르시다 다른 곳으로 가시니까 우리 떠난 다음에 천천히 모짜르트 관해서 보시고요"


모녀의  여행준비로  유레일 기차표를 사는것 등등..도움을 소연은 어느새 일행의 가이드가 되어 확신에 음성으로 일정을 주장한다.


"그러려무나 .. 너네 셋이 내일 가려면"


일정이 정해지자 소녀는 머리를 모으고 의논을 시작한다.


은지하고만 그랬나 ?

그래도 그동안 여러가지로 신세를 졌으니 대접도 하고 

은지도 재미있으라고 그냥 두고 봐야겠네. 


앞으로 한 달 동안 예정한  유럽여행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얼마만의 기차여행이나...주위를 살펴본다. 

한국에서  긴 차량에 양쪽으로 두 명씩 앉고 가운데 통로가 있는 것이 아니라 , 기차 차량에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긴 복도가 있으며 '간이 방'처럼 독립적인 한 칸에 6인이 탈 수 있는 구조이다. 서로 마주 보이는 의자를 죽 뻬면 누울 수 있다. 벌써 소연이와 은지가 서로 보이게 의자를 빼고 편히 누워있고 , 동행한 자매도 마찬가지로 누워서 새벽에 일어난 피곤함을 풀고 있다. 여자만이 혼자 창가에 앉아 있다.아침햇살에 역광으로 자신의 얼굴이 창에 어른거리는데 생소한 모습이다. 그동안 아펐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주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며 변했을까?  서울을 떠나온 지가 무척 오래된 느낌이다.


네 시간 동안 달려온 기차가 잘츠부르그 중앙역에 도착한다.

륙색가방 하나만 단촐한 차림의 소연이 앞장서 역을 빠져나가려는데, 여자는 커다란 여행자 가방이 난처해 짐보관소를 찾는다.


" 아주머니, 죄송해요. 생각만 하고 ... ! 저기 보관소가 보이네요. 제가 맡길게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나도 있는데... 얘가 과잉보호하네그려


"소연아,짐만 맡기지 말고 오늘 묵을 숙소도 미리 정하고 움직이는게  좋을 같은데.. 저녁에 찾느라고 우왕좌왕말고..." 여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 유스호스텔 주소를 알고 있으니까 걱정 않으셔도 되어요 "


? 유스호스텔 ? 아니 ...

그래그렇잖구나! 너네들처럼 어려 보는것도 경험이고...


여자는 소리내어 말은 안하며 소연에게 맡기고 역사를 둘러본다


Salzburger_Hauptbahnhof_um_1870.jpg

(1870년경 역사의 모습)


100여년전 철도가 놓이면서 지어진 건물이. 여자가 영화에서 보았던 기차역하고 비슷하다 .하얀 건물에 부분적으로 파스텔색갈의 노랑색으로 칠해진 벽으로 되어있다. 비엔나에서 잘츠부르그 행 기차를 탔던 서부역이  1950년대 전후의 건축물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엄마! 정말 멋있지? 우리 이제 여행하는 실감나네 ㅎㅎ"

레이스가 달린 하얀 블라우스에 노오란 잔 꽃무늬의 스커트 차림의 은지가 오늘 따라 유럽 고풍의 기차역과 어울린다 


짐을 맡기고 돌아오자마자 씩씩하게 앞서는 소연을 여자와 세소녀가 종종 따른다 .




한 여자 (27) 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