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랑
한 여자 5부
한 여자 (28) 여행시작
-89.-
첫 기차가 달리며 비엔나를 완전히 벗어나자 아침이 솟아나는 차창밖의 경치가 여자를 흡인한다.
딸애와 소연 그리고 소연이 데리고 온 두 자매는 여행의 흥분으로 재잘된다.
모두들 비엔나에 공부하러 온 초년생으로 잘츠부르그 여행을 처음 가는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여자도 처음이지만 나름대로 찾아 본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눈은 계속 스치는 정경을 향한다.
얼마나 벼르던 여행인가.
떠나자 떠나자 반복하기를 수도 없이 .
" 엄마! 언니들이 그러는데 잘츠부르그에 가면 제일 먼저 '사운드 오브 뮤직' 관광해야 된데. 엄마도 그 영화 봤어?" 딸애가 궁금이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다.
" 그럼! 20년 전에 ... 그런데 엄마는 모짜르트 자취가 더 보고 싶은데"
" 아주머니! 우리는 오늘 하루 돌아보고 내일 비엔나로 돌아갈 거라서 먼저 '사운드 오브 뮤직' 파노라마 투어를 보고 싶어요. 아주머니와 은지는 더 머무르시다 다른 곳으로 가시니까 우리 떠난 다음에 천천히 모짜르트 관해서 보시고요"
모녀의 여행준비로 유레일 기차표를 사는것 등등..도움을 준 소연은 어느새 일행의 가이드가 되어 확신에 찬 음성으로 일정을 주장한다.
"그러려무나 .. 너네 셋이 내일 가려면"
일정이 정해지자 세 소녀는 머리를 모으고 의논을 시작한다.
은지하고만 올 걸 그랬나 ?
그래도 그동안 여러가지로 신세를 졌으니 대접도 하고
은지도 재미있으라고 그냥 두고 봐야겠네.
앞으로 한 달 동안 예정한 유럽여행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
얼마만의 기차여행이나...주위를 살펴본다.
한국에서 긴 차량에 양쪽으로 두 명씩 앉고 가운데 통로가 있는 것이 아니라 , 기차 차량에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긴 복도가 있으며 '간이 방'처럼 독립적인 한 칸에 6인이 탈 수 있는 구조이다. 서로 마주 보이는 의자를 죽 뻬면 누울 수 있다. 벌써 소연이와 은지가 서로 보이게 의자를 빼고 편히 누워있고 , 동행한 자매도 마찬가지로 누워서 새벽에 일어난 피곤함을 풀고 있다. 여자만이 혼자 창가에 앉아 있다.아침햇살에 역광으로 자신의 얼굴이 창에 어른거리는데 생소한 모습이다. 그동안 아펐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주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며 변했을까? 서울을 떠나온 지가 무척 오래된 느낌이다.
한 네 시간 동안 달려온 기차가 잘츠부르그 중앙역에 도착한다.
륙색가방 하나만 맨 단촐한 차림의 소연이 앞장서 역을 빠져나가려는데, 여자는 커다란 여행자 가방이 난처해 짐보관소를 찾는다.
" 아주머니, 죄송해요. 제 생각만 하고 ... 아! 저기 보관소가 보이네요. 제가 맡길게요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세요"
나도 할 수 있는데... 얘가 과잉보호하네그려
"소연아,짐만 맡기지 말고 오늘 묵을 숙소도 미리 정하고 움직이는게 좋을 것 같은데.. 저녁에 찾느라고 우왕좌왕말고..." 여자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 유스호스텔 주소를 알고 있으니까 걱정 않으셔도 되어요 "
엥? 유스호스텔 ? 아니 ...
그래, 그렇잖구나! 너네들처럼 어려 보는것도 경험이고...
여자는 소리내어 말은 안하며 소연에게 맡기고 역사를 둘러본다.
(1870년경 역사의 모습)
100여년전 철도가 놓이면서 지어진 건물이다. 여자가 영화에서 보았던 기차역하고 비슷하다 .하얀 건물에 부분적으로 파스텔색갈의 연노랑색으로 칠해진 벽으로 되어있다. 비엔나에서 잘츠부르그 행 기차를 탔던 서부역이 1950년대 전후의 건축물인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엄마! 정말 멋있지? 우리 이제 여행하는 거 실감나네 ㅎㅎ"
레이스가 달린 하얀 블라우스에 노오란 잔 꽃무늬의 스커트 차림의 은지가 오늘 따라 이 곳 유럽 고풍의 기차역과 잘 어울린다
짐을 맡기고 돌아오자마자 씩씩하게 앞서는 소연을 여자와 세소녀가 종종 따른다 .
한 여자 (27) 전편
옥인 선배님
한번 오스트리아를 여행해서 인지
소설의 광경이 머리속에 잘 그려지네요.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모짜르트 생가 등..
재미나게 읽고 있어요.
경수 후배,
어디던 처음 방문했을 때의 감흥이 제일 크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면서 바로 처음의 감정으로 도입한답니다
이제는 다시 못 갈지도 모르는 곳들과
또한 다시 못 돌아 가는 과거에
글로서 새 호흡을 불어 놓으렵니다.
시간이 더 지나 희석되기 전에..
이렇게 연이어 쓰게된 현재의 형편에 감사해요
경수 후배,
우리 여기에서 같이 여행해요. ^^
(본문 계속)
-90.-
기차역에서 나오니 시내 버스정거장이
바로 앞에 있다. 시티투어가 '미라벨 정원'곁에 있다는 정보로 그쪽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데 버스가 하늘의 전선을 따라 움직이지만 지상에서는 철로 없이 다니는 것이 특이하다. 매연가스를 방지하려고 전선 버스로 시 전체룰 보호하는 것을 보니 역시 문화뿐만이
아니라 친환경을 철저하게 장려하는 잘츠부르그시의 첫 인상이 멋지다 . 시내버스에 올라타니 앞과 뒤를 연결하는 중간 부분이 커브길에서 유연히
회전한다. 애들이 중간에 서 있다가 커브길에서 휘청거리면서도 키득거리며 신기해 한다. 서너 정거장을 거치고 '사운드 오브 뮤직 파노라마' 관광버스 밀집된 미라벨정원 정류장에 도달한다. 대형, 중형버스와 봉고차들이 영화의 대표장면들울
붙여놓고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여자는 제일 먼 곳까지 가며 시간 여유가 있게 시내를 돌아보는 일정인 중형버스로 정한다 . 영화에서 나오는 고풍적인
버스다. 예비 수녀 마리아 역을 맡았던 '줄리 앤드류스'가 수녀원에서 나와 사복을 입고 기타와 가방을 들고 탔던 바로 그 버스로서 유일하게 영화사진이 안 붙여진 것이 여자의
맘을 끌었다 .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의 장면이 촬영장이었던 곳에 오니 저절로 떠오르는 것이 신기하네..이래서 이곳에 이런 투어가 생기고 사람들이 애용하는구나...우선 버스타고 다니며 본 다음 나중에 좀 더 살펴 보아야지. 길 건너편 뾰족탑이 있는 성당은 이탈리아 영화에서
많이 보았던 건축양식이다 . 오스트리아 수도인 비엔나에서는 전혀 못 보았던 양식이다 . 성당옆에는 초록색칠한 아기자기한 나무집과 채앙아래 청과시장이
열리고 있다. 버스 안에 올라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출발한다. 동양인은 오로지 여자의 일행뿐이다. 은지는 영어 가이드의 설명은 못 알아 듣지만 그래도 바깥경치를 호기심 가득 바라본다 . 미라벨 정원은 제일 마지막에 내려서 볼 것이라며
달리다가 잘자흐강을 건너는데 멀리 보이는 높은 곳의 '호엔 잘츠부르그'성이 보인다. 그 아래 여러 종류의 탑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는 정경이 비엔나와 다른 분위기이다. 여자는 벅찬 감흥으로 '이 도시에서 모짜르트가 태어났고 비엔나 오기전까지 호흡하며 지냈다'는 것을 그려본다. 잘자흐강 바로 곁은 자전거 길이다. " 은지야! 너 나중에 한국가면 엄마가 영화 비디오 보여줄게 . 저 자전거길이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주욱 달렸던 길이거든 " 딸애가 영어안내를 못 알아들어
심심할까 봐 귀에다 속삭인다. " 정말? 아이 좋아라 ! 엄마, 나 이제부터 열심히 보고 나중에 여기 기억하면 재미있겠다 ㅎ" " 그럼 ! 어른이 되어서 다시 또 와도 되고 ..." 그래, 엄마는 나이 들어 우연찮게 왔지만 네가 성숙해져 오고 싶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래. 엄마가 도와줄게. 버스가 다리를 지나 구시가지를 잠시 더 달리는데 '대주교 말의 목욕장' 앞을 지난다. 뒤의 벽화에 말들을 그려놓았다. 잘츠부르그는 오래 전 대주교가 지배하던 단독공국이었기에 도시 전체 멋있는 곳은 모두 대주교와 관계가 있다고 가이드가 간단히
설명한다. 벽화들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서면 그 시절 도시 경계였던 곳에 현재는 짧은 굴이 나온다 . 그 곳을 지나는데 고향 인천의 홍여문이 떠오른다.
아! 하고 소리지르면 .... 아아으으... 그 여운에 재미들어 얼마나 ' 아!'를 불렀던가! 이번에 귀국하면 인천을 꼭 가봐야겠다. 얼마나 변했을까? 대학 졸업하기 직전까지 살았던 고향을 떠나와서 찾아 봤던 것이
아득하다. 멀리 고국을 떠나와 낯선곳 여행을 하면서 이제서야 그리워지다니.. 아마도 이것은 고향의 그리움만이 아니라 과거로 향하는 유추연상 시작이
아닐까? 첫번째 방문지 "레오폴드스크론'에 도착하자 모두들 급히 내린다. 1736년 건축가 '레오폴드 안톤 프라이헤르 폰 피르미안'에 의해 한 귀족의 궁전으로 지어졌다. 역사속에 많은 유명인사들이 찾았었다. 1918년에 배우이자 감독인 '막스 라인하르트'가 옛모습으로 복원하려고 구입하였다.1920년 잘츠부르그 페스티발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1965년에 개봉된 영화에서 켑튼의 집으로 나온다. 건물 안은 사유지로 못 들어가고 대신 건너편 호수가에서 멀리 보이는 건물배경으로 기념사진 찍으라고 가이드가 안내말을 한다. 부산한 일행들에 질세라 애들도 요리조리 자리 옮기며 사진 찍는 동안 여자는 호수길 옆 의자에 앉아 경관을
감상한다 . 오리들이 사람 어려움 없이 여자 발곁에 와서 뱅뱅돈다. 오히려 여자가 당황하여 다리를 어찌할지 몰라 바닥으로부터 두발을 올려 허둥거린다. 지나던 사람들이 그러는 모습을 재미있다는 듯이 사진 찍는다 . 여자는 여태까지 도시에서 성장하고 살아오며 잠시 휴가철에 바닷가나 산을
찾았던 것이 자연과의 접촉정도였다. 그 곳곳도 사람들에 치어서 조용한 휴가는 가져본 적이 거의 없었기에
지금 이곳의 한가한 호숫가에 앉아 정관을 바라보며 완전히 다른 세상에 온 것을 실감한다. 호엔잘츠부르그성이 깎아지른듯한 절벽위에 있다. 그위로 하얀구름이 파란하늘에 둥둥 떠있고 바로 인접한 아래의 호수는 맑은 날씨에 거울처럼 비치고 있다.
그냥 여기서 이대로 머물고 싶다.
-91.-
'레오폴드스크론'을 떠나 '헬브룬'에 도착한다.
이곳은 400년전 장난스럽던 잘츠부르그 주교 '마르쿠스 시티부스'가 여러
사람들을 초대하여 깜짝분수로 사람들에게 물사례를 주며 즐기던 곳이다. 영화에서 맏딸이 처음으로 키스를 하며
춤추던 유리집이 있기에 관광버스가 이곳에 들르는데, 커다란 돌 탁자 앞에 관광객을 세워놓고 대표 한사람을
돌의자에 앉힌후 깜짝분수가 의자 가운데로 나오게 하여 모두들을 놀라게 한다. 또한 단체로 즉석 흑백사진을
찍은후 나누어 준다. 아이들은 키득거리며 본인들이 어디 있는가 찾는다.여자는 세장을 사서 소연에게 한장, 자매에게 한장, 그리고
은지에게 나누어 준다.
그러나 이런 것 말고도 사실은
역사적으로 볼 곳이 많은 곳이다. 중유럽의
최초의 '석조극장'이 있어 여름마다 한 밤중에 횃불을 키고 열리는 공연이 유명하며 정원의 각종 화초들과 진귀한
것이 많다.
헬브룬으로 부터 시내를 벗어나 '잘츠캄머굿 투어'가 시작된다.
잘츠부르그와 주변 지방 주
모두 합쳐 80여개의 호수가 몰려있는
지역으로 옛적에 바다였던 지역이 지각의
변동으로 돌출하여 산과 평지가 되었지만 땅속에 무궁한 소금자원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그리하여 예로부터 인근나라들이
이 소금광산지역을 놓고 소유권 다툼이 잦았었다. 그러나 이곳에서 계속 소유하는 까닭으로 부유한 지방이다.
시 경계를 조금 나가자 마자
초원이 펼쳐진다.
초록색이 이리도 예쁘다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다니...
노릇노릇한 민들레들이 야생화로
벌판을 덮고 젖소들이 유유자적 움직인다. 오래 된 목조집들의 난간에 피어난 빨간 제라늄이 어떤 명화에서 보다도 선명하고 아름답다.
언제인가 보았던 영화 '엘비라’의 전경이 눈앞에 나타나며 배경음악이었던 모짜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의 2악장이 귓가에 머문다.
초원을 따라 20여분 가니 '볼프강제'호수가 보이는데 잘츠캄머굿 중에서 제일
커다란 호수이다. 호수 건너쪽 마을은 '상트 볼프강'이고 이쪽 모짜르트의
외갓집 마을 '상트 길겐'이다.
모짜르트의 이름이 '볼프강’인 것도 이 호수이름으로부터 연유되었다.
잠시 머물면서 모짜르트 어머니 생가를 지나 시청앞에 가니 어린 모짜르트가 바이올린키는 모습의 동상이 있다. 옆에는 누나 '난넬’이름의 카페도 있다. 한 마을이 바로 모짜르트의 자취로 넘친다.
아쉬움을 뒤로 하며 '상트 길겐'마을
떠나 로맨틱가도를 따라 호숫길을 따라 가 '몬드제’에 도달한다.
'달의 호수'라는 뜻인데 옛날에
귀족이 사냥을 하다 길을 잃어 어둠속을 헤메다가 호수에 보름달이 환하게 반사하는 것을 보고 호수에 빠지지 않고 살아나게
된후터 '몬드제'(달의 호수) 라고 불러진다.
버스가 몬드제 수도원 성당앞에
정차한다.
이 성당에서 영화의 결혼식을
찍었다고 성당에 들어가서 기념사진을 찍으라고 자유시간을 넉넉히 주며 호숫가도 돌아 보라고 한다.
실제로는 잘츠부르그 시내 논탈수도원에서
결혼했지만 촬영허락이 나지 않아서 이곳에서 촬영하였다.
아이들은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성당으로 달려가는데, 여자는 성당이 바라보이는
맞은 편 카페에 가 앉는다.
"엄마는 성당에 안 갈 거야? 언니들은 왜 저렇게 뛰어가지?"
영문을 모르는 딸애가 묻는다.
"저 성당에서 주인공이 결혼식하는 장면을 찍었다고 가이드 아저씨가 그랬거든. "
" 아... 그렇구나.. 근데 엄마는 왜 안 가?"
"조금 여기서 쉬고 나서 ... 엄마는 이곳 마을 분위기와 성당의 바깥모습 먼저 즐기려고
.. 시간이 아직 많이 있어. 오늘 투어가 여기서 마치고 시내로 갈 거니까.."
"그래 , 엄마. 나도 엄마 옆에서 구경할게.
참 여기 이쁘다. 그치 엄마?"
"그래...
우리 예삐 제법이네 . 느끼는 것이..."
여자는 딸애를 끌어 안으며 이렇게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남편에게 감사하다.
"은지야. 우리 아빠에게 엽서 보낼까? 은지가 저기 엽서 꽂게에서 한장 골라와 봐봐. 엄마는 음료수
시키고 있을게."
"정말 ? 엄마! 아이 좋아라"
딸애가 발딱 일어나 엽서 꽂게쪽으로 간다.
부부란 참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관계이다. 같이 있을 때보다 떨어져 있으니 객관적이 되어 살펴보는 기회가 된 것이다.어떤 이유와 형편이던 이번 여행의 기회는 남편이 주관하여 떠나와 연장하며 비엔나를 떠나게 된 여행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처음으로 오랫동안 떨어져 있게된 것이기도...
딸애가 한손에 엽서 한 장을
들고 돌아온다.
"어떤 그림일까?
궁금하네 "
" 호호. 엄마가 앉아 있는 이 카페야. 조기 창문에 꽃도 보이고 .. 아빠가 보면 우리가 여기 있는 줄 알거 같지?"
세상에! 어찌 다섯 살짜리가 이리 생각이?
여자는 대답대신 딸애의 손을
잡으며 눈을 감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사랑스런 딸을 선물하시고 이런 기쁨을 주시오니....
다시 시작된 한 여자!!
언니의 소설은 음악, 미술, 여행을 곁들인 종합예술
그리고 아름다움 감성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세월이 더 지나 어쩌면 아주 희석되기 전에
지난날의 추억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으로
담담히 적고있어요 .
쓰면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신기하네요 ^^
(본문계속)
-92.-
'몬드제 성 미하엘 성당'(Basilica of St. Michel)들어가니 전반적으로 단아하다.
목제 형상, 제대들이 밝은 배경과 이루어 내는 분위기 때문이다.
12세기에 베네딕트 수도원 성당이 14세기에 고딕식으로 바뀌고 그 후 화재로 인하여 훼손된 것을 17세기에 바로크 형식으로 보수하여 쌍동이 탑이 우뚝솟은 모습이 되었다.
13개의 계단 위로 올라가며 긴 신부베일을 계단 아래까지 죽 늘어 놓았던 영화가 저절로 떠오른다.
계단을 올라서면 전면 제단은 로마네스크의 연한 파스텔색조의 배경에 성화가 붙여있다.
이곳의 문화와 예술에 접목시킨 미국 영화사의 로케이션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끼며 성당을 둘러보니 18m 높이의 파이프 올겐이 아름다운 조각과 더불어 웅장한 규모이다. 이 자그만 마을에 비하여 성당의 규모가 커다람을 비추어 보니 당대에 중요한 역활을 담당했던 바실리카임이 확실하다.
여자는 여기 오기 전에 잠시 머물며 피아노 연습을 했었던 비엔나 숲속의 '하일리겐수도원'이 떠오른다.
관광객이 찾아 오지 않는 고요가 머무는 그곳!
요한네스 수사님이 주신 묵주...바로 며칠전 일이 이제는 아마득한 먼 옛날 같다니...
다시 그곳에 갈 날이 또 올까?
성당을 나와 애들과 같이 호수로 향한다.
가는 길의 가로수에 소녀 넷이 나무마다 차지하고
' 도,레,미,파,,,,' 를 연상 부르며 영화속에 들어 가는 모습이 귀엽다.
호수에 유람선이 다니지만 다시 잘츠부르그시내로 돌아갈 시간이 촉박하여 기념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린다.
버스를 타고 시내로 돌아오는 길은 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피곤한 아이들이 모두 눈을 부치고 잠을 잔다.
여자만이 창가에 앉아 지나는 주변을 바라본다.
기차로 타고 오던 때와는 또 다른 자연환경이다.
멀리 돌산에 걸린 구름이 오후 햇빛에 반사하여 더욱 하얗게 보인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점점 시내쪽 원점인 미라벨 정원 쪽으로 옮기는데 도시 곳곳이 참으로 단정하다.
애들을 깨워 차창밖을 보라고 권한다.
" 어머! 벌써 다 왔네요? 이제 미라벨 정원만 보면 오늘 일정 마치는 거지요?"
소연이 확인하듯 여자에게 묻는다.
" 응!그런데 피곤하면 일찍 저녁먹고 숙소에 가서 푹 쉬고 내일 아침에 봐도 되지 않을까?"
" 아이! 아니에요. 오늘 정원도 봐야해요.내일은 점심때까지 있다가 우리 셋은 비엔나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 그래? 그럼 그렇잖구나"
여자는 소연의 소지가 단단함에 대견하면서도 앞으로의 유학생활이 좀 고달플 것 같아 안타깝다.
동행해온 자매는 그저 소연이 하자는 데로 하는 피동형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미라벨정원 옆으로 들어간다.
여자는 애들과 정문쪽에서 만나는 시간을 정하고 은지와 같이 그늘진 의자에 가서 앉는다.
은지는 소연과 떨어짐이 아쉬운 눈치지만 그래도 엄마 곁에 앉아서 소곤 거린다.
" 엄마! 우리는 얼마나 더 여기 있을 거야. 소연언니가 내일 떠나면 우리끼리 남네.."
"음... 봐서.. 엄마는 모짜르트 음악회를 꼭 보고 싶은데, 글쎄 날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 그렇구나. 이제 보니까 엄마는 정말 음악을 좋아하는 것 같애. 그런데 여기가 모짜르트 고향이라서 그런거야? 엄마?"
" 그런 것도 있고. 엄마가 다시 한국 가면 언제 또 올지 모르니까 이번에 좀 더 생생히 느끼고 싶어서.. 그런데 너는 좀 심심할지도 모르겠네?"
" 아니야, 엄마. 나도 좋아.엄마가 좋으면... 그런데 여태까지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는데 우리 둘이서만 다니면 어떨지 궁금해 "
" 호호 걱정이 되는 것은 아니고? "
" 그렇기도 하고.. 또 엄마가 아프면 어쩌지?"
아... 내가 이 애에게 걱정을 이렇게 끼쳤었구나.
" 아니야. 이제부터 엄마가 튼튼하고 씩씩해 질 거니까 걱정하지마."
" 그럼 됐어 엄마. 우리도 꽃구경해."
여자가 손목시계를 본다.
아직 애들과 약속시간이 20분 정도 남았네
여자는 정문쪽으로 향하다가 '모짜르테움' 이라는 간판을 보고 정원 왼쪽인 그곳으로 향한다.
" 은지야, 여기가 모짜르트 이름으로 잘츠부르그 국립 음악대학이란다. 이 곳에 유학온 한국 사람도 많단다."
대학건물은 서울에 비하면 아주 아담한 편이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연주한 이곳 대학 오케스트라의 첼로 연주자에게 혼자 반해서 이곳에 와 공부하고자 결심한 당시 여고 1학년생이 바로 소연과 동행한 자매중 하나라는 것이 떠오른다.
세상은 정말 넓고도 좁아진 것이다.
이렇게 마음을 잡은 얼마후에 움직일 수있는 여건이 된 것을 본다면.
정문앞으로 가니 아직 소녀들이 안 왔다.
영화의 촬영지를 샅샅히 찾아 다니는 가 보다.
정문앞에 웅장한 조각들이 하늘을 향해 손을 올리고 있다.
얼마나 오랜 세월을 이곳에 버티고 있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았던가?
과연 무엇을 보고 느끼고 담아 가는 것일까?
- Mirabellgarten IMG_1171.jpg (132.2KB)(15)
- Mirabellgarten IMG_1172.jpg (141.2KB)(13)
- mondsee basilica IMG_1267.jpg (64.6KB)(20)
- Mondsee 13 treppe IMG_1266.jpg (50.8KB)(18)
- Mondsee Orgen IMG_1268.jpg (61.0KB)(21)
- Mondsee sIMG_1274.jpg (88.0KB)(16)
- Mondsee IMG_1260.jpg (99.9KB)(16)
- 1966.jpg (79.6KB)(19)
한 여자 5부를 연속하며....
2016년 2월 25일 한 여자 4부를 마치고 한해와 다섯달이 되어 다시 글을 연결합니다.
2016년에는 개인의 일상에 변화가 많아 정신을 모을 수가 없어 중단하였었는데,
올 여름에는 건강상으로 하던 일들을 쉬면서 다시 글쓰고 싶어졌습니다.
윗본문은 어제 출타중 핸드펀에 떠오르는 글을 메모하다가 그 감흥을 즉시로 글사랑에 올렸습니다.
오늘 귀가하여 컴퓨터 앞에 앉아 다소 수정하고 음악도 펼쳐 올리며
오랜 휴식기를 보내고 다시 '한 여자'를 쓰기 시작함에 스스로 가슴을 다듬어 봅니다.
물론 앞으로 더욱 다듬고 다듬어야 하지만
한동안 중단하면서 나름대로 아쉬움이 많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5부가 당시 1989년 6월의 여행으로 시작되므로
28년이 지난 요즈음과 다소 다른 환경에 이해를 부탁합니다
또한 읽으시며 여러분들의 그 시절도 추억해 보시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즐거운 여름 지내시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7월 17일
비엔나에서
김옥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