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작은차라고 부르는 이 네온은(크라이슬러)  이민 오던 그 해에 산 것이다.
어언 4년이 지나가는 동안 우리집의 이민역사를 몸으로 헤쳐나온 산 증인이기도 하다.

처음에 차를 발견했다고 연락이 왔을 때, 우리가 가서 본 그 작은 차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운전석 문짝이 떨어지고 키박스도 부서지고...
차 안에는 쓰레기들이 널려있고...
몰골이 흉한 채로 던져져있는 모습이 마치 괴기영화의 한 장면같았다.
차에게도 사람처럼 팔자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 작은 차는 팔자 사납기가 이루 말할수 없을 것이다.

어느해 가을인가,
남편은 무슨 부속품을 산다고 친구와 함께 집 가까이 있는 케네디언타이어에 다녀온다고 하였다.
그 날 나는 무슨 일로 바쁜 탓에 거의 밖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였다.
그런데 저녁 무렵 남편이 급히 들어오며
"차가 안보인다, 없어졌어."하며 소리치는 것이었다.
경찰에 신고를 한다, 무슨 이런 일이 있나 투덜투덜하며 그 날 저녁을 보내고 늦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새벽녘 두런두런 말소리에 잠이 깨었다.
남편이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있었다.
사연인즉 그 친구와 함께 케네디언타이어에 갈 때는 차를 가져갔고 올 때는 걸어온 것을 서로가 기억을 못하고는 그 해프닝을 벌인 것이었다.
그 새벽에 차를 가져오려 하였지만 이미 경찰에 신고된 차량은 마음대로 끌고올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고 이일을 어쩌나...
남편은 그 초가을 새벽의 쌀쌀한 바람을 뚫고 아들 자전거로 출근을 하였다.

두번째는 한국에서 조카들이 오던 해 여름이었다.
어린아이들이 없던 집에 갑자기 사내녀석 둘이 생기자 집안의 리듬이 서서히 깨어져가고 있던 그 즈음..
남편은 주말마다 조카들에게 벤프며 레이크루이스등 여러 곳으로 여행을 시키고 있었다.
그 날 저녁 남편은 내일은 미국 국경 쪽에 있는 워러톤파크로 갈 것이니 김밥을 준비해라 간식은 충분하냐면서 여러가지를 주문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차를 대대적으로 손보는지 이상한 받침대로 차를 들어올려 받치고 있었다.
가끔 차를 열어 오일을 가는 것을 여러차례 보던터라 그러려니하고 무심코 보아넘기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카들도 서둘러 일어나 갈 길을 출발하였다.
그런데 5분도 채 안되어 떠났던 그들 모두 차를 밀면서 들어오고 있었다.
이건 또 왠 일인가...
밤 사이 남편이 대대적으로 한 공사는 엔진오일 찌꺼기를 모두 빼낸다고 한 것이 그만 엔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 것이었다.
케네디언타이어로 견인되어 간 차는 새로 엔진을 넣어야만 했다.

그 해 겨울 미국으로의 여행을 계획하면서 우리는 좀 더 크고 안전한 벤을 사게 되었다.
이제 그 수난 많았던 작은 차는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난 여름부터 남편이 더욱 바빠지기 시작하자 우리는 작은 차의 필요성을 다시 절감하게 되었다.
우리가 이 곳 이민 생활에 서서히 안정되어 가 듯이 작은 차도 예전의 고난들을 잊어가는 듯이 보였었다.
적어도 그 날의 대형 도난사고만 아니었다면...

그 때의 불안감과 황당함으로는 다시는 이 작은 차를 끌지 못하리라.... 차라리 영원히 발견되지 않기를...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시간이 갈수록 동정과 연민의 정이 가슴 밑바닥에서 밀고 오는 것이었다.
잃었던 아들을 찾은 그 탕자의 아버지 마음이 이랬을까?
어서 송아지를 잡아 잔치를 베풀자던 그 아버지처럼  나는 어두운 밤 길을 마구 달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