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생일에 keg(스테이크 하우스 전문점) 선물권이 생겼다.
차일 피일 미루다가 어느 공휴일, 온 식구가 모처럼 외식을 나갔는데 가는 날이 장 날이라고 문이 닫혀있었다.
다음 주라도 시간이 되면 다시 가야지 하면서 티켓을 오디오 위에 올려놓았다. 눈에 잘 띄면 더 잘 챙길수 있겠지 하면서...
그런데 그 사건이 벌어졌던 날 티켓도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처음에는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부정 아닌 부정을 하다가 나중에는 캐나다를 원망하고 캐네디언들조차도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런 사고는 그 사고 이상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의 정신세계까지 황폐하게 한다는 것을 나 스스로 느낄 수 있었다.
암환자가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처럼 나에게도 몇 단계의 과정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 사람 안 다쳤으니, 가족들 모두 무사한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그러면서도 문득 문득 잃어버린 차를 찾을 수 있을까 하면서 같이 일하는 케내디언 동료에게 물으면
"애나, 포기해. 여긴 캐나다야."하는 것이다.
그래 포기하자 하면서도  그네들의 소행이 너무 괘씸해서 그 티켓까지도 가져갔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다시 금요일이 되었다.
모두들 금요일에는 주말분위기가 되어 좀더 여유로워지고 느긋하다.
그런데 나는 눈을 뜨자마자 어, 금요일이네 하며 더 긴장이 되는 것이었다.
언제까지 이 증세가 가려나.

커피브레이크를 막 나가려는데 팸이 내게 무엇인가를 내밀었다.
대이케어 전체 직원들의 위로의 말과 kEG 티켓, 약간의 지폐와 동전들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엄청난 사고를 당하고도 울지 않았다.
분노에서 원망으로 다시 자위하기까지...
그런데 그 날 아침 나는 그동안 참았던 울음이 화산처럼 터져나오고 말았다.
팸이 순간 당황하더니 와서 안아주었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은 아름답다고...
더 이상 내 입에서 불평이 나오지 않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