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더니...
나는 요즈음 열심히 외양간을 고치고 있다.

지난 달 마지막 금요일, 그 날은 우리 대이캐어에서 할로윈행사가 있었다. 매 년 할로윈에는 아이들이
동물이나 호박인형등의 코스튬을 입고 페트로 캐나다 본사 건물 안에 있는 여러 사무실을 다니며
"trick or treat"을 외치며 사탕이나 초코렡을 받는 것이다.

바로 그 시간,
전철 역에 주차해 놓았던 내 차가 도난을 당했고 차 안에 놓았던 개러지(차고) 오프너로 그들이 유유히 우리집으로 쳐들어왔다.

퇴근을 하면서 집으로 전화를 했더니 어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시며
"얘야, 아침에 손질해 놓고 간 가죽자켓이 없어졌다." 하시기에 아마도 아들아이가 평소에 할머니 가죽자켓을 맘에 들어했으니 아마 잠깐 입고 나갔겠지요 하면서 정말 아무 생각도 없었다.

평소대로 전철을 타고 차를 세워놓은 브랜우드 역에서 내렸다.
계단을 올라가서 내가 아침에 차를 세워놓은 방향을 바라다보는데 차가 보이지 않았다.
더 가까이 가면 보이겠지, 보이겠지...
그러나 끝내 차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내가 다른 곳에 세웠나... 아무리 둘러보아도...
순간적으로 어머니 말씀이 떠올랐다.
그럼 차를 갖고 우리집으로...
심장이 떨리고 발이 덜덜덜 ...제대로 걸을수가 없었다.
마침 앞에서 시동을 걸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프리스, 핼프 미. 내 차가 없어졌어요."

경찰보다 먼저 집으로 전화했다.
아들아이의 급한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엄마, 빨리 오세요. 집에 도둑이..."
이럴 땐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도저히 판단이 서질 않았다.
다행히 그녀도 우리집 방향이라 나를 데려다 주었다.

온 식구들이 문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남편은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역에 가서 확인을 하자고 했다. 그러나 역시...
경찰에게 연락을 했지만 오늘이 금요일 오후라서 가장 바쁜 날이라며 늦장을 부리고...

옆집 폴라에게 사정이야기를 말하고 자동차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게 전화로 알려주었다.
그리고 집 안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컴퓨터, 오디오등 전자 제품들이 없어졌고 아들아이의 겨울 잠바들.. 심지어 침대커버, 이불 베개등...
차고 바닥에는 옷걸이와 작은 인형이 떨어져있어 그들이 급히 떠난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전화기를 체크하던 딸아이가 10시 반 경 공중전화에서 걸려온 전화기록이 있다고 하였다.
차 안에 있던 보험증서에는 우리집 주소와 다른  정보가 모두 있는데...
전화까지 해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했구나...
썩을 놈들...

경찰은 그 날 밤 9시가 넘어서 왔고 형식적인 몇 가지 질문을 하고 ...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목록을 작성하는 서류를 주고는 돌아갔다.

그 날 밤
나는 처음으로 우황청심환이라는 약을 먹고서야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