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지 세일


오늘은 우리 동네 전체가 가라지 세일을 하는 날이다.

어제 저녁 학교 동문들 모임을 하느라 늦게 잠자리에 들었더니 아침에 그만 늦잠을 자고 말았다. 창 밖을내다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거리를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이 곳 씨타델로 이사온 지 어언 3년...
해마다 5월 마지막 주에는 커뮤니티 가라지 세일이 있는데,그저 남들이 하는 것을 구경꾼처럼 보고만 다녔었다.
이번에는 지하실 정리도 할 겸 나도 한 번 동참해보고 싶었다.

우선 물건을 진열해 놓을 테이블부터 옮겨 놓았다.
안입는 옷들을 잘 접어서 모자, 머플러들과 함께 놓고 가라지 한 쪽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서있는 스쿠터를 막 놓으려 할 때였다.

부부와 함께 한 남자 아이가 다가왔다.
스쿠터를 가리키며 얼마냐고 묻는 것이었다.
가만있자... 이걸 얼마 받아야하나...

아직 장사 준비도 되지않았는데...
"5달러"
얼떨결에 나는 손가락을 펴보이며 말했다.

이리하여  첫거래는 아주 성공적으로 잘 이루어졌다

그 남자아이는 우리가 가라지 세일을 하던  그 날 오전 내내,  그 스쿠터를 타고 온 동네를 돌아다녔고 그 남자아이의 이름이 브래트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지하실을 더  뒤져서 화분 받침대, 뻐꾸기 시계, 걸지 않는 부엉이그림, 안쓰는 장난감들을 더 진열해 놓았다.
앞집에서 이사갈 때 주고 간 뻐꾸기 시계는 1불에 팔았고 부엉이 그림은 손님을 잘 만나서 3불에 팔려갔다.

딸아이도 함께 앉아서 물건을 팔았다.
제일 싸게 판 것은 당나귀 인형이었는데,  25센트였다.

나는 가라지 세일을 보면서 그 동안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배우게 되었다.
동전의 최소 단위였다.

물론 동전의 최소 단위는 1센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나의 뇌리 속에 박혀있는 동전의 최소단위는 1불이었다.

그래서 가장 작다고 생각하는  물건의 가격을 1불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50센트에 달라는 사람, 25센트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렇구나...
가라지 세일에서 1불은 아주 큰 돈이었다.

정오가 될 무렵 어느 정도 물건도 팔리고 햇살은 점점 뜨거워져서 우리는 문을 닫기로 하였다.
거금 47불
처음의 가라지세일 치고는 비교적 괜찮은 편이었다.

우리는 동네를 한바퀴 돌아보았다.
시골 장터처럼 집 앞에  여기 저기 물건들이 쌓여있고 도로 위는 주차해 놓은 차들로 많이 붐비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 집에서 발견 한 구스 그림의 식탁매트를  25센트에 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