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면 ..... 산에 오르면 삶의 무게에 짓눌려 허덕이던 가슴에 시원하게 숨통이 트인다 아직 겨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낡은 옷 걸치고 버려진듯 길가에 늘어서 있는 풀포기들이 술렁술렁 기지개 켜며 부딫는 소리가 두 눈 가득 출렁이고 어느 새 눈틔운 잎새는 봄 햇살이 눈 부신듯 수줍게 웅크리고 있다. 산에 오르면 몇날 몇밤 뒤척임에 지쳐 촛점 잃은 시선이 먼 능선 따라 옮겨 다니며 생기를 끌어 담고, 여인네 젖무덤같은 산자락에 꾹꾹 눌러왔던 아픔 덜어 놓으며 봄바람 속에서 가물거리는 향내를 더듬다 휑한 가지 틈에서 날개짓하는 새 한마리 등에 얹혀 그림같이 허공을 나르면 산 밑에서 서둘러 걸음 떼는 봄의 전령이 한발짝 먼저 정상에 오른다 난 뒤쫓아 오르며 봄 향기에 실컷 취한다. 내 몸에도 슬슬 물오름이 시작된다 글 : 한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