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그리울 때면 .....**


이제 막
언땅 비집고 나온 새싹이
낯선 햇살에 겁먹고
잔뜩 웅크리고

뿌리에 걸친 봄의 옷깃에
잔뜩 물오른 가지가
구름 사이로 내리쏘는 햇살을
팔 벌려 가슴에 채우면

앞섶을 열며
꽃술의 봄나들이 재촉하던 꽃잎이
웃음 머금고
능선따라 춤을 춥니다

손꼽아 세어 본 기다림도
까아만 밤 뒤척임에 늘어난
한숨소리 채워짐도 없이

어느 새
힘찬 박동소리가 허공을 메우며
여인네 옷차림 속에
깊숙히 자리 했는데

아직도
내 그리움은 설자리 잃고
나뭇가지 끝에 튼 까치둥지에
기웃기웃 맴을 돕니다


혈관타고 돌며
아픔의 응어리 떨구는 몸짓에
소리한번 내지 못하고
안으로
안으로만 삭여가는 인내의 시간이

새 순의 기지개 소리에
놀란듯 멈추어
세상의 흐름을 둘려 놓고
드문드문 박힌 별을 끌어내려
가슴 빈곳을 메꾸어 갈 떄쯤

견딜 수 없도록
당신이 그리울 떄면
나는
숨몰아쉬는 별을 모아
끝나지 않을 얘기를 시작합니다

그러면
사그러지던 별빛에 심지가 돋워지고
막혔던 가슴 틔워 줍니다

그래도
갇혀있던 그리움이 요동을 하면

녹슨 문고리 걷어내고 마음 문 열어
선혈을 토하듯
참았던 그리움 쏘아 냅니다

하늘로 오르는 봄내음 치마폭에
바리바리
그리움 실어 보냅니다

                 글  :  한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