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다


      글 : 한효순



여름 내
가지끝에서 망을보며
마른 잎 추스르던 태양이
조금씩 기울고

해질녘
구름 사다리 오르내리며
타오르던 노을은

어느틈엔지
진 분홍 치마자락 풀어 헤치며
열린 가슴에
타다 만 열정 바다에 담고

바다는
파도에 물들어 가는
노을의 몸짓에
놀란듯 출렁입니다

바다 한켠
나즈막한 언덕에
가는 허리 흔들며 해풍을 맞는
코스모스가

어느 새
훌쩍 넘어 온 가을 발길 불러 세우고
꽃술에 얽힌 세월 흔적을
가볍게 흔들어 털어 버리면

모래톱 오가던 물길이
하얀 물거품되어 숨어 버리고
가을은
날개짓하는 갈매기 등에 업혀
하늘을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