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



나뭇가지 하나 태우지 않고
불덩어리가 낙엽 진 숲을 지나간다

석류빛으로 물든 하늘 밑을
버스는 물색없이 달려가고
이글이글 타는 해를 바라보며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집을 떠나는 길인지
집을 찾아가는 길인지
한 곳에 머물지 못하는
방황의 스산한 길모퉁이까지
줄기차게 좇아온 불덩어리가
마음 속에 들어와 친구가 되었다

너와의 동행이라면
가로등 없는 캄캄한 산촌인들
눈보라 치는 강마을인들
마다하지 않으리

아늑한 움막 한 채 없고
반가이 맞아줄 정겨운 사람 없어도
우리가 누군가의 기다림이 되자
넓고 따스한 가슴으로 살자

언 땅을 녹이는 뜨거운 목소리가
눈꺼풀 무거운 육신을 흔들어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