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소망

  새해에는
  시린 그리움 함박눈으로 내려
  헐벗은 나목에 눈꽃이 피고
  황량한 들판 흰 솜털로 덮게 하소서

  뜨거운 눈물은 대지를 촉촉히 적셔
  단단한 껍질 깨고 나오는
  대견한 새싹들 눈을 뜨게 하시고
  영산홍 꽃망울 입술을 적시게 하소서

  티눈 박힌 고독 무성한 숲을 지나
  한 줄기 시원한 바람으로
  노동자의 땀방울 식히게 하시고
  골방 속 환자의 발을 어루만지게 하소서

  송진같은 열망은 가을볕 올찬 햇살 되어
  벼이삭과 온갖 먹거리를
  제몸 태워 익게 하시고
  배고픈 이들의 양식이 되게 하소서

  사계절 기념일 없는 날이 흘러가도
  좁쌀만한 일에도 성심을 다하고
  주어진 환경에 감사함으로
  그저 사랑만 하게 하소서
  또 다른 새해에도 그리 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