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비 / 김어수


    꽃잎 지는 뜨락 연둣빛 하늘이 흐르다

    세월처럼 도는 선율 한결 저녁은 고요로워

    그 누구 치맛자락이 스칠 것만 같은 밤.


    저기 아스름히 방울지는 여운마다

    뽀얗게 먼 화폭이 메아리져 피는 창가

    불현듯 뛰쳐 나가서 함뿍 젖고 싶은 마음.


    놀처럼 번지는 정 그 계 절이 하 그리워

    벅찬 숨결마다 닮아가는 체념인가

    호젓한 좁은 산길을 홀로 걷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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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수(1909~1985)는 강원도 영월 출생으로 본명은
소석으로 중앙불교전문학교를 졸업하였으며 1931년
부터 시조 창작을 하였다.

저서로는 시조집 <회귀선의 꽃구름> <햇살쏟아지는
뜨락> 수필집 <달안개 피는 언덕>등이 있다.

한국문인협회 시조분과위원장, 한국현대시인협회장
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