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얼굴은 거북이 등이다

그 춥고 시려웠던 세월 막아주던

아주 튼튼한  바람막이다



어머니의 손은 나무장작이다

아랫목 따스하게 덥혀주던

가랑 이파리에 섞인  장작개비이다.





2주 간의 고국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2003년 가을에 어머니를 뵈었으니 만 3년만에 다시 어머니를 보는 것이다.



전화를 통해서 들리던 그 목소리로 많이 늙으셨구나 짐작은 하였지만 막상 얼굴을 대하니 울컥하고 뜨거운 그 무엇이 가슴을 밀친다.



"누나, 누나 온다는 이야기를 어제야 말씀드렸어."

두 남동생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올케 말인즉, 미리 말씀드리면요, 매일 기다리셔요.



아파트 문을 들어서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얼굴 하나 가득 웃음을 띠우신다.



어머니 얼굴에는 주름이 패이다못해  골을 이루고 있고 검은 점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어린 시절에 내가 보았던 어머니는 화장은 잘하지 않으셨어도 당신이 부르는 "구리무" 그것 하나만으로도

늘 매끄러운 피부를 간직하셨는데...



어머니 얼굴에 "구리무"를 발라드려본다.



"얘야, 그만 발라라, 이제 됐어."하시며 손을 내저으신다.



이제 나는 그 옛날 고운 머릿결 뒤로 쪽을 지으시고  맑은 얼굴을 한 어머니 모습은 더 이상 볼 수없다.



다만 예전에 어머니가 늘 쪽을 지고 다니실 때 쓰셨던 놋쇠 비녀만을 간직할 수 있을 뿐이다.



어머니의 장롱을 열어본다.



오래 된 로션들이 바닥을 드러내며 "히잉"하고 말울음소리를 낸다.



누워계신 어머니의 발을 붙잡고 양말을 벗겨본다.



마치 마른 장작개비 같은 어머니의 하얀 두 발이 "툭"하고 튀어나온다.



오래된 로션들을 손에 듬뿍 따라서  마른 장작 위로 쓸어내린다.



어머니도 편안하신지 가만히 누워계신다.



"엄마, 엄마 딸이 어디서 살지?"



"미국"



"아니, 미국 말고 그 위에 있는 나라 ......?"



어머니는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도 다 미국의 일부라고 생각하신다.

아니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먼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은 다 미국에서 산다고 생각하시는지도 모른다.



"엄마, 이름은 뭐지요?  성당 이름은?"



점점 희미해져가는 어머니의 기억력을  다시 소생시키려는 마술사처럼 나는 질문을 계속해댄다.



어느 것은 또렷히 기억을 하고 어느 것들은 전혀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 것들도 있다.



막내 동생의 제안으로 어머니의  머릿맡에 전화를 놓아드렸다.



어머니와 전화로 수다를 떨면 어머니의 기억의 끈을 좀 더 당겨드릴 수 있을까



캘거리에 도착한 다음 날  바로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는

"그래, 응,응,"하시며 대답만 하신다.



대답만 하시는  오마니, 우리 오마니



그래도 나는 아직 어머니의 그 대답 소리에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