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 하실래요? /한효순
꾸물거리는 하늘처럼
마음 답답할 때
진한 커피 향 가슴에 담으며
차 한 잔 하실래요?
내려 앉아 주체하지 못하던 그리움
티스푼 끝에 매달아
멀리
수평선 가로질러
물거품 일며 달리는 배에 실어
하늘 끝
보이지 않는 언저리 어디메쯤
훌쩍 던져 놓고
따끈한 찻잔 두 손으로 감싸
온 몸 데우며
차 한 잔 하실래요?
울컥 치미는 아픔
차마
드러내지 못하고 삭이다
어스름 달빛 고운자락 펼칠 때 쯤
둔탁한 통나무 얼기설기 맞댄
한적한 교외의 찻집에서
이젠 낯설어진
얼굴 하나 떠올리며
함께
차 한 잔 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