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들어 볼래요, 엄마

 

나는

아파트 놀이터 옆

빛 고운 살구나무가 되고 싶었어요, 엄마

봄 햇살에 엄지손가락을 빨며 서있었는데

자줏빛 가지를 친친 감으며 기어 올라왔어요, 뱀이

연둣빛 여린 잎새를 으깨고

미처 돋지 못한 꽃눈도 뭉갰지요

한낮의 고요함 속에서

힘껏 가지를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구름 조각이 기나긴 시간을 옮기고

어둡고 축축한 달이 부풀어

둥글게 무덤을 만들었을 때

엄마의 따뜻한 젖이 그리워졌어요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는 않아도

입속에 번지는 젖비린내는 나의 유적(遺蹟)이잖아요

난 선한 눈망울을 주렁주렁 매단 살구나무가 되고 싶었어요

탐스런 가지로 피리를 만들어

푸른 달밤에 나란히 앉아 맑은 노래를 부르고

엄마를 편히 앉힐 의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래도 내 꿈은 사라지지 않았어요

나의 나무 그늘에서 낮잠 한번 주무시고 나면

눅눅한 장마가 지나고, 환한 봄날이 다시 올 거예요

그 때, 나는 꽃눈을 활짝 틔워 달고

미연이와 지승이*와 아파트 놀이터에서

시들지 않는 노래를 부를게요, 엄마

이제 울지 말아요.

 

* 미연과 지승: 용산과 제주에서 성폭력 당한 후 살해된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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